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지와 보조운동장 사이에 위치한 우리 대학 한국공룡연구센터.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음∼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당신은 ‘아기공룡 둘리’를 기억하는가? ‘아기공룡 둘리’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인기캐릭터였다. 둘리가 공룡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줬다면 우리 대학엔 공룡의, 공룡에 의한, 공룡을 위한 조직이 있다.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가 그곳이다. 국내 유일의 공룡전문연구센터로서, 학문 연구뿐만 아니라 공룡관련 문화산업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센터장인 허민 교수(지구환경과학·고생물학)를 만나 센터의 설립 목적과 하는 일 등을 들어봤다. 그는 “공룡은 나이, 배경, 문화 등을 초월하여 만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공룡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신비로움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공룡의 대중화를 위해 20년 이상을 몸 바쳐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세계 최초 한국 토종공룡 복원, 공룡 관련 학술·문화사업, 발굴공룡 학명 등재 등이다. 그의 공룡 사랑과 공룡연구센터가 갖는 의미 등을 소개한다.
 
공룡 연구 선진화 앞장…한국 공룡학·문화산업 도약계기 마련

- 1999년 6월에 한국공룡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센터의 설립 배경과 목적은 무엇인가?
“1996년부터 전남 해남에서 공룡 화석지 발굴을 시작했다. 해남의 초식공룡 및 익룡 발자국을 발굴한 것을 시작으로 여수, 보성, 화순을 거쳐 남해안 화석지의 중요함을 알게 됐다. 남해안의 공룡 알, 공룡 뼈, 새 발자국 등 다종의 화석들은 세계적이었다. 그에 비해 연구 활동이 미미했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공룡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었고 공룡을 어떻게 연구할지 의문을 품었다. 또한 문화재청이나 지자체 등에서 공룡에 대한 학술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래서 학술적인 연구를 기초로 하는 기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연구소 설립 목적은 공룡과 관련된 다문학적 연구를 심화하고 공룡의 국가브랜드화를 위함이다.”   
  
- 센터에서 주로 하는 일과 규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하는 일은 큰 틀에서 ‘공룡 화석지 발굴 및 연구’ 와 '과학 대중화 전시 및 프로그램 개발'이다. 구체적으로 공룡·익룡 등 고생물학적 연구, 공룡 정보 및 문화 프로그램 개발과 고생물 화석지에 대한 전시 교육프로그램 개발, 공룡 화석 발굴지의 과학적 보존처리, 외국 대학·박물관들과 지속적인 국제협력연구 등으로 나뉜다. 공룡 화석을 통해 공룡이 언제,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 공룡의 대중화를 위해 해남 공룡 및 익룡학습관, 보성 비봉공룡알 및 공롱뼈 체험학습관, 여수 섬특화체험학습관 등에 공룡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는 연구센터 별관으로 ‘공룡체험학습관’을 운영 중이다.”

▲ 허민 한국공룡연구센터장이 8500만년 전 모습으로 복원된 코리아노사우르스 모형을 토대로 발굴 및 연구과정 설명하고 있다.

- 지금까지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가 있다면 알려 달라.
“먼저 한반도 주요 공룡 화석지를 발굴해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전남 해남 우항리, 화순 서유리, 보성 비봉리, 여수 사도·낭도, 경남 고성, 마산, 창녕 등이다. 해남의 경우 공룡발자국 514점, 익룡 발자국 443점 등 세계 최대 규모 익룡 발자국이 있는 곳이다. 또한 보성에서는 25개의 알둥지 화석, 230여개의 공룡 알 등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완전한 형태의 공룡 알 내부 분석과 공룡의 산란 환경 및 유형 연구를 진행했다.   
 
또 세계 최초로 한국 토종공룡인 코리아노사우르스를 복원했다. 2003년 5월 보성군 비봉리에서 공룡 골격으로 추정(40% 정도 보존)되는 화석을 발견하면서 모형으로 복원하는데 총 7년이 걸렸다. 코리아노사우루스는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 관련 논문이 다양한 학술지에 등재됐다. 또한 코리아노사우루스를 비롯해 발굴 공룡인 부경고사우루스, 해남이크누스를 학명으로 등재했다.  

공룡 발굴은 보물찾기…발굴 중 바다에 빠진 적도 

- 공룡 발굴 과정과 연구 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현장탐사의 경우, 화석지를 돌면서 기초조사를 하고 화석을 보며 공룡 화석인가 아닌가를 알아야 한다. 공룡 발굴은 일종의 보물찾기와 같다. 공룡 알은 조그마한 껍질만 보이는 게 대부분이고 공룡 뼈는 작은 파편만 보고 감으로 알아야 한다. 전부 다 숨어 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서면 지자체에 발굴 신청을 한다. 허가가 떨어지면 규모를 보고 기계를 동원해 발굴 작업에 들어간다. 발굴에 성공 시엔 기계를 동원해 연구센터로 옮겨 상세히 분석하고 연구에 착수한다.”  

- 발굴 및 연구 과정 등에서 느낀 점 및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기억에 남는 일화야 참 많다. 공룡 화석 발굴이란 게 결국 발품 파는 거다. 예전에는 기계가 없어 발굴된 화석을 큰 석고로 싸서 옮긴다든가, 경운기 동원하고, 연구원들이 군대식으로 수작업했다. 요샌 그나마 기계가 좋아져 화석을 옮기기 수월한 편이다. 또 공룡 화석이라 제보 들어와도 95% 이상이 아니다. 큰 신발 자국이 공룡 발자국이라는 경우도 있었다.(웃음)

1996년 해남에서 초식공룡의 거대 발자국을 발견할 당시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발굴 현장에 들어가면 연구원들에게 발굴 작업을 주문해놓고 따로 주변조사를 다녔다. 발굴 작업 장소에서 1km 정도 떨어진 갈대밭을 뒤졌는데 퇴적층 하나하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중 갈대 밭 사이로 큼지막한 돌이 눈에 들어왔다. 그 돌을 만져보니 본능적으로 느낌이 왔다. 바로 발굴 팀원들을 불러 장시간의 발굴 작업을 했고 거대한 발자국을 보자마자 쾌재를 불렀다. 맥주 붓고 난리였다. 마치 F1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는 느낌, 잊을 수가 없다.

또 여수 목도에 발굴 작업을 갔을 당시 바다에 빠져 겨우 구조된 적도 있다. 보통 먼저 탑승한 사람이 가장 먼저 내리는데 이끼에 미끄러져 바다에 풍덩 빠졌다. 올라오다가 배와 부딪칠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우리 연구원이 발굴 도중 망치질하다가 내 발등을 찍어 병원 신세 진 적도 있다. 아직도 영광의 상처가 선명하다. 절뚝거리면서 발굴하고 그랬었다. 현장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 <한반도의 공룡>(EBS다큐·2008), <점박이-한반도의 공룡>(3D영화·2012)의 고증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과와 목적 등에 대해 듣고 싶다.
“제가 썼던 논문을 바탕으로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만들었다. EBS 측에서 공룡 관련 다큐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감독과 작가가 직접 찾아와 한 달 동안 연구센터에 살았었다. “공룡 종은 뭘로 해야 될까요?”, “이 공룡이 침을 흘릴까요, 안 흘릴까요?”(웃음) 이런 식의 질문부터 시작해서 서로 수많은 논의와 수정·작업 과정을 거쳤다. 이 다큐의 시나리오가 영화 <점박이-한반도의 공룡>의 기본 바탕이 됐고 영화 역시 3년 이상의 고증 작업을 거쳤다. 이러한 문화 산업에 역점을 두는 것은 우리나라의 공룡을 대중화시키기 위한 점, 공룡의 국가브랜드화로 산업 활성화를 위함이다. 공룡 관련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 영화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의 한 장면.
다음달 우리 대학서 세계중생대학회 열려

- 올해 8월 중 ‘세계중생대육성학회(11차)’가 우리 대학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회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다루는가?
“중생대학회는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300여명의 전문 학자가 참여해 활동 중이다. 11차 대회에서는 2억5000만년 전부터 6500만년 전까지 중생 시대에 살았던 공룡을 비롯해 각종 동물과 식물화석, 퇴적환경, 생태, 각종 이론 등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적으로는 4개의 분과로 나뉘어져 있다. 공룡의 진화 분과, 화석, 지질 유산 분과 등이다. 또 대회 참가자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해남, 화순, 보성, 여수, 고성 공룡화석지 등 ‘한국 백악기 공룡 해안(남해안 화석지)’ 도 답사할 예정이다.”

- 앞으로의 센터 운영 방향과 연구 계획에 대해 알려 달라. 
“현재까지 850여종의 공룡이 나왔는데 앞으로 1400종 이상이 발견·연구돼야 한다. 새로운 이름이 나올 것도 너무나 많고, 새로운 진화에 대한 발견 등 해야 될 게 너무나 많다. 앞으로 지역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공룡의 멸종, 공룡의 연골화석에서 DNA를 뽑아내 새와 공룡의 진화 과정을 유전자로 밝혀내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 공룡의 멸종과 진화 과정이 인간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인간은 공룡보다 생태학적으로 사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면 인간은 언젠가 멸종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기후변화나 혜성 충돌 등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예측하는 것. 또 그 당시 살았던 나무들 중 신생대까지 생존했던 식물들이 많고 2500만년 전과 현재의 지구가 비슷한 환경을 보이고 있는 측면이 있다. 화석을 통해 탄소 동화작용에 관한 연구라든지 지구의 변화를 예측하는 게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환경 보호에 대한 교훈을 주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대한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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