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 구축…민족자산화에 앞장

▲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은 2003년부터 3년간 '재외한인 디아스포라'를 연구해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총서를 발간했다. 2005년 12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총 33권을 발간했으며 이 중 11권은 대한민국 학술원과 문광부의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카레이스키(Корё сарам). 러시아 말로 고려인을 뜻한다. 임채완 교수(정치외교․세계한상문화연구단장)에게 고려인과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낯선 이와의 만남과 소통 그리고 흥미. 그는 세계한인의 삶에 매료됐다. 그는 세계한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떠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등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천착하였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재외한인들과 한국에 사는 한인들에게 다가갔다. 재외한인 거점지역의 경제, 경영, 교육, 사회단체, 언론, 인권, 정보자원 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 임 교수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는 번뜩이는 발상으로 ‘글로벌 디아스포라’를 학문화했다. 임 교수는 “세계화 시대의 자본, 노동력, 상품과 기술 등의 빈번한 교류와 이동, 문화 및 경제 영토 확대의 용이성 등은 우리로 하여금 초국가주의와 글로벌 디아스포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세계 한민족 디아스포라 연구를 토대로 글로벌 학문공동체를 구축하는데 열과 성을 다해 왔다. 그 노력의 결과로 2002년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을 설립하고, 2006년에 대학원 세계한민족네트워크협동과정(이후 디아스포라학협동과정)을, 2012년 5월에는 세계 각 국의 글로벌 디아스포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계디아스포라학회’를 창립하였다. 한상문화연구단은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 구축과 이를 통한 재외한인의 민족자산화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들도 잘 살고 대한민국도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1990년대 기행문 수준의 한인 사회를 10여 년간 연구, 처음으로 학문적 체계화를 시켜 디아스포라의 새 지평을 열었다.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의 설립 목적과 성과 등에 대해 임채완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상문화연구단장인 임채완 교수.
글로벌 네트워크 선도…한인디아스포라가 뭐야?

-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의 설립 배경과 목적은 무엇인가?

“세계 한민족 공동체를 어떻게 구축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연구소 설립의 단초죠. 학술연구차 소련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 고려인들을 만났는데 생활환경이 열악했을 뿐 아니라 세대를 거듭할수록 언어와 문화를 상실하고 현지에 동화되어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죠. 그 때 하였던 생각이 같은 민족에게 교육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던 점입니다. 1991년부터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CIS지역 6개의 한글학교 설립을 비롯한 고려인들의 문화를 중심으로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죠. 이후 1998년 우리 대학의 인문․사회특성화 사업 등으로 재외한인사회문제에 대한 공동연구 기반을 마련했고요. 2002년에 국내외 80여명의 재외한인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을 설립했어요. 연구단의 설립목적은 글로벌 디아스포라 활용을 통한 국가발전, 국가문화자원 브랜드 세계화, 세계한인 공동체 활성화 등이라 보면 돼요.”

- 디아스포라(Diaspora)란?

“디아스포라는 넓은 의미에서 생각해야 해요. 고전적 개념은 민족의 분산 내지 이산을 의미합니다. 특히 유대인의 이산을 말하죠. 그런데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이주가 많아진 오늘날의 디아스포라는 그 개념이 달라졌어요. 자본과 노동을 통해 이주하는 문제들, 국적을 바꾸는 사람들, 장기간 외국에 체류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룹 연구, 국제 노동이주, 정체성의 문제, 문화의 차이 등 개념의 층위가 한층 다양해진 겁니다. 즉, 세계한인디아스포라 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입국하는 타민족 디아스포라도 연구를 해야 하죠. 다시 말해 결혼과 노동을 통해 한국으로 유입되어 형성되는 소위 다문화사회는 ‘우리 안의 디아스포라’이고요. 따라서 세계한인디아스포라와 우리 안의 디아스포라를 국제이주, 글로벌 네트워크, 정체성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론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핵심 개념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초국가주의’와 ‘다문화주의’이어야 합니다.”

-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이 주로 하는 일과 규모 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국내외 각 분야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재외한인과 글로벌 디아스포라에 관한 연구를 체계화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통섭적 아젠다를 개발했어요. 재외한인 거점지역의 경제, 경영, 교육, 사회단체, 언론, 인권, 집거지, 여성, 정보자원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또한 각종 국제ㆍ국내학술회의와 전문가특강, 포럼을 통해 디아스포라 연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조사활동을 통해 연구의 지평을 확대해왔죠. 교육과 연구에 있어 기틀을 잡은 후 2007년부터 3년간 ‘근현대 한인 디아스포라 지식자원 발굴 및 DB구축’사업을 비롯한 총 23건의 중․소형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했고요. 현재는 2010년 선정된 한국연구재단지원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을 통해 디아스포라학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재외동포와 상생관계 지속…국가․민족 발전에 도움 

- 700만 재외동포와 상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디아스포라 연구의 큰 의미 중 하나라 본다. 그들의 교량 역할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설명해 달라.

“한반도 통일에 관련된 국제학회를 러시아에서 개최할 때,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에 봉착한 적이 있었어요. 러시아어로 학회를 열고 전문가들을 직접 초청해야 했죠. 그런데 국제학술회의를 주최하는 전남대뿐만 아니라 민주평통에서 러시아어를 사회과학적으로 구사하는 전문가가 전무했습니다. 다행히 모스크바 대학의 고려인 교수, 러시아 고려인 공무원 등이 러시아의 석학들을 초청해주고 통역까지 맡아 도와줬습니다. 그래서 성황리에 학회를 마칠 수 있었고요. 또한 한류가 다른 나라에 간접적으로 확대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재외동포들이 거주국의 친구들과 함께 K-POP, 드라마 등을 공유한다는 점이죠. 이러한 것들을 재외동포의 민족자산화로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경제적인 측면에서 설명을 하자면, 내년에 광주에서 개최될 세계한상대회를 들 수 있어요. 세계 70여개국의 한인 바이어들이 광주에 찾아오죠. 그들은 대체로 우리와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제품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어요. 이는 한국의 문화․경제 영토를 넓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죠. 이처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재외한인은 거주국과 모국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교량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국가적․민족적 번영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재외한인에 대한 연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연구 과정은 발품 파는 거죠.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 갔더니 밥은 어떻게 먹고 옷은 이렇게 입고 그렇더라 하는 수준에서 그들의 이주 및 정착의 역사, 사고방식, 경제, 교육, 민족정체성, 정보자원 등을 체계화했어요. 국내외 80여명의 재외한인 전문가들이 한인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다양한 현지 조사 및 연구를 했습니다. 최소 한 달에서 세 달 이상 머물다보니 지금은 재외한인들이 어디 사는지 군데군데 다 알고 있고요. 세계 한인들이 서로의 정체성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고 후학들의 연구에 보탬이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봐요.”  

- 지금까지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

“글로벌 디아스포라학을 체계적 학문으로 정립하기 위한 노력들과 독립된 학문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들이 있죠. 국내와 국제 대규모 학술대회를 각각 50회 이상 개최해 연구 성과를 확산시켰어요. 더불어 6개국 19개 기관과 교류협정도 맺었고요. 또 2007년 창간한 <디아스포라연구>가 올해 1월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 학술지로 선정됐습니다. 지난 5월 29일 ‘세계디아스포라 학회’를 창립해 글로벌 디아스포라 연구 대상에 대한 국제적 담론을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또 ‘장보고육성 프로젝트(해외시장 개척)’를 개발․운영해 청년실업 해소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요. 지금껏 33권의 세계한상문화연구총서를 발간했고 그 중 11권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대통령 표창(연구소 부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 연구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1990년 초 고려인에 대한 발상으로 한인디아스포라 연구를 시작했죠. 시작은 선택인데 지금은 이 연구가 운명으로 느껴요. 고려인, 조선족, 재일․재미동포 등의 사회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한국인들이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고 한국인들이 무엇을 해야 민족이 융성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했던 것 같아요. 일례로 모스크바의 레닌도서관과 중국 동북 3성 조선족 집거지에서, 그리고 일본 재일코리안과 관련된 망실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의 근ㆍ현대 자료들을 DB화 시킨 점은 대단히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 한민족으로서 그들과 교류․상생하면서 전통적인 문화와 역사의 일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은 대단한 긍지로 느껴졌고요. 더불어 소련에서 자료 조사하다가 간첩으로 몰려 도망친 전임연구원의 일화, 10년 동안 연구에 빠져 가족끼리 외식 한 번 못해본 점, 뭐 이정도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웃음)”

▲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전임 연구원들.
디아스포라 현상의 보편성 연구…‘디아스포라 디지털아카이브’ 구축
 
- 세계디아스포라학회를 창립한지 3달이 지났다. 학회 결성의 의미와 연구계획은 무엇인가?
 
“영국,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이스라엘, 한국 등 총 14개국 145명의 디아스포라 연구 석학들을 발기인으로 한 국제학문공동체입니다. 학회의 온라인, 오프라인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할 것이고요. 각 나라의 디아스포라를 비교․분석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연구할 겁니다. 이는 세계적 보편성을 가진 디아스포라 이론 정립에 활용하려 해요. 아울러 국제학술지 출판을 통하여 글로벌 디아스포라 연구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유능한 세계의 신입회원을 발굴ㆍ영입하여 각 지역별․연구 분과별 협의체를 구축하려 합니다.”

- 앞으로의 연구단 운영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그 동안의 성과를 밑거름 삼아 재외한인 경제, 문화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려 합니다. 유대인, 화교, 일계인, 러시아인, 아르메니아인 등 세계 각 국의 디아스포라에 대한 연구를 확장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또 국내외에 산재된 디아스포라 관련 도서, 신문, 문화콘텐츠 등 정보자원의 발굴을 통해 ‘디아스포라 디지털아카이브’를 구축하려고요. 이를 위해 세계디아스포라 국제학회의 확대 운영과 국제전문학술지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이는 디아스포라 담론을 확장시키며, 다양한 지역․계층 간의 문화 욕구를 충족하고 문화격차 해소, 문화예술창작활동을 촉진함으로써 동북아 디아스포라 문화자원의 디지털 서비스 체계를 구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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