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낮아 취직 어렵다” 화풀이 방화.

지난 6일 <광주일보>에 실린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우리 대학 ‘비인기학과’ 졸업 예정자인 전 씨는 학점 부진 등으로 계속해서 취업에 실패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8차례에 걸쳐 불을 지른 전 씨를 옹호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난할 수도 없다.

취업이 안 돼 졸업을 유보하며 4학년만 2년째 다녔다던 전 씨. 그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이었을 수 있다. 국립대의 등록금이 저렴하다고 하지만 상대적일 뿐, 200여만 원의 돈은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우리 대학 9.1%의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 학자금 대출은 다음 학기 대출로 이어질 수 있고 매달 내야하는 이자도 올라간다. 전 씨는 빨리 취업해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지만 취업이 안 돼 빚쟁이가 될 자신이 두려웠을 수 있다.

혹은 전 씨는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었을 수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봤다고 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생계형 알바생’이 많다. 등록금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시간이 부족해 학점 관리가 어렵다. 전 씨는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 하느라 ‘스펙’이 부족해 취업을 못 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을 수 있다.

전 씨가 불을 지른 이유가 무엇이 됐든 간에 졸업을 앞둔 그가 대학에서 얻은 것은 ‘묻지마 방화’ 뿐이었다. 매 학기 마음 졸이며 다닌 대학 4년. 등록금과 취업 때문에 4년 내내 전전긍긍 했다 하더라도 졸업 후 변하는 것은 없다. 대학 때 안고 있던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가시방석에 앉아있던 4년이라는 시간은 전 씨를, 그리고 우리를 방화범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불을 질러 태워버리고 싶은 사회가 고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졸업 후 ‘좋은 것’을 안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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