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미FTA. 과연 우리 삶의 진정한 메시아(Messiah)인가?

2012년 3월 15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잠깐, 관심이 없다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길 바란다. 이는 적어도 우리와 관련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말인즉슨,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신자유주의체제’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신자유주의란 국가가 모든 것을 계획하는 사회주의와 정부주도 경제가 아닌, 정부의 시장개입에 반대하고 ‘준칙에 의한’ 소극적인 통화정책과 자유화, 특히 국제금융에서의 자유화를 통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시장에서의 자유를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시장기능 중시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롭다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상적으로 보이는 신자유주의는 지금까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앞에서 언급했듯, 세계 어느 곳에서든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그림자가 사방에 드리워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들은 지금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신자유주의란 무엇이고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게 될지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부자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의 특징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한다.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생한 후 대안으로 나온 ‘수정 자본주의(정부의 시장 개입허용)’으로 인해 정부의 역할과 힘이 막강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 데에 따른 것이다.

두 번째, 정부 권한과 기능을 축소시키고, 개인의 자유와 시장 경제의 확대를 주장한다. 정부의 힘이 막강해지자 시장에 개입해 기업에 간섭하는 일이 많아져 목표했던 일을 시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복지 제도의 감축을 요구한다. 복지 제도로 인해 정부가 정작 필요한 곳에 써야할 예산을 그 곳에 사용하지 못해 재정을 낭비하고,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감소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는 자본 활동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자유롭게 시장 원리에 따라 이윤을 추구함으로써 투여한 자본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또 시장의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가 긴장하며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함으로써 기능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욕망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성취욕을 자극하여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다.

▲ 돈은 최상위 1%에 묶여 있다.

장하준, 그리고 한․미 FTA

이렇듯 이상적으로 보이는 신자유주의. 하지만 과연 우리 삶, 그리고 멀리 나아가 우리나라의 ‘메시아’인지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반(反)신자유주의의 최전방에 서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제’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신자유주의에 허상에 대해 지적한다. 자유무역 확대, 주주가치 증진, 금융규제 완화, 부자감세 등 신자유주의의 교리가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뒤집고 있는 것이다.

이어 장 교수는 한․미 FTA에 관해서 “이혼할 수 없는 결혼”이라고 표현하며 “근본적으로 미국이든 유럽연합이든 수준이 높은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버리면 결국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는데 손해를 본다”고 역설했다. “우리 2배 정도 되는 수준에 달한 나라들하고 자유무역을 통해서 1:1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다른 말로, 새로운 산업을 보호할 수 없고 그 쪽에 다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우리가 개발 못한 첨단산업들은 결국 영원히 개발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자유무역을 하면 득이 많지만, 수준 차가 나는 나라끼리 하면 후진국이 손해라는 얘기다.

세계로 확산된 ‘반(反) 월가 시위’

▲ 반성하지 않은 월가(Wall street)의 횡포에 맞서 시위중인 시민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경제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은 많은 국민들은 월가의 반성을 촉구하며 월가시위를 개최했다. 이 시위는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경제기반 99%에 속해있는 국민(최하층민)이라는 점이다. ‘1%의 금융인들이 절반 이상의 부를 지배한다’고 해서 금융인들에게 반향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늘 위기라고 할 때마다 자체 구조조정은 하지 않으면서 정부에게 손을 벌리고 국민 혈세 투입을 받으며 커나가다가 정작 99%의 국민이 힘들 때는 나 몰라라 해왔던 것이 금융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월가는 금융의 메카로 불리며,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서 그동안 금융자본을 쥐락펴락 해왔다. 최근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금융의 위기를 시작으로 유럽위기국면 등 전 세계가 몸살을 앓을 때, 국민들의 혈세로 모아진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돈으로 살아난 월가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만 할 뿐, 국민들에게 이익을 돌리지 아니해 경제적 양극화(부익부 빈익빈)을 초래시켰다고 국민들은 판단한 것이다. 이렇듯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월가 금융자본의 탐욕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반(反) 월가 시위’가 미전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금융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에 대한 '모순'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상위계층에서 말하는 ‘자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가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0년 동안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우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의 그늘 아래 안주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신자유주의의 전령, FTA에 대해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소신 있는 실행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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