요즘 우리 사회는 '스마트'함이 대세이다. 눈만 뜨면 스마트한 세상이 펼쳐진다. 스마트TV로 뉴스를 보고, 스마트카를 타고 출근하여 스마트빌딩에서 근무한다. 스마트폰은 하루 종일 손에서 떠나질 않는다. 모두 다 자그마한 컴퓨터칩이 자동으로 제어해 주니,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심지어 스마트스쿨까지 등장했다. 분필이 사라진 교실엔 72인치 대형 3D전자칠판과 전자교탁이 자리하고, 학생들은 책가방 대신 스마트패드만 들고 다닌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의 모습이다. 우리 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과제물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검색한 내용으로 제출한다. 질문을 받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검색부터 하고 본다. 스마트한 환경에서 지내면 우리도 스마트해 지는 걸까?

한편 교육 현장의 화두는 '창의성'이다. 창의성이란 스마트함의 다른 말이라 생각된다. 대부분 대학들의 교육 목표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고 한다. 도대체 창의성이란 무엇이고 창의성은 교육에 의해 계발될 수 있는 것인가? 창의성은 축적적 창의성과 급진적 창의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는 지금 있는 걸 잘 조합하여 새로운 걸 만드는 것이고 후자는 정말 새롭고 기발한 걸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개개인의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유전적인 부분과 훈련에 의해 만들어지는 교육적인 부분이 있다고 한다.

수년전 공대에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계발하기 위해 새로운 교과목, '창의공학설계'를 개발하였다. 확산적 사고기법과 수렴적 사고기법을 익혀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자 하였다. 트리즈(TRIZ, 발명문제 해결 이론)도 활용하였고, PBL학습법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규 교과목의 경우 대개가 학점 취득이 목적이다 보니, 학생들의 창의성은 그다지 향상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독서의 힘을 믿는 수 밖에 없다. 독서를 통한 읽고, 사고하기를 계속하면 창의성은 저절로 따라 온다. 독서의 효과를 입증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창의성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고전의 바다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 애플 컴퓨터의 오늘을 만든 힘"이라고 했다. 시카고 대학은 지난 100년간 8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그 비결은 '그레이트 북스(great books)'와 같은 독서 프로그램에 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주창한 허친스 총장은 다양한 고전 읽기가 새로운 아이디어의 축적과 아이디어를 응용하는 공통된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요즈음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권한다. 오늘 오후 그 학생들 중 한명이 연구실에 찾아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지를 물어왔다. 그 생각이 하도 기특해 책 한권 빌려 줬다. 우리 대학 이무석 교수님이 쓴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을 건내며, 강요도 의무도 아니니 마음 내키는 대로 읽으라 했다. 우리 학생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독서 목표를 세우라 했다. 목표가 없으면 성취도 없기 때문이다. 올 여름 발간된 독서 안내서 '책 읽는 책'의 저자 박민영은 칼 마르크스의 '양질전환의 법칙'을 인용하며 세상의 무엇 인가를 얻으려면 일정량을 달성해야 하고 독서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이라면 '1년에 100권의 책 읽기'를 목표로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학생들이여 스마트해지고 싶거들랑 검색하지 말고 사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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