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성호 교수님은 전남대 공채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수의대 문제가 결코 규정의 잘못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헌법을 비롯해 어떤 규정도 결코 완벽할 수는 없으며, 전남대학교 공채 규정과 진행과정은 비교적 객관화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지난번 공채부터는 외부 대학 교수가 2명이나 참여하게 되어 있어 심사위원의 인적 구성에서도 객관성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의대 공채 과정이 또다시 말썽을 불러일으킨 것은 결국 규정보다 거기에 참여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수의대 교수님들은 수의대 공채를 객관화하기 위하여 심사위원을 모두 외부 교수로 위촉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본부가 거절했다고 말하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은근히 본부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공채과정에서 외부 교수 2인을 포함해 전문적 식견을 가진 6명의 교수들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여 결론을 도출했다면 구성원들은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심사교수 2명(청원인에 포함됨)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결과에 서명(동의)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공정관리위원회와 평의회의 결정에 대한 부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양 기관을 합쳐 10여명 이상의 교수들이 각각 축조 심의에 참여하였고, 더욱이 평의회는 분과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본회의에서 다시 검토하여 공채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최종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청원인들은 설령 결과에 불만이 있더라도 일단 승복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에 대하여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공정관리위원회나 평의회의 결과에 승복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청원을 하여 수십명 교수들의 시간을 낭비시켰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2) 총장 이하 본부 보직자들은 산하 기관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지도력을 발휘하여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공정관리위원회와 평의회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본부 측은 청원인들을 불러 결과를 존중하도록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보완조치를 약속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총장은 청원인들이 이번 심사를 불공정하게 이끌었다고 지목한 핵심 당사자(학과장 겸 심사위원장)를 본부의 중요 보직에 임명해 청원인들을 자극한 것이다. 학과장(겸 심사위원장)은 잘잘못을 떠나 조직의 책임자로서 이 사태에 대하여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총장이 그를 본부의 중요 보직에 임명하여 버렸으니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인사가 아무리 총장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이번 인사는 결코 사려깊은 행위로 보기 어렵다.
(3) 수의대 사태로 인하여 가장 피해를 많이 입고 있은 사람들은 학생들,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학원생들이다. 대학원생들이란 항상 시간에 쫓기고 또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기들을 지도하고 장래를 함께 걱정해주어야 할 교수들이 수년 째 편이 갈려 싸우고 있으니 그들이 어떻게 편히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또 수의대 사태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상태에서 우리 사회의 통념상 그들이 졸업 후 직장을 구할 때 시끄러운 모교로 인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4) 한쪽이 교육부나 감사원 등 외부 기관에 청원을 한 만큼 당분간은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그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수의대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의대 사태를 단순한 공채 문제로 국한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본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의대 문제에 대하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의대 내에서 수없이 많은 분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대학 행정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본인은 즉각 수의대에 대한 경고가 있어야 하며, 그 경고의 한 방법으로서 수의대를 당분간 농대나 의대에 위탁 관리시킬 것을 제안하고 싶다. 수의대는 오래 전에 이미 자치 능력을 결여한 조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립대에 분규가 생기면 관선 이사를 파견하여 위탁 관리하는 것처럼 수의대도 인접 내지 유사 대학에 위탁 관리시킬 필요가 있다.
(5) 어떤 대학에서 인사부정 문제가 불거지면 사람들은 그 대학 전체를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는 세상이다. 우리는 이제 수의대 사태를 더 이상 수의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남대 전체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수의대 구성원들 사이에서 "내 탓이요"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대학 구성원들이 유·무언의 압력을 행사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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