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 <전대신문>은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려 합니다. 기획 ‘사람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는 18일부터 총 4차례, 매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엮은이
 
때는 바야흐로 3월. 서울 시청에 일이 있어 잠시 그곳을 걷던 기자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길가에 위치한 노점에서 '호떡'을 찾았다. 그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무심한 눈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서울 사람들 틈에서 '가슴 뜨거운' 사랑을 만나게 될 줄은 말이다.

아무리 길가에 있는 노점이라지만 처음부터 외관이 무척 초라했던 집. 사실 처음 발견했을 때만 해도 들어갈까 말까 무척 고민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데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곧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발걸음을 휘감는 노점문구. '호떡 두 개에 천 원'. 웬만한 노점에서도 세 개에 이천 원인데 여기는 무척 가격이 쌌다. 크기가 무척 작나? 하는 의심도 들 정도였다.

'한 번 들어가 보자.'

호떡 할머니와 어눌한 말투의 아들

▲ 그날 기자는 호떡 2개와 함께 사랑을 먹었다.

 

“안녕하세요”

“예예, 좀만 기다리소. 방금 오천원 어치를 사간 사람이 있어서. 미안해요”

그 안에는 방금 대화를 나눈 인상이 참 좋으신 할머니 한 분과 그 아들로 보이는 40대 정도의 남자 한 분이 앉아 있었다. 사투리가 하나도 없음에도 포근한 느낌이 왜 드는지. 할머니의 어조는 무척 곱고 정갈했다. 카페나 도서관, 강의실에서나 들을 수 있을법한 차분한 억양. 이런 '누추한' 곳에 어울리지 않았다. 여하튼, 천 원어치만 주문했는데도 맨손으로 기름을 치고, 반죽하고, 뒤집으며 무척 친절하게 호떡을 만드셨다.

'대단하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아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아, 이 일하며언 돈 조옴 벌어?”

“그렇지. 아무것도 안하면 돈도 못 벌지.”

“하기인 엄마 말이 맞네에.”

약간 어눌한 말투. 어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듯 아들로 보이는 남자는 어딘가 모자란 듯 말을 조금씩 늘이며 질문을 해댔다. 옷도 깔끔하게 입었던데, 어디가 부족해서 황금 같은 오후 시간에 여기에 앉아있는 것일까. 할머니는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대는 아들이 귀찮지도 않은지 옆에 두고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호떡을 만드셨다. 뜨겁지 않을까? 걱정이 될 무렵, 문득 할머니의 손을 보았는데, 글쎄, 할머니의 손은 이미 깊은 '나이테'가 곳곳에 새겨져 있었지만, 고목과 같이 여전히 단단해보였다. 한참을 감탄하고 있는데 드디어 호떡이 완성됐다. 하지만 호떡 두 개를 포장지에 담으면 먹기 불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종이컵 같은 데에 담아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러자 다시 시작된 그들의 대화.

희망에 사랑이 있다

“그러면 아이디어가 있지”

“아이디어어? 그게 뭔데에?”

“호호, 보면 알거야.”

할머니의 방법은 포장지를 두 겹으로 접어 그 사이에 호떡을 담는 것이었다.

“와아, 우리 엄마 대단해애”

감탄하는 아들의 모습이 어찌나 천진난만해보이던지. 할머니도 아들의 칭찬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정작 중요한 포장지는 이미 '기름범벅'이 되어버려 먹기 불편했지만, 환하게 웃는 모자를 보니 가슴 한 구석이 찡해져왔다. 비록 손과 입에 기름을 잔뜩 묻혀야만 했지만 짧은 순간, 그들만의 특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

누군가는 이 모자가 참 어렵게 사는 이들로 볼 테지만, 그 앞에서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분명 그렇지 않을 테다. '삶'을 이어가는 노력, 그리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긍정.  그 '아름다운' 기운을 지친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비바람이 유난히 세차던 그 날, 아직 우리 사회에 사랑은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게 된 좋은 '길잡이'가 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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