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가 있듯 우리의 일상 속에도 진흙 속의 진주처럼, 보물과 같은 곳이 있다. 그런 보물과 같은 곳을 이곳 ‘보물상자’에 담고자 한다. ‘보물상자’는 총 3회에 걸쳐 연재된다.

▲ 오랜 세월의 때가 묻은 물건이 눈에 띈다. 때론 할머니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하는 이곳 '미리내분식'은 정문에 위치해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의 양쪽 벽에는 긴 테이블이 붙어있다. 각 테이블에 놓인 6개의 의자와 벽면 가득한 학생들의 낙서, 그리고 35년간 줄곧 학생들의 고픈 배를 채워 준 주인 할머니(김복순·77)가 있는 곳. 정문 횡단보도를 지나 카페이쪼(cafe izzo) 옆에 위치한 ‘미리내 분식’은 화려한 건물 옆 소박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 있는 테이블, 의자, 컵, 수저, TV 중 그 무엇 하나도 반짝반짝하지 않다. 시간과 손때가 묻은 그곳에는 할머니의 35년 인생이 담겨있다. 

미리내 분식은 특유의 묵은 냄새가 난다. 오랜 시간을 간직한 집만이 갖는 냄새다. 그곳의 메뉴는 단출하다. ▲강호동콩나물국밥 ▲만땅가락국수 등 6가지다. 가격도 저렴하다. 평균 3,000원이면 뜨끈하게 속을 채울 수 있다. 마치 할머니가 손자에게 해준 사랑 가득한 ‘집밥’을 먹는 기분이다. 국물 하나에도 진한 맛이 우러나며 양도 푸짐하다. 할머니가 직접 담근 묵은지 또한 일품이다. 기자는 밥도둑 묵은지와 함께 금세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이곳은 단골이 새로운 손님을 데려오고 새 손님은 단골이 되는 집이다. “첫 월급 탔다고 영양크림 사갖고 오고, 옷도 사다주고, 음료수도 사다주는 사람들도 있제. 다들 내 자식 같고 손주 같은디 싸게, 배부르게 먹이고 싶어.”

지금 붙어있는 메뉴판도 단골학생이 해줬다. 학생이 일부러 라면 값 500원을 올려 메뉴판을 인쇄해 오자 굳이 할머니는 스티커를 붙여 다시 가격을 내렸다. “라면이라도 싸게 먹고 배불러야 한다”며.

“팔순까지는 할라고 맘 먹었는디 시방도 몸이 힘들어. 그래도 몸이 따르는 데 까지는 할겨. 단골도 꽉 찼고 맨날 오는 사람도 있는지 어쩌겄어.”

할머니의 포근함이 묻어나는 미리내 분식. “이제 갈게요”라고 하자 문 밖까지 따라 나와 배웅해주신다.

“잘가잉.”

할머니의 넘치는 정에 강호동콩나물국밥을 먹었을 때처럼 속이 뜨끈뜨끈해진다. 배와 마음을 부르게 하는 이곳의 단골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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