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전원 마을에 여가를 즐기러온 가족에게 두 명의 미청년이 도움을 구하며 집으로 찾아온다. 예의 있는 태도와 단정한 말투에 경계를 풀고 두 청년을 받아들인 가족은 이 두 청년으로부터 이상한 게임을 강요당하고 게임이란 이름의 폭력이 가족에게 자행된다. 영화 <퍼니 게임 US>는 ‘하얀리본’과 ‘아무르’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미하엘 하네케감독의 리메이크작이다. 아니 자기 작품을 자기가 리메이크 했으니 재촬영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미하엘 하네케의 대표작인 ‘하얀 리본’과 달리 <퍼니 게임 US>는 타인에 대한 직접적 폭력을 가한다. 하얀리본의 폭력의 형태가 다수의 암묵적인 규칙으로 개인의 목을 조여 온다면 <퍼니 게임 US>는 무차별의 직접적 폭력이다.

폭력을 주제로 다룬 영화는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데이빗 크로넨 버그의 폭력 3부작이나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등이 있다. 폭력을 주제로 다룬 영화들은 폭력을 행하는 인물이 어째서 폭력을 행하는지 이야기 해준다. 영화 ‘똥파리’에서는 유년기의 트라우마,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같이 개인이 타인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폭력의 형태로 발현함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퍼니 게임 US>는 그렇지 않다. 영화는 인간의 원초적 폭력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인간의 원초적 폭력성이라 하며 흔히들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과 같은 슬래셔 무비를 떠올리는데 그런 영화의 폭력은 그저 정신병자일 뿐이라고 넘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피와 살이 튀는 원초적 폭력보다는 폭력의 대상에게 역설적 룰을 적용시켜 결국은 대상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도록 정신적으로 압박한다. 그리고 그것을 고상한 게임이라도 되듯이 영화는 묘사하고 피해자들이 살인자의 게임에 놀아나는 모습을 절제감 있게 표현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살인자는 싸이코 패스를 다룬 여타 영화들과는 다르다. 싸이코 패스를 다루는 영화들은 싸이코 패스가 인간이 아닌 것처럼 표현하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인간과 싸이코 패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 살인자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게 표현한다. 묻지마 범죄, 아동성폭력, 무차별 살인 등 인간은 이제 자신이외의 다른 인간은 마치 ‘다른 종’으로 치부하는 종족이 되가는 것만 같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이 우주에 어떤 종족도 동족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종은 없어’라는 대사처럼 인간의 폭력성은 점점 극에 달하고 있다. <퍼니 게임 US>는 인간이 죽임 자체를 즐긴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이에 대한 무거운 경종을 울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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