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생활하는 기숙사 복도의 정수기 위에 호소문(?)이 붙었다. ‘제발 여기에 라면국물이나 비닐 등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여러분의 어머니라고 생각해 보세요’ 등. 오죽했으면 보기만 해도 짠한 이런 글을 써놓았을까 싶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정수기 옆은 항상 음식물 찌꺼기며 쓰레기며 너저분했다. 그걸 치우는 아주머니들도 기분이 썩 좋진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에 아주 가끔은 떨어진 쓰레기들을 직접 줍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누군가 그 글 옆에 요상한 항의문(?)을 써놓았다. ‘XXX, 쓰레기통을 놔두고 그런 말을 하든가’. 얼마 후 그 글 밑에 누군가 답글을 달아놓은 것에 실소를 터뜨렸다. ‘XX아 네 방에 쓰레기통 없냐’. 비록 표현이 과격하긴 하지만 쓰레기 투척을 당연하게 여기는 양심에 뿔난 사람에게 일격을 먹인 명답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웃지 못할 씁쓸한 일이었다.

이처럼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이 나쁘다는 것조차 모르는 인식을 가진 사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숙사의 복도 및 계단 위생 상태는 심각하다. 라면국물이 담긴 용기를 몸소 계단까지 나와 고이 모셔둔 사람도 있고, 어젯밤에 이걸 먹었다고 자랑하고 싶은 건지 음식물 찌꺼기와 포장지를 복도에 던져둔 사람도 많다. 심지어 며칠 모아둔 쓰레기들을 큰 비닐봉투에 담아 내놓은 사람도 있다. 마치 ‘알아서 치워주는 사람이 있으니 내 손을 굳이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인 것 같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발상이 아닐까.

아침수업을 들으러 상쾌한 몸과 마음으로 방문을 나섰다가 씁쓸한 표정을 지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불쾌한 기분을 기숙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쓰레기가 떠다니는 봉지와 용지, 사람 대신 쓰레기가 앉아있는 벤치, 빈 캔이 굴러다니는 강의실 등. 우리 대학은 이처럼 병든 시민의식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성인이라는 대학생의 시민의식 수준이 이 정도라면, 그 지성인들이 이끄는 사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모두 기본적인 시민의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