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그녀들의 짓밟힌 과거

사회문제의 풍파에 휩쓸린 안타까운 사람들이 많다.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은 사회문제가 있는 것일까. <전대신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과 영화를 통해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려 한다. 그 기획의 첫 번째 주제는 약 70년의 세월동안 해결되지 않고 이어져온 일본군 ‘위안부’ 범죄다. /엮은이

방관자 아닌 ‘참여자’로 ‘위안부’ 바로보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오는 14일 1,048회를 맞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더불어 일본의 과거사 왜곡도 계속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위안부’ 범죄다.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 할머니(93)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액자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은 올해 9월 <꽃에게 물을 주겠니>라는 제목으로 일본에 첫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주요 인물은 12살 소녀 김은비와 황금주 할머니. 은비는 옆집 할머니가 귀신같이 무섭다는 점만 빼면, 마냥 행복하게 지냈다. 어느 날 은비는 텔레비전에서 옆집 할머니가 수요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며칠 후 은비는 밤길을 다니다 성추행을 당하고, 이 일로 상처투성이 과거를 짊어지며 살아야 했던 할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더 이상 할머니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할머니와 친분을 쌓으며 자신의 마음을 치료해갔던 은비는 할머니의 아픔 역시 치료해 주려 노력한다.

“이 썩어 빠질 놈들아! 이 늙은이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렇게 나와 외치는데 왜 입도 꿈쩍 안 하냐? 네 놈들이 내 눈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난 절대 안 죽는다!-p.25”

시퍼렇게 화내는 할머니의 모습이 울렁거리는 파도가 되어 다가온다. 피지 못하고 꺾여 버렸던 꽃봉오리가 안타깝고, 혼돈의 시절을 밟고 일어서 “죗값을 치러라” 외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0여명으로 이중 단 60명의 국내외 거주 할머니들이 역사의 산증인으로 생존해 계신다. 할머니들이 8, 90대 고령인 점을 고려해보자. ‘모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난 후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의 뒤편으로 미뤄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저자 이규희 씨는 책을 통해 “누군가는 기억을 해야 하고, 그 기억이 점점 사람들에게 이어져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뒤에라도 우리는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독도와 ‘위안부’관련 사건이 연거푸 발생한다. 지난달 26일 미국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에 있는 ‘위안부’ 기림비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말뚝이 세워졌다. 이른바 ‘말뚝테러’다. 일본 극우파에 의한 이 사건은 앞서 6월 19일에도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서도 발생했고, 사건 용의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라 말하는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위해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참여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본 ‘위안부’ 범죄에 대해 충분한 인식이 필요하다.

‘안쓰러운’ 눈초리가 아닌 ‘응원하는’ 눈초리로!
기자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당시 이 책을 처음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얇은 만화책이어서 골랐던 책이 읽을수록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놀랐던 점은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처음으로 밝힌 김학순 할머니(97년 별세)의 용감한 행동이다. 이전까지 ‘위안부’ 피해자들을 ‘불쌍하다’며 보호해야할 ‘약한 존재’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멋있고 용감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위안부 리포트1: 나는 고발한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현재의 삶을 만화로 표현해낸 책이다. 4년간의 자료조사로, 책에는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1권에서는 일본군 ‘위안소’의 역사를 담아냈다. 위안소가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피해자의 절대다수인 조선여성들의 납치과정부터 어떤 식으로 버림받았는지에 대해 나와 있다. 2권은 만화교양지 <싱크(SYNC)>에서 연재중이다.

정경아 작가는 “이 책이 일본군 '위안부'를 이해하는 데에 많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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