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사람 사는 세상의 필연이다. 이 ‘바뀜’의 활동은 사회화의 과정이며 소통의 단초가 된다. 때문에 바뀌는 자리가 높을수록, 임무가 중할수록 그 절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김윤수 총장 이임식’이 지난 16일 열렸다. 김 총장의 4년 임기가 마무리된 이날 행사에는 대학본부 주요 보직자, 교수, 직원, 동창회 관계자 등은 물론 취재진까지 몰렸다. 홍보대사 학생들이 행사장 입구와 내부 곳곳에 배치됐고, 여성 ROTC 학생이 동원돼 꽃다발 증정식을 하기도 했다. 더해 식전 행사로 국악단을 불러 가야금병창을 선보였으며 제1학생회관 광주은행 창구에서 본 여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도 연출됐다. 어쨌든 행사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부끄럽다. 떠나는 사람은 있는데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이 ‘반쪽 행사’가 부끄럽다. 특히 총장이라는 중요한 직분에 새로 올 사람이 없는 이 같은 사단에도 이날 행사가 축하 분위기로 진행된 것이 또 부끄럽다. 물론 새 총장이 안 뽑힌 게 김 총장의, 그리고 대학 본부의 탓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총장 후임자가 없는 초유의 사태에 이 같이 거창한 이임식을 한 것은 생각해볼만 한 문제다.

김 총장은 이날 이임사를 통해 “오늘은 용서를 비는 날입니다”라고 전했다. 맞다. 행사 며칠 전에 미리 뿌려진 이 이임사를 보고 이임식에 대한 성격 규정의 탁월함에 감탄했다. 현재 석연치 않은 청소용역 노동자 해고로 매주 화요일 대학본부에선 ‘어머님’들이 농성을 하고 있고 이 농성은 이임식 이틀 전에도 진행됐다. 또 다수의 교수와 학생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추진하다 현재 답보 상태에 있다(이 글이 마감된 후, 지난 24일 대학 본부는 ‘총장직선제 폐지’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공포했다-편집자). 취임할 새 총장이 없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모두 ‘현재진행형’인 문제들이고, 이를 남겨 두고 가는 자는 용서를 빌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임식 내내 기자는 김 총장의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사전에 보도자료로 배포된 이임사를 읽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임식에 참석했으나 되레 실망만 얻었다. 물론 이임식이란 단순한 ‘세레모니’ 현장에서 구구절절 반성의 말을 늘어놓는 것이 적절하진 않다. 그렇지만 현재진행형인 큰 문제들을 떠넘기게 된 입장이라면 마냥 웃고 즐기는 이임식은 곤란하다.

욕심 같아선 굳이 이임식을 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새로 올 사람도 없는데 떠나는 게 축하받을 일은 아니다. 특히 지금 같이 깨끗하게 물러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욱이. 총장이라는 ‘책임 있는’ 자리라면 더 더욱이. 답은 김 총장이 이임사에 인용한 김남주 동문의 <돌멩이 하나>라는 시에 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고자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시 속의 돌멩이. 떠나는 자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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