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사는 세상' 안에서 '노무현'을 만나다.

봉하마을. 기자는 이 단어를 볼 때마다 세 가지 ‘의미’를 떠올린다. 첫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고 있었던 곳. 둘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더욱 아련하게 느껴지던 곳. 셋째 너무나도 간절히 가고 싶었던 곳.  

그 봉하마을로 떠난 날은 2012년 5월 18일. 바로 ‘5‧18민중항쟁’이 일어났던 날이었다. 사실 5·18의 ‘시작’을 널리 알린 전남대학교 학생으로서(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 기념행사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문득 ‘봉하마을’이 떠올랐다. 이런 날에 혹시 혼자 쓸쓸하진 않을까, 적적해하진 않을까.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더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봉하마을행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설렘 안고 ‘봉하마을’로 향하다

봉하마을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김해로 바로 가는 직행버스가 없어 창원을 거쳐야만 했고, 이동시간도 3시간 30분으로 무척 길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해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14번 시내버스를 타고 진영역까지 가는 것이 30분. 다시 10번 버스로 환승해서 또 20분이 걸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한 총 이동시간이 4시간 40분~50분가량이었다. 게다가 버스 배차 시간도 버스에 따라 20분에서~1시간이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5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정확한 버스시간을 모른 채 출발했기에 망정이지(?), 알고 있었으면 엄두도 나지 않았을 터였다. 어찌 됐든, 오랜 시간 이동한 탓인지 ‘우여곡절’ 끝에 봉하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무척 기뻤다. 아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 와중에 14번 버스 안에서 들리는 안내 방송은 ‘생소함’을 넘어 ‘신기할’ 정도로 오랜 여정에 큰 힘이 되었다. 보통은 차분한 톤으로 ‘이번 정류장은 OOO, OOO입니다’ 방송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가끔 가다 14번 버스의 방송 멘트가 ‘이번 정류장은!(높은 톤으로), OOO, OOO(낮은 톤으로)입니다..’ 로 나왔다. 듣는 순간, 풋. ‘시작’은 밝으나 ‘끝’에는 여운을 남기는 소리. 긴 여행길에 위로가 되는 소소한(?) 재미였다.

자연 속에 안온함, 봉하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 '바람'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그걸 이용해 제 모습을 보여주는 노란 바람개비.
봉하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노랗게 물든 바람개비’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이기도 한 ‘노란색’의 바람개비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어찌나 힘차게 돌아가던지, 손님들의 방문에 ‘반가움’을 금치 못하며 들떠 있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떠올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참! 예전에 봉하마을을 언론에서 어떻게 표현했었는지 기억하는가? 당시의 봉하마을은 ‘노무현의 아방궁’이라고 불렸다. 시간이 흘렀지만, 참으로 영광스럽게도 그 ‘현대판 아방궁’에 드디어 발을 디딘 셈이었다. 그런데 눈이 잘못된 건지 잘못 찾아온 건지. 그 ‘아방궁’이라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검소한 자태의 집들과 아기자기한 길, 아름다운 자연들뿐인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안경’을 썼기에 이리도 다른 모습일까.

그리고 봉하마을에는 예전 살던 집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대통령 생가’, 방문객을 위한 찻집으로 운영하다 서거 후 기념품 가게로 바뀐 ‘사람 사는 세상’, 대통령 관련 유품과 사진, 기록물과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추모의 집’, 유언대로 ‘아주 작은 비석’만 남겨져 있는 ‘대통령 묘역’, 이름만 들어도 가슴 메어지는 수려한 모습의 ‘부엉이바위’, 봉하마을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사자바위’ 등 볼거리가 많다. 더 찾아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하천형 자연습지로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아름다운 100대 하천에 선정된 ‘화포천’과 대통령이 손님들이 오면 늘 함께 이 길을 거닐었다던 봉화산의 ‘함께 걷는 대통령의 길’이 빼놓을 수 없는  장소로 손꼽힌다.

‘진짜’ 사람이 사는 세상, 그곳의 ‘노무현’

▲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 대통령 묘역의 박석에 담긴 메시지에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대통령 묘역으로 향하다 보면 많은 ‘국화꽃’들이 저마다의 주인을 기다리며 꽃병에 꽂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헌화하려는 방문객들에게 파는 것들이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 대가를 지불하는 데 있어서 자발적인 ‘행동’을 요구했다는 점이었다. 혹여 돈을 내지 않고 가져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도, ‘사람’을 믿는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대통령 묘역에서는 방문객들의 끊임없는 조문객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행동 하나에도 조심스러워했고, 심지어는 울음까지 글썽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닥에 깔린 작은 박석(바닥돌)에 담긴 그를 향한 진심 어린 ‘메시지’는 여러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곳을 찾는 방문객들 모두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진짜’ 사람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 했던 사람, 그곳에 바로 ‘노무현’이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살펴보면 17대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고, 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6대 노무현 대통령까지 총 9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그 중에서 ‘생존자’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단 3명이다. 2009년에 2명의 ‘큰 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그 빛을 잃어버린 그들로 인해 2009년은 무척 슬픈 해였다. 대한민국에 민주화 바람을 안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도 크나큰 슬픔이었지만, 최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다양한 사회문화 사업을 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슬퍼했었다. 대통령직에 있으면서도 여러 고난을 겪었을 뿐 아니라 그 후에도 평안한 날을 보낼 수 없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그의 고향, 봉하마을에서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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