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도, 단과대 학생회도, 학과 학생회도 모두 학생들의 투표 결과로 구성된다. 때문에 학생회는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구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회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주지하지 못하는 학생대표들이 많은 것 같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학부에서 관리하는 학생 사물함은 새 주인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공과대의 한 학생이 억울한 경험을 당했다. 학부 사물함에 있는 책들을 빼지 않았다고 하여 학부 대표들이 그 학생의 전공 서적들을 학생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모두 갖다 버린 것이다. 그 학생은 학생회실에 찾아갈 때마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 미리 연락을 취하지 못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학생회의 답변은 참담했다.

“우리가 매번 학생회실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학생들을 위한다는 학생회 간부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저것이.

이 말고도 사례는 또 있다. 예술대 미술이론전공 학생들은 졸업시기에 논문심사비라는 것을 부담하고 있었다(이 제보를 받고 <전대신문>은 사실 확인에 들어갔고 이번 1509호 1면에 기사화시켰다). 하지만 4학년 과대는 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대가 돈을 걷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과대는 “논문 심사비는 모르겠고, 논문 책 발행비로 매년 20만 원가량의 돈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미술이론전공 학생들은 논문 발행비와 논문 심사비 모두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것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충격적인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학과에서도 다 내는 것 아니었나?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고 그냥 ‘그런갑다’하고 냈다.”

학생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관행처럼’ 행해져 오고 있는데 학생회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대표 자격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바로잡을 임무가 있다. 학생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한다면 학생대표 자격 상실이다.

학생들은 대학 당국에서 ‘약자’로 통한다. 힘 있는 목소리를 내기엔 이놈의 대학 사회가 너무 보수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혹 소극적이거나 주체적이지 못한 학생들까지도 대변할 수 있는 대표가 진짜 대표다. 학생회 본연의 역할 발현, 학생들의 고통을 해소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자리. 그것이 학생회의 존재 이유다.

억울한 학생들이 나오지 않도록 조금만 더 고생하고 봉사하자. 학생들을 실망시키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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