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 여름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 중에 하나이다. 방학이란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또는 더위, 추위가 심한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일. 또는 그 기간으로 정의되는 말만 들어도 행복하게 하는 단어다.

돌이켜보면 특히 여름방학은 더욱 신이 났었다. 제주 어촌이 고향인 나는 초등학교시절엔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먼저 2학년까지는 10m 쯤 되는 항구 모서리를 헤엄쳐 가는 게 동네 형들이 원하는 첫 과제이다. 물론 특별한 교육 없이 형들이 하는 것을 어깨 넘어서 배운다. 그래야 해안가에서 같이 노는 게 허용되었다. 5학년까지는 100m 정도 되는 항구 입구를 왕복 단독수영을 해야 비로소 헤엄을 친다고 여겼다. 그 후로는 물안경을 끼고 수영을 하면서 낚시를 하였다. 물고기들이 어디에 많이 있는가 탐색을 하며 물고기가 입질을 하는 광경이나 직접 미끼를 물고 있나를 보면서 낚시 하였다. 가끔 문어나 전복이 발견되면 잠수해서 잡곤 했었다. 지금은 잡어로 많이 팔리는 어랭이, 놀래기, 쥐치 등은 아주 익숙했던 어종이다. 잠수에 관한 실력은 아직도 25m되는 실내수영장은 넉넉하게 한 번에 갈 수 있다.

중학교 이후로는 여름방학에 공부해야하는 분위기로 바뀐다. 중 2때는 난생 처음으로 육지에 오게 되었는데 그 곳이 광주이다. 친척집에 있으면서 유명한 학원에서 과외를 받으려고 했는데 이미 수강신청이 마감되어 충장로에 있는 학생회관 도서관 책상 밑에 사인만 하고 일주일 만에 돌아갔다. 물론 그 당시 사직공원에 있었던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했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고등학교 때는 보충수업 혹은 자율학습 명목으로 거의 학교에 등교했던 것 같다. 다른 것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고 2때 국어선생님이 보충수업 중에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 시를 암송하라 해서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속 깊이 깊이 아로새길까 기쁨 앞엔 언제나 괴로움이 있음을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면 우리의 발밑 다리 아래로 영원의 눈길 지친 물살이 천천히 하염없이 흐른다...'를 외웠다. "몇 년이 흐른 뒤 보충수업 했던 것 중 아마 이것만 기억이 날 것이다"라고 말씀 했는데 정말 이것만 기억에 남는 다. 대학교 의예과 2학년 여름방학 때는 본과에서 영어원저로 된 교과서 강의만 있으니 영어 단어공부를 미리하자해서 도서관에서 'VOCABULARY 22000'을 열심히 암기했었고 첫 예문이 'I'm sober' 는 'I'm not drunken'과 같은 뜻이 라는 걸 아직도 생각이 난다.

방학이 시작될 때면 동그란 계획표를 그려 시간별로 일정을 잡아서 아침 6시 기상, 청소, 공부, 잠시 휴식, 또 공부 등등 책상 앞에 붙여놓고 몇 일 동안은 차질 없이 지켜지는 듯 하지만 모든 방학 때마다 제대로 했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본래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공격하기에 앞서 촉한의 제2대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는 절대 절명의 자세를 삼자해서 '出師表'를 써 놓은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력했고 그 정성이 모여 나름 이 자리에 있지 않았나 싶다. 이미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각자 하고자하는 목표를 잡고 애쓰고 있지만 행여 지금이라도 처음처럼 시행이 안 되었거나 부진하면 이 지긋지긋한 여름날을 바다, 산, 개울가에서 잠깐 쉬어가자. 한번 더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한 두달 남은 방학을 잘 이용하면 평생 당신 몸과 마음에 행복이 가득할 것이다. 희망을 갖고 가자.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르리라고 애초 기대했던 사람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열심히 하지만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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