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 방송을 제작 중인 광주 <북구FM> 스튜디오의 모습. <북구FM>은 2005년 12월 1일에 개국한 시민참여형 소출력라디오 방송국으로 지역소통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인생이란 긴 길을 살아가는데 있어 항상 기쁘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요. 어쩌면 기쁠 때 나누는 요란한 응원보다 지치고 힘들 때 소중한 사람의 결에 가만히 있어주는 그런 응원이 진정으로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북구FM> ‘청춘예찬’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다. <북구FM>을 찾은 지난 16일 오후 3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청춘예찬’ 팀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었다. 이들은 북구FM(88.9Mhz)에서 방송(매주 월~수 오후 3시)되는 ‘청춘예찬’을 제작․진행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이다. 청춘예찬 DJ 정성현 씨(신문방송학·12)가 오프닝 멘트를 읽다 멈추자 PD 조진영 씨(신문방송학·12)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아 끝부분에서 틀리면 어떡해. 똑바로 해! 아 스트레스~ 다시.”

자유분방함 속의 아웅다웅이 아름답다. ‘청춘예찬’은 2006년부터 제작되어 왔으며 청춘의 소소한 일상, 고민, 문화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북구FM>의 실상을 보여준다.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민들이 직접 제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1W의 공중파 라디오. 이를 ‘공동체 라디오(소출력 라디오)’라 부른다.

전문가 아닌 자원봉사 위주…주변 소소한 일상 담아내
<북구FM>은 지난 2004년 당시 정보통신부가 ‘소출력 라디오’라는 명칭으로 지역사회와 관련한 정보공유 및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사업공모를 했을 때 탄생했다. 당시 <북구FM>뿐 아니라 <마포FM> 등 총 8개의 시범사업자가 선정됐고, 이후 <나주FM>이 탈락해 현재 7개의 공동체 라디오가 지역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명칭은 2004년엔 ‘무등FM’, 2007년엔 ‘CBN 광주시민방송’으로 쓰다 올해 ‘북구FM’으로 변경했다.  

<북구FM>은 2005년 광주 북구청과 우리 대학, 시민사회단체(북구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북구장애인복지회, 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가 함께 만들었으며 2005년 7월 첫 전파를 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정식 개국방송을 시작한 이후 현재 하루 16시간 방송체제까지 넘어왔다.

<북구FM>의 프로그램은 우리 대학 학생들의 참여가 주를 이룬다. 그들은 지금껏 ‘디딤소리’, ‘대학가토론’, ‘당신의 무대 라이브스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송출 했고 ‘청춘예찬’과 ‘힐링라디오’를 방송 중에 있다. 제작은 적은 인력에 더불어 전문가가 아닌 자원봉사 형태로 이뤄지기에 미흡한 부분도 많다.

▲ '청춘예찬' 팀이 녹음을 마치고 단체 촬영을 했다. 청춘예찬은 2006년 이래로 청춘들과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송을 제작 중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성현(DJ), 임수연(작가), 김소진(고정게스트), 송명길(고정게스트) 조진영(PD) 씨.

또한 2009년 이후 정부의 지원금도 끊겼고 송신출력은 1와트 정도로 광주 북구 전역에도 그 영향이 미치지 못한다. 그 대안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이처럼 제작 여건이 좋진 않지만 공동체 라디오만이 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 취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그들이다. 학생들은 북구 지역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라디오 단막극을 만들고 소외계층 관련기관 소개, 장애인을 위한 구연동화이야기, 복지뉴스, 지역 이슈 분석 등을 해왔다. 이들은 왜 공동체 라디오에 빠져있을까? <북구FM>의 총괄 PD 최인주 씨(신문방송학·07)를 만나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공동체 라디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2007년 4월에 ‘청춘예찬’의 새내기들의 일상을 들어보는 코너에 게스트로 참여했었어요. 처음 시작할 땐 나도 라디오를 할 수 있다는 신기함과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계셔서 흥미를 느꼈죠.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에 뛰어들게 됐어요.”

- 총괄PD를 맡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 같다.
“제가 1년 정도 청춘예찬 DJ를 하고 군대를 다녀왔어요. 그 때까지는 라디오를 흥미로만 대했던 거 같아요. 전역 후 2010년에 ‘뮤직&뮤직’을 제작, PD겸 DJ로 활동하면서 공동체 라디오에 맞는 프로그램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요. 단순히 인디음악 소개하고 이런 건 기성라디오에서도 할 수 있으니 청취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느꼈죠. 그래서 지난해 7월에 ‘디딤소리’라는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했습니다. 장애인들의 손발이 되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각장애인 두 분을 섭외했고 그들이 직접 DJ로 활동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죠. 장애인들이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는지, 그들이 음악을 듣고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느끼는 감수성 등을 코너로 제작했었습니다. 청취자들의 호응과 참여도 꽤 좋았고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봐요. 늘 뿌듯함을 느꼈어요. 현재 ‘디딤소리’ 프로그램을 잠깐 쉬고 있는데 올해 말 안으로 개편에 들어갈 생각이에요.”   

 총괄 연출을 맡고 있는 최인주 씨.
총괄 연출을 맡고 있는 최인주 씨.

동요와 공동체 라디오의 매력이 비슷하다?
- 지금껏 공동체 라디오에 참여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디딤소리’ 방송 당시에 큰 울림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디딤소리’에 뮤직 다이어리라는 코너가 있었는데요. DJ분이 자기 이야기만 하다 보니 게스트를 섭외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게스트 역시 시각장애인이셨는데 동요를 작곡하고 동요 관련 리뷰를 쓰는 일을 하는 분이었어요. 두 분이 진행하면서 동요의 유치한 가사 속에도 삶의 진리라는 게 담겨 있다는 발언을 했었죠. 그 말을 듣고 동요와 공동체 라디오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동요는 유소년들에게 한정된 음악이잖아요. 공동체 라디오 역시 소소한 일상을 담는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가지고요. 그렇지만 듣는 사람이 무언가 깨닫는다는 점 그리고 시각장애인분들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캐치해 줬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과 제작자와 수용자들의 인식이 약간 틀에 박혀있다는 점이 개선돼야 할 것 같아요. 1차적으로는 공동체 라디오가 무엇인지 모르는 문제와 2차적으로는 참여에 대한 인식문제가 있죠. 공동체 라디오의 기본 정신은 1인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내가 대본을 쓰고 소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방송이죠. 대학생들은 그나마 참여에 개방적인데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출연을 꺼려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 이웃의 이야기에 둔감해져가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까워요. 우리 주변에도 따뜻하고 감동적인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본인이 살아가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1인 방송 가능 체계 정립…북구FM 기자단 운영에 역점
- 올 하반기부터 총체적 개편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편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사실 공동체 라디오의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피드백이 부족해요. 청취자들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고 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많죠. 또 팀제로 운영되기에 기성방송국의 포맷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많고요. 그래서 소출력 라디오만의 특색을 살리려 <북구FM> 기자단을 운영 중입니다. 라디오 제작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1인 연출, 기획, 편집, 진행이 가능하게끔 하는 거죠. 기자단은 총 8명을 선출했고요. 주 1회 자신이 정한 주제의 방송을 제작하고 월 1회 전문 방송인을 초빙해 평가 및 교육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할인쿠폰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그 정보를 취재해 담을 수도 있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는 공동체 라디오의 취지를 살리는 겁니다.” 

- 공동체 라디오만의 특성이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 마디로 내 이야기를 논하고 남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라 봐요. 일종의 교환일기 같은 매력이 있죠. 어떤 이슈에 대해 내 맘대로 떠들 수 있다는 거예요. 내 주변과 지역의 이야기를 즉각적으로 전달하고 문화를 형성, 공유한다는 것도 특성이죠. 광주 모 지역에서 화재가 났을 때 즉각적으로 소식을 전해 알린 적도 있고요. 또 비전문가가 진입하기 쉬운 매체라는 점도 큰 매력이에요.”

출력범위 증대 필요…공동체 라디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

▲ 라디오 방송을 제작 중인 광주 <북구FM> 내부의 모습.

- 공동체 라디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라 보나?
“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도입 된지 8년째인데도 정부 지원 측면에선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에요. 허가 출력이 1W로 제한되다 보니 광주 북구 전 지역에 송출하기 힘들고 특정 주제를 다루지 못한 규정도 있었죠. 사실 기존 방송법이 공동체 라디오의 도입 취지와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측면도 있어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지난달 31일 발의된 <공동체 라디오 방송 진흥법안: 출력범위 100W 및 보도허용>이 잘 통과됐으면 좋겠고요. 또 소출력이지만 제작자들이 프로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요.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책임의식과 전문성을 늘 견지해야 해요.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지면 청취자들도 늘어납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누군가와 공감하고 소통한다는 건 오늘날 요구되는 능력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기본적인 본질이기도 합니다. 내 이야기를 맘껏 풀어놓고, 소통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북구FM>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방송에서 거대한 자본과 매뉴얼을 토대로 이야기를 생산해낸다면, 소출력 라디오는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소통창구입니다. 소출력 라디오가 미디어로서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일반인분들의 관심과 참여에요. 다양한 방송을 많이 청취해주셨으면 좋겠고요. 방송이니까 어렵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 바로 참여하세요. <북구FM>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니까요.”

<북구FM>의 방송은, 광주 북구 지역의 경우 FM 88.9Mhz에서 들을 수 있으며 그 외 지역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www.icbn.or.kr)나 스마트폰 어플 ‘R2플레이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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