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사람이 많은 중심가에서 칼을 휘둘렀다. B는 집에서 자고 있던 한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으며, C는 지나가는 여성을 살해했다. 세상은 이 악마들에게 비난을 퍼부었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열심히 공부해 형사가 된 ㄱ 씨는 A를 붙잡았고, 힘들게 언론인이 된 ㄴ 씨는 B를 공개 비난했으며, 누구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판사가 된 ㄷ 씨는 이들 모두에게 무서운 형벌을 내렸다.

여기서 기자는 심한 불편함을 느낀다. A는 부모 없이 자라 세상 속에서 멸시받던 사람이었고, B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자였으며 C는 외국인이었다. 웃기지만 그렇다. 이번 나주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의 집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었고 가해자 고 씨는 중학교 중퇴로 국가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범죄는 어느 시기에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범죄는 인간이 날 때부터 함께였다. 하지만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는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언제나 약자였다. 특히 사회가 발전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질수록 이는 심화됐다.

‘인생의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법과 국가를 증오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는 이들을 안아주지 못했다. 국가는 범죄사회의 원인을 척결하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혐오하기 바빴다.

범죄자의 인권은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기자 역시 악마를 연상케 하는 범죄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악마가 생겨난 것이 악마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결국 악마를 악마로 키워낸 것은 국가와 사회다. 사회적 보장, 사회적 보호망이 탄탄하지 않고서는 어떤 물리적, 화학적 거세도 흉악한 범죄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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