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4월에 지역대학 발전방안(시안)을 공표하고 올해 안에 확정안을 내기위해 서두르는 모양새이다. 정부의 시안은 "지역대학 시대를 연다"라는 슬로건 하에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여러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과연 정부는 위 슬로건처럼 지역대학의 비약적인 성장을 위한 강력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국가정책결정자의 의지를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려운 작업인지라, 제시된 정책 패키지의 효율성과 파급효과의 분석을 통해 국가의지의 진정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시안에 포함된 제반 정책은 크게 특성화, 우수인재 유치, 그리고 R&D 사업으로 구분되며 각 영역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시되고 있다. 예컨대 정부는 지역대학의 특성화를 위해 LINC 사업을 대폭 확대하며,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지역대학의 장학과 취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고, 아울러 R&D 역량강화를 위해 네트워크형 연구체제 구축에 집중할 것을 공표하고 있다. 문제는 시안에 포함된 대부분의 정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기존 정책의 조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즉 지역대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추동할 새로운 정책비전이나 효율적인 전략이 신선하게 제시되기 보다는 기존의 중점과제를 재구성하여 시안으로 발표한 감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정부의 지역대학을 발전시킬 의도나 의지는 있는 것일까?

정부의 지역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점(problem)―해법(solution)의 궤적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 시안의 가장 큰 착오는 지역대학의 현재의 문제점을 보다 근원적인 방향에서 파악하기 보다는 학령인구 감소나 지역인재 유출 그리고 청년취업 등의 마이크로 현상에서 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역대학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세계화와 중앙화(centralization)라는 메가트렌드에서 발생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자와 사고의 세계화는 대학의 위상을 과거의 상아탑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사회봉사 기관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세계화의 확산으로 인해 대도시 지역이 국가 간 네트워크의 허브기능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중앙화는 더욱 가속되기 마련이다. 이에 세계화와 중앙화 시대에 지역대학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던 숲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시안은 어떻게 지역대학이 세계화와 중앙화의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반대로 리스크는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의지를 담고 시작해야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지역대학 발전해법은 "자율과 경쟁의 법칙"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는 시장의 법칙이지 국가의 교육정책이 아니다. 국가는 지역균형발전과 백년대게 교육기관 발전을 위한 봉사와 헌신의 정책의지 실현체이다. 그러나 시안은 자율과 경쟁의 법칙을 바닥에 깔고 마켓의 수요자들에게 여러 해법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정책별로 정부의지는 공급자로서의 관료주의적 행태도 자주 나타나기에 시장의 수요자들이 더욱 헷갈린다는 점이다. 즉 정부의 선호도에 따라 평가의 잣대가 시장에서 관료주의로 천차만별로 변할 수 있는 가변성이 교과부 정책의 주요 특징이다. 예컨대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자율과 경쟁 잣대를 활용하여 국립대 길들이기를 하거나 또한 직선총장제를 걸고넘어지는 이상한 행동은 위의 정부의지의 이중성에서 도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가는 국립대 숲을 복원하게끔 지원하는 역할로 돌아와야 한다. 자율과 경쟁의 화법을 동원하여 몇 그루 남은 나무에 물을 줄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국가의 행위가 아니라 비열한 시장의 행위이다. 교과부는 초심의 국가의지를 견지하여 국립대와 지역대학의 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방안을 다시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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