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출범하였다. 각 당은 지난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도개혁과 노력들을 하였다. 통합진보당은 경쟁부문 비례대표후보를 당원 직접선거를 통해 순위를 부여 하였고, 민주통합당은 모바일 투표제를 도입하여 국민참여를 확대하였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대리투표와 동원투표 등 부정, 부실로 이어져 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였다.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인원동원, 조작가능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였고, 실제 광주 동구에서는 모바일 선거인단 불법모집 의혹으로 선관위 조사를 받던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여전히 금품과 조직동원을 앞세운 부정, 불법 선거 관행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금품살포와 조직동원, 여론조작을 통해서라도 당직 선거나 공직 후보자 선거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것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할 수 있고, 기득권을 유지,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성 정치권만의 문제도 아니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나 대의원 선출방식도 중앙정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혈연, 지연, 학연에 따른 조직동원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조직동원이 대표자 선출과정에서 어김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사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정인이나 특정 정파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누구나 대표가 될 수 있는 방식, 선거부정이나 연고주의의 병폐를 타파할 수 있는 방식, 금품선거를 극복하고 선거비용 걱정이 없는 방식, 그러한 대표 선출방식으로 추첨제를 제안해 본다. 추첨제는 한마디로 조직 대표나 대의원을 조직구성원 중에서 제비뽑기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추첨의 원칙과 추첨대상자의 자격, 선거와 병용 등 구체적인 활용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추첨제는 ‘다수에 의한 결정’이 최선책이라는 대의 민주주의의 고정관념을 깬다. 또한 다양한 부문의 사람들이 대표그룹에 진입할 수 있게 만들고, 차기를 고려한 경제적 유착과 정치적 거래를 없앤다. 무엇보다 대표자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엘리트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권력의 독점과 집중현상도 약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정말 선거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주어져 있는가. 오히려 선거는 기득권이 재생산되는 또는 기득권 세력 간 경쟁하는 구조 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대의 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추첨제만이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추첨제가 선거의 병폐를 해소하고, 진입장벽을 없애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시민의 직접정치와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이나 노조에서 각각의 정파가 서로 대의원을 장악하려는 소모적인 경쟁이나 권력을 독점하고 유지하려는 부패한 행태에 대해 제비뽑기라는 처방은 어떤가. 꼭 허황된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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