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남대 학우와 교직원 여러분 댁내 무고하신지요. 지난 8월말에는 유래 없이 강한 태풍이 두 번이나 연속 남부지방을 강타하였지요. 제 지인의 집은 15층 아파트인데 거실 앞 통유리창이 ‘짝’ 갈라졌다고 해서 모두 입을 ‘쩍’ 벌리고 놀랐답니다. 방학 중이었다면 그나마 학교에 꼭 가지 않아도 되니까 더 나았겠지요. 문제는 태풍이 광주지역을 지나갔던 8월 28일이 개강을 한 바로 다음날이었다는데 있었지요. 저도 화요일에 수업이 있었던지라 이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날씨를 걱정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새벽부터 문자가 마구 마구 오는 거예요. 저희 자녀들의 중학교, 초등학교에서였죠. 곧 등교여부를 알려 줄테니 연락을 기다려라, 혹은 위험하니 밖에 외출하지 말아라 등. 결국 9시 이전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광주지역의 초, 중, 고등학생들은 비록 태풍은 불었지만 행복한 공짜 휴일을 즐겼지요. 저도 전남대학교에서도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문자, 혹은 연락을 기다렸지요. 분명히 연락이 올거라고 확신하면서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아, 전남대학교에서는 오전 9시가 다 되어가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조교가 출근한 9시 넘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연락이 없었지요. 9시가 한참 지나서 온 문자는 각 교수가 재량껏 처리하라는 것이었죠. 이 연락이나마 좀 일찍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 태풍은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고, 사전에 여러 가지 발생 가능한 일들을 예측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다른 초, 중등학교에서도 비상연락 시스템이 발동되었을 거구요. 전남대학교 본부와 각 단과대학 행정실에도 물론 비상 연락망이 있고 대비를 하였을 거예요.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죠. 전남대학교의 공식적인 연락은 9시가 훌쩍 넘어서였고, 모든 학과사무실은 수업을 문의하는 연락으로 전화가 불통이었으며, 몇몇 학생들은 태풍을 뚫고 학교에 와서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였죠.

한번 생각해 보지요. 만약 출근하던 교직원이 태풍에 날아온 간판에 다치고, 등교하던 학생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갔다면 비상 연락망은 언제 쓰려고 만들었느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등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겠죠. 맞습니다. 비상연락망은 이럴 때 가동되어야 하는 것이고, 위험을 무릅쓰고 등교하기 전에 연락이 취해졌어야 하지요. 지나간 이야기 길게 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여기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귀여운 뜻 정도로 오해 없이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방의 명문 국립대학이 되려면 취업률도 높아야 되겠지만 이러한 안전망 혹은 비상연락망도 제대로 가동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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