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지의 학내 선교활동이 문제가 되고 있으나 이를 막기 위한 학내 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학내 선교를 금지한다는 유일한 안내판.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 아니었나. 신천지에 빠졌다는 이유로 납치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는 딸과 “신천지에 이용당하는 딸을 구해 달라”는 엄마.

지난달 13일, 우리 대학 후문에서 일어난 ‘전남대 납치 소동’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내리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소동의 중심에는 ‘신천지’가 있었다. 우리 대학에서 신천지의 선교 활동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금지돼 왔다. 그러나 납치 소동을 통해서도 드러나듯 신천지는 아직까지 우리 대학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전대신문>은 신천지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시선을 살펴보고 신천지의 선교 활동 등에 대해 알아본다.

납치, 맞다? 아니다?
전남대 납치 소동은 우리 대학 후문에서 검은색 차에서 내린 두 세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길을 가고 있던 임 씨를 차에 태웠고, 이를 본 한 여학생이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신천지에 빠진 딸을 데려오기 위해 딸의 어머니가 벌인 소동”이라고 “현재 정읍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가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할머니 집에서 빠져 나온 임 모씨는 지난달 17일 “생면부지의 괴한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팔을 비틀리며…뺨을 맞고 온갖 욕설을 들어야 했다”며 “(언론 보도와 달리)납치 과정에서 어떠한 조사도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인터넷에 탄원서를 냈다.

다음 날 임씨의 어머니는 “일상을 다 포기하고 학교는 휴학하고 가족을 멀리하고 오로지 신천지에만 몰입하는 이런 상황에서 절대 딸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사건과 관계없는 경찰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입니다…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쓴 자필 편지를 인터넷에 게시했다.

이 후 임씨는 광산구 기자회견과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와 함께한 서울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나 가족문제로 치부한 경찰이 사건을 덮었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폭력으로 남의 가정사에 끼어든 이들은 사회적, 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며 자신을 검은색 차에 태우고 간 남성들을 고소했다. 고소한 남성 중에는 임 씨와 잘 알고 지내던 이도 포함돼 있었다.

이를 두고 임 씨의 친구 ㄱ 씨는 “우리와 잘 어울리던 임 씨가 남구의 작은 학원을 간다며 밤늦게 들어오고, 수업도 빠지면서 우리와 조금씩 멀어졌는데 신천지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임 씨를 납치할 수밖에 없던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교수 ㄴ 씨 역시 “납치라는 방법이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깊게 심취한 딸을 위해 엄마로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같은 사건이 또 발생하기 전에 함께 나서서 신천지의 선교 활동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곳곳이 신천지
같은 사건이 다시 한 번 발생할 수 있다는 ㄴ 교수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 신천지의 선교 활동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내 멘토-멘티 프로그램에서 친절한 언니를 만난 ㄷ 씨, 후문 봉사활동 캠페인에 봉사자로 지원해 봉사활동을 간 ㄹ 씨, 후문 카페에서 심리테스트를 받다가 형을 알게 된 ㅁ 씨 모두 큐티 모임을 권유받았다. 큐티 모임은 ‘Quiet Time’의 약자로 쉽게 말해 성경을 읽으며 묵상과 공부를 하는 모임이다.

ㅁ 씨는 심리테스트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형을 따라 큐티 모임에 가게 됐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줘 큐티 모임에 여러 번 나가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신천지가 아니다”고 말했던 그들은 알고 보니 신천지였고 큐티 모임은 신천지의 교리를 배우는 곳이었다. ㅁ 씨는 “떳떳하게 스스로의 종교를 밝히지 않고 거짓말하는 그들이 싫어 그 곳에서 나오게 됐다”며 “후에 알고 보니 학내에서 이뤄지는 큐티 모임의 99%는 신천지다”고 말했다.

이처럼 후문은 물론 학내에서까지 신천지의 선교 활동이 빈번하게 이뤄지다 보니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ㄷ 씨는 “신천지는 학교의 공식적 프로그램까지 선교 활동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신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정도면 신천지의 선교 활동이 무척 심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ㄹ 씨는 “혼자서 학교를 걸어갈 때면 심리테스트, 설문조사를 이유로 말을 거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난다”며 “처음에는 친절히 응했지만 신천지가 이름과 전화번호를 얻기 위한 쇼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모든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ㅁ 씨 역시 “분명히 신천지인데도 신천지가 아닌 척 다가오니 때문에 신천지가 아닌 사람들마저도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신천지의 선교 활동을 직접적으로 겪은 학생들만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신천지가 학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심리학과, <전대신문>, 출판사 등을 사칭하기 때문에 사칭 기관들의 신뢰를 잃게 한다. 심리학과의 한 학생은 “신천지 신도들이 심리학과 논문을 준비 중이라며 심리테스트를 요청해 진짜 심리학과 학생으로서 진짜 설문을 해야 할 때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 신천지의 일원으로 의심되는 여자에게 접근하자 황급히 달아나며 기자를 성추행범으로 몰았다. 동아리연합회에 따르면 쫓아오는 사람에게 성추행범이라고 하는 것이 그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진=2010년 <전대신문> 자료사진

금지 게시판 달랑 하나
학생들은 신천지의 무분별한 선교 활동으로 인해 불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본부는 학생들의 불만에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본부는 “선교(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외부 단체 행위 및 미 허가 행위를 일체 금한다”는 안내판을 정문과 후문, 제 1학생회관 앞, 언어교육원 등에 설치했다.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학교는 종교 보다 학생이 먼저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선교 활동을 허락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안내판의 실효성은 거의 없었다. 경고 안내판이 있든 없든 신천지는 선교 활동을 진행했다.

본부 측은 “어떤 종교이든지 학교 내에서 선교 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황실에 연락망을 갖춰놓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학생들 스스로도 선교 활동에 현혹되지 말고 상황실에 연락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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