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전시관 구성 다소 아쉬워…투, 김주연 등 눈길 끄는 작품도

▲ 김주연의 작품 <기억지우기Ⅲ>다. 작가는 3t의 소금과 8개의 나무의자로 명상을 통한 치유과 성숙의 메시지를 전한다.

2012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7일 개막했다. 66일동안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40개국 92명의 작가가 모여 3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광주비엔날레가 쌓아온 명성만큼이나 이번 행사에 거는 관객들의 기대는 크다. 하지만 이번 비엔날레가 관객의 환호를 받을지는 의문이다. 신작이 60% 육박하는 등의 실험 정신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전시관 구성이 산만해 주제를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기자가 지난 12일 비엔날레를 찾아 전시를 관람했다. /엮은이

공동예술감독 6명, 산만한 전시
이번 비엔날레는 화합을 의미하는 ‘라운드테이블(ROUNDTABLE)’이라는 대주제 아래 6명의 예술감독이 ▲집단성의 로그인, 로그아웃 ▲역사의 재고찰 ▲일시적 만남들 ▲친밀성, 자율성, 익명성 ▲개인적 경험으로의 복귀 ▲시공간에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력이라는 각각의 소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구성했다. 또 각각의 소주제들은 비엔날레 본관 5개의 갤러리에 다른 소주제들과 섞여 전시됐다. 작품이 속한 소주제를 알고 싶다면 작품명 옆에 붙은 스티커 색깔을 보면 된다. ‘친밀성, 자율성, 익명성’의 소주제에 속하는 작품명 옆에는 분홍색 스티커가 붙어있는 식이다.

이렇듯 각각의 예술감독들은 하나의 주제를 도출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색깔을 지켰다. 다만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협업 과정을 통해 연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동일한 주제를 갖진 않지만 유기적 연결체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이번 전시는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임금준 미술?디자인 평론가는 세계일보 9월 10일자 신문에서 “주제를 선정하고 기획하는 과정에서 여섯 명의 예술감독끼리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주제의식 없는 역대 최악의 비엔날레”라고 혹평 했다. 기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중구난방인 작품들을 보며 산만함을 느꼈다. 작품에 대한 집중도와 흥미는 순식간에 떨어졌다.

일시적 만남을 통한 고찰
산만한 전시 속에 눈길을 끄는 작품도 있었다. 바로 투웨이-쳉의 <광학적 눈속임 미술관:황제의 도시 보물함>이다. 이 작품은 진품과 모조품 고가구를 섞어 놓은 아상블라주(여러 물체를 모아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기법)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5?18민주항쟁 생존자들의 모습을 가구 속에 이미지로 기록했다. 관객들은 기록된 이미지를 유리구슬을 통해 볼 수 있다. 기록된 이미지와 고풍스러운 가구에 더해지는 은은한 오르골 소리는 작품에 멋을 더한다. 작품의 오르골 소리는 작가가 광주에 관한 시 한 편을 쓰고 모스 기호로 변환한 뒤 그것을 다시 광주시를 상징하는 여러 사운드 전환한 것이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본관 외에도 광주 곳곳에서 비엔날레 작품을 볼 수 있다. 대인시장, 무각사 등 광주 곳곳이 비엔날레 전시장이다. 그중 무각사는 불교적 정신, 만남과 인연, 명상과 치유 등을 주제로 한 작업들을 선보였다.

무각사 갤러리 1층에는 3t의 소금, 8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바로 김주연 작가의 <기억지우기Ⅲ>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맨발로 소금 위에 발을 올리고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기억이 정말로 잊고 싶은 기억인지에 대해 되묻는다.

이 작품은 불교의 ‘이숙’에 대한 개념과 관계가 깊다. 이숙이란 성장과 성숙을 의미한다. 작가가 관객들에게 바라는 것 또한 이점이다. 명상을 통해 치유하고 성숙하라는 것이다. 예술과 일시적 만남을 통한 치유, 예술을 어려워했던 내게 예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 7일 개막한 2012광주비엔날레는 11월 11일까지 관람가능하다. 행사 중 휴일은 없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다. 문의 사항은 062-608-4114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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