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5월 23일, 교수·직원·학생 등 용봉골 식구 모두가 직접 선거에 의해 제 19대 총장을 선출하게 된다. 지난 2월 7-8일, 선정신청인 등록에 이어 3월 22일의 간선 절차에 의해 선정된 총장선거 후보자들 중에서 대학구성원들의 직선에 의해 최종 선택하는 종착점에 온 것이다.

1988년 대학민주화의 상징으로 모든 대학인들의 축복과 기대 속에 닻을 올린 총장직선제는 약 사반세기의 역사를 거치면서 끊임없는 도전과 시련을 함께 하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다 그렇듯이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도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성을 가질 수 밖에 없으므로 적절한 관리에 의해 빛은 발하게 하고 그림자는 사라지게 하는 소위 '지킴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밖은 물론이고 대학내에서 조차도 총장선거를 우리나라 대학발전의 원초적 걸림돌로 치부하는 반민주적 시각이 확산되어 왔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행,재정적 압박을 통해 총장직선제의 폐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여론몰이에 의해 대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그랜드 플랜의 첫 단초임은 지난 대학의 수난사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새삼스러운 논의이지만 대학의 자유는 단순한 학문적 연구와 미래 세대의 교육에 필수적 기반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을 넘어서고 있음을 우리사회가 처한 절박한 위기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위기는 대학민주화와 함께 피땀흘려 쟁취한 자유를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지켜내지 못한 결과의 다름아니다. 특히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이 국가 및 지역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전략을 창의적으로 설계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확산되면서도 이러한 창조적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유가 그 바탕이고 대학의 자유를 지키는데 대학 스스로의 자율적 거버넌스 구축이 선결조건이라는 인식은 오히려 도전받고 있다. 그간 우리사회는 어렵게 얻어진 자유라 할지라도 이를 지켜내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였기 때문이다. 대학과 사회는 자유를 지키는데 있어 상호 긴밀히 네트워킹 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학은 비전제공자로서 먼저 사회에 앞서 자유지킴을 선도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총장직선제가 대학의 자유를 지키는데 있어 모든 것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대학과 우리사회의 자유를 지키는데 있어 시금석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총장직선제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한 대학들이 간선제를 논의하고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대학들은 간선제에 의해 총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해당 대학 구성원들의 무력감과 패배의식은 잠재되어 있어 앞으로의 대학 자율성 유지에 심각한 장애요소가 되고 있음은 해당 대학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대학은 현명한 선택을 하였고, 또 그러한 자율적 선택이 가능할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 큰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부산대와 경북대 등 지역거점대학과 함께 외로운 섬이 되고 있다. 섬이라도 지키라는 모든 대학인들의 간절한 눈초리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바램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의 총장선거는 우리 대학의 자치역량이 충분하고도 탁월함을 보여 주어야 한다. 선거이기 때문에 갈등과 오해와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음에 겸허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여야 한다. 우리 대학이 다시금 우리사회의 빛이 되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모두가 참여하고, 감싸 주고 그리고 앞장 섰던 5월 민주항쟁의 큰 뜻으로 멋지게 선거를 치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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