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거리에서는 버스킹 공연도 진행됐다. 이같은 거리공연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공감과 변화를 통해 소통하는 영화‘축제’

 

중간고사도 끝나고 꽃도 폈는데 스무살의 봄날은 여전히 무료하기만 하다.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한 후 대책 없이 전주로 향했다. 영화팬이 몰려 영화표가 매진되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저 설레기만 했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안·독립영화 축제다. 이번 영화제는 ‘함께 변화하는 영화제!’를 주제로 공감과 변화를 꿈꿨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전주에 도착했다. ‘길치’여도 죽으란 법은 없다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길을 모르는 관광객도 셔틀버스에 타기만하면 극장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혼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길치의 무모한 자신감은 결국 택시를 타게 만들었다.

첫 영화로 개막작 <시스터>를 선택했다. 누나와 동생이 사실은 엄마와 아들이라는 비밀을 담은 가족영화였다. 영화가 끝날 무렵 예정에 없던 감독과 관객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 깜짝 선물은 관객들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관객과의 대화는 감독과 관객이 영화에 대한 해석, 비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영화를 봤다. 개폐막작 <시스터>, <심플 라이프>를 포함해 <미쓰마마>, <방황하는 소녀들>, <우린 집에 돌아갈 수 없어>와 ‘불면의 밤’에서 상영했던 <헤드샷>, <몬도마닐라>, <라스트스크리닝>이다. 특히 폐막작 <심플 라이프>를 보다 마음이 뭉클해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영화는 주인과 하녀의 관계가 어머니와 아들의 사랑으로 그려진 영화다.

모든 영화가 끝날 때 관객들의 박수가 울려 펴졌다. 엔딩크레딧 마지막 글자가 올라가는 순간 또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소리는 영화에 대한 예의를 넘어서 영화에 대한 감동이 녹아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날이 새도록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을 위한 불면의 밤도 진행됐다.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진행되는 불면의 밤은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팬들에게 또 하나의 기쁨을 선사했다. 몰려오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조는 관객들도 있었다. 연예인 홍보대사들이 직접 전해주는 간식은 졸음을 달아나게 했다.

작은 도시 전주는 청춘들의 꿈이 가득 차는 공간이었다. 영화의 거리를 돌아다닐 때면 그들의 버스킹공연, 댄스공연, 밴드들의 라이브공연 등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눈을 떼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봉사단이 상영시간 몇 분 전마다 소리쳐 안내를 해주곤 했다. 덕분에 영화의 거리에서 실컷 구경하다가도 시간을 맞춰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짧지만 길었던 1박 2일 동안의 여행을 끝내고 광주로 돌아왔다. 시험을 끝내고 나름대로 ‘일상탈출’을 시도한 보람이 있었다.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더 많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더 많은 풍경을 눈에 담지 못해 아쉽기만 했다. 그래도 전주는 한 편의 영화처럼 감동과 행복을 선물했다. 소박한 작은 도시의 풍경이 영화에서도, 거리에서도, 공연에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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