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우리 대학의 제19대 총장후보를 선출하게 되었다. 지난 번 선거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나치게 경직된 관련 법 해석에 의해 후보자들의 소견과 능력을 제대로 알릴 기회가 사실상 봉쇄된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리더쉽의 공백상태라는 심각한 위기를 가능한 신속히 해소하여야 한다는데 용봉골 식구들이 공감하여 원만하게 선거가 마무리된 것 같다.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우리 대학의 성숙된 자치역량이 또 한번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후보로 선출된 분들께는 축하를, 그리고 애석하게 선출되지 못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대학발전을 위해 더욱 더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한다.

변화와 혁신, 그리고 이에 바탕한 새로운 성장동력과 경쟁력 확보가 일상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대학 총장의 역할은 시기에 불문하고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사회에서 지식의 창출·축적·공유·학습·활용에 대해 원초적 책임이 있는 대학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국가와 지역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 실현을 위한 전략과 방법을 개발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새로 취임하게 될 제19대 우리대학 총장은 내외부적으로 실추된 대학의 명예를 회복하고, 갈등에 의해 깊어진 상처를 치유하여야 할 매우 어려운 책무가 더해지고 있다.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는 무조건적인 덮음과 화해로 성취될 수 없다. 문제의 근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에 바탕한 진정한 의미의 자기반성, 그리고 과거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혁신이 없이는 언제든지 더 어려운 모습으로 재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장재선거 사태를 통해 대학의 모든 문화도 일반사회의 보편적이고 진보된 요구수준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음을 교훈받고 있다. 아니 사회는 더 높은 수준을 보여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이해와 화해, 그리고 공감에 바탕하여 매우 부드럽게 추진되어야 함은 두말한 나위가 없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리 국민이 절망하고 있는 불통(不通)의 폐해에 못지 않게 우리 대학의 행정에 대해서도 우리 구성원들은 같은 고충을 겪어 왔다. 네트워크의 시대, 협치의 시대를 맞이하여 지도자가 보여줄 가장 큰 덕목이 원활한 소통임을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학습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전략, 그리고 콘텐츠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격의없고 부드러운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지 않고서는 지속가능성이 없음은 물론, 오히려 빛 보다는 그림자에 의해 사회적 역기능과 저향만 키울 뿐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0명에 육박하는 교직원과 20,000명이 넘는 학생이 모여 사는 우리 대학은 하나의 사회공동체이기 때문에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지금부터 차근 차근 챙겨서 준비하여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바탕이 있다. 그 바탕이 소통이다. 소통은 명석한 머리 보다 따뜻한 가슴에 의해 이루어진다. 열리기를 바라기 보다는 먼저 서슴없이 열어야 한다. 진정성이 있고 열린 총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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