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금연구역 원칙'…흡연자·비흡연자 공존 위한 제도 필요

▲ 학내에 마땅히 담배 피울 공간이 없어 학생들은 건물 입구에 모여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이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간접흡연을 하게 돼 피해를 보고 있다. 사진은 인문대 3호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우리 대학 각 단과대 입구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흡연자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업을 들으러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은 건물 입구의 뿌연 담배 연기를 뚫고 인상을 찌푸리며 지나간다. 비흡연자는 담배냄새에 불평하고 흡연자는 흡연자대로 그런 학생들을 보면 눈치가 보인다.

이렇듯 우리 대학 캠퍼스 내 여러 사람들은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의 가장 큰 원인은 금연과 흡연구역 경계의 모호함 때문이다.

학교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학내 흡연 구역 설정에 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전대신문>은 다른 대학의 사례와 우리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대학이 나가야 할 방향을 찾아봤다. /엮은이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 불편
보건복지부는 2008년 10월, 공공이용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국립대인 우리 대학은 원칙적으로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해 지정해야 하는 공중이용시설이다(강의실, 휴게실, 강당, 구내식당, 회의장은 반드시 금연구역). 때문에 지정된 흡연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흡연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비흡연자 학생 ㄱ 씨는 “경영대 1호관과 인문대 3호관 수업을 주로 듣는데 지나다닐 때마다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때문에 매번 간접흡연을 하게 된다”며 “건강상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흡연자 사회대 ㄴ 학생은 “눈치 보느라 담배피기 힘들다”며 “따로 흡연구역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한 흡연구역이 없으니 옥상이나 사람 없는 외진 곳(사회대 별관, 백도 뒤)에서 담배를 주로 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종종 지나가는 학생들이 눈총을 주고 심지어는 담배 냄새가 난다고 욕하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흡연과 금연의 공간이 불분명해 흡연자들은 흡연자대로, 비흡연자들은 비흡연자대로 불편을 겪고 있다.

흡연구역의 필요성, 하지만?
사회대에서 주로 수업을 듣는 흡연자 ㄷ 씨는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담배를 피워도 떳떳하지 못하다”며 “흡연도 엄연한 권리인데 눈치 보지 않고 흡연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흡연자들의 흡연 권리를 위한 구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흡연자뿐만 아니라 일부 비흡연자들도 공감하는 사안이다. 보건복지부 금연서포터즈 ‘스모킬’팀 소속으로 학내에서 활동 중인 황태환 씨(자율전공·10)는 “담배는 엄연히 기호식품이니 무조건적인 제재는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흡연구역이나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 대학 진료보건소 하소영 간호주사는 “흡연하는 학생의 권리도 중요하다”며, “무조건 흡연을 제재할 게 아니라 흡연을 위한 일정한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인문대에서는 흡연구역을 만들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인문대 학생회 관계자는 “말만 나왔을 뿐 흐지부지 됐다”는 말로 현 상황을 전했다.

흡연구역 설정에 대해 본부 총무과 관계자는 “학교 자체가 금연구역인데 그 안에 흡연구역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아니냐”고 반문했다. 학내 흡연구역 설정의 어려움은 우리 대학뿐만이 아니다. 최근 연세대에서도 캠퍼스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사실상 관리가 쉽지 않은데다 흡연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

‘건강권’과 ‘흡연권’이 공존하려면
최근 여러 대학에서 흡연구역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강대는 교내 23곳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중앙대 역시 캠퍼스 일부 장소 바닥에 흡연구역을 표시하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로써 흡연구역이 없을 때보다 금연 장소에서 흡연하는 행위를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강대와 중앙대의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우리 대학에도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흡연구역을 따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학내 전체가 금연구역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금연구역으로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차라리 흡연구역을 따로 만들어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게 하자는 이야기다. 

박상철 교수(경영학·국제재무)는 “비흡연자의 ‘건강권’과 흡연자의 ‘흡연권’의 공존을 위해서는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의 적절한 제도 마련과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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