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과 자존심, 그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이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길이다.
자존감과 자존심, 그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이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나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상대를 알고 있어도 자신을 모르거나, 자신을 알아도 상대를 모르면 패배의 위험은 높아진다. 

근래 들어 ‘자존감(自存感)’과 ‘자존심(自尊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전적 의미로 단어를 풀어보면, 자존감이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자존심이란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라고 나와 있다. 이렇게 읽어 보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테다. 하지만 이 둘은 마음먹기에 따라 행동양식, 성격, 인간관계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애(自愛)를 바탕으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거만하거나 게으른 법이 없다. 꾸준히 존재 이유를 찾으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관용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찾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시킨다. 이겨내기 힘든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깊은 자의식에 뿌리내린 정체성으로 훌륭하게 극복해나간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전략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는 현명함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한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을 가진 사람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자존심을 앞세우다 많은 사람들, 부, 명예 등을 잃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타인에 대한 존경심, 이해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본인 생각에, 자신의 위치에 불이익이 있거나 품위에 해가 된다고 느껴지면 ‘자존심상’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차 없이 그것들을 잘라내고 덜어낸다. ‘더러운 일을 당했다’, ‘나에게 감히 이런 일을 하게 하다니’라는 생각으로 그 자리를 훌훌 털어내고 떠난다. 우리가 기억하고 알고 있는 자존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또, 강한 자의식으로 타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자신이 이 사회를 이끄는 것이고 타인은 그 사회를 따르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자신 위에 누가 존재하여 다룬다는 것은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우선이고, 타인은 다음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존감은 좋은 것이고, 자존심은 나쁜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자존심도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상황과 때에 맞지 않는 쓸데없는 자존심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당장 먹을 식량과 옷이 없는데도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은커녕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다며 포기한 채 안일하게 대처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과 자존심을 구별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인이 인식하는 세계와 마주하게 되는 세계가 일치하지 않기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옳지 못한 길로 빠지거나 사회와는 단절된 채 스스로를 철저히 격리시키게 된다. 이는 인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무척 우려되는 부분이다. 의미 없는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자신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자존감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우리 모두는 존엄한 존재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들은 그 둘을 구별하는 현명함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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