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피겨스케이팅에서 훈련과 노력으로 ‘피겨여왕’의 자리에 오른 김연아 선수.

요즘 ‘대세’는 누굴까? 각 분야마다 꼽는 대세는 다르겠지만 ‘격투기’를 예로 들겠다. 세계적인 격투기 단체인 UFC를 보자. 챔피언 산토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K-1 챔피언 오브레임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그는 ‘괴물’ 브록 레스너를 꺾은 남자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으로 상대 선수를 한방에 KO시키는 화끈한 모습을 보고도 매료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현재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옥타곤(경기가 펼쳐지는 팔각형 링)을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들의 대결이 아니다. 바로 그 영향력에 있다. 이들의 경기는 벌써부터 전 세계의 관심과 주목을 끌며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다.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챔피언이 된다는 것. 이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나 자신이 곧 ‘국가’다
‘60억분의 1’의 사나이라 불렸던 효도르(Fedor)를 기억하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흥행했던 격투기 단체 ‘Pride’에서 ‘황제’로 군림했던 남자다. 그의 Pride 업적은 27전 25승 1패 1무효. 그의 기록은 이미 전설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전성기 시절, 러시아의 무술인 ‘삼보’를 중심으로 강인함을 뽐내던 그로 인해 삼보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제일 강한 남자’가 삼보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데 어느 누가 관심이 없을 수 있을까. 덕분에 그는 ‘러시아의 황제’로 군림하며 러시아의 이미지를 선양하는데 기여했다. 효도르의 강력함이 러시아의 강력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 경기마다 국민들은 그의 강렬한 모습에 열광했고 장기인 ‘얼음 파운딩(내려 꽂는 펀치)’이 상대방에게 작렬될 때마다 환호하며 자신들이 러시아 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리고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어난 골잡이로 활약하던 코트디부아르의 축구선수 드로그바(Drogba)는 자신의 뛰어난 커리어를 통해 2002년부터 5년간 수만 명이 사망한 치열한 내전을 종식시키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당시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팀이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티켓을 획득하자,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다음과 같이 호소한 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조국의 국민 여러분, 적어도 1주일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춥시다.”

코트디부아르의 ‘영웅’이나 다름없었던 그의 호소는 정부군과 반군 모두를 감동시켰고, 그 후 1주일 동안 코트디부아르에서는 건국 최초로 총성이 울리지 않았으며, 2년 뒤에는 내전이 완전히 종식되었다. 이 일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으며, 그 위업을 이룬 그에게 ‘드록신’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었다. 

그들의 분전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등하다는 편견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시도조차 포기하려 할 때, 동양인으로서 ‘UFC’라는 거대한 단체에 진출하여 ‘7초의 기적’을 일으킨 격투가가 있다. 바로 ‘코리안 좀비’ 정찬성 씨다. 각국의 내로라하는 거친 격투가들 사이에서 한두 명씩 상대를 제압하더니, 그 꾸준함으로 ‘강자’로 군림하던 캐나다의 마크 호미닉까지 단 7초만에 바닥에 눕혀버렸다. 이는 세계가 경악한 사건이었다. 역대 최단 시간 KO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UFC뿐 아니라 세계가 동양인 격투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

세계적인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더욱 열광한다. 골리앗과 같은 그 엄청난 리그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여 활약한다는 것에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 선수가 골이라도 넣으면 나라가 들썩인다. 그의 경기가 있는 다음 날은 한마디로 아주 ‘난리’가 난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이런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놀라운 활약은 해외 스카우터들의 눈길을 한국으로 고스란히 끌고 와 다른 한국선수들의 해외진출을 도왔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처럼 ‘불모지’라고 생각됐던 종목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룬 것은 나라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김연아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세계를 혹하게 했고, 박태환은 신체적인 불리함을 노력과 근면함으로 영리하게 극복하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에 알렸다. 88올림픽, 2002월드컵 등의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과 같은 효과를 우리나라에 안겨준 그들은 이미 우리들의 영웅들이다. 더욱이 김연아는 그 영향력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일조하며 우리나라의 얼굴이 되기도 했다.

‘동양인’이라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명문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

희망이 있어 행복하다
사실 우리들 삶은 너무 각박했다. 그로 인해 우리는 행복을 쉽게 놓쳐왔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끝나고 자고, 어떤 것도 새롭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세계무대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활약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삶에 활력소가 생긴 것이다. 강한 남자들의 무대 UFC에서 상대를 폭발적인 펀치로 때려눕히고, ‘월드 클래스’가 지키는 골문을 향해 강한 슈팅을 날리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위로받고 희망을 찾는다. 열강들 사이에서 약소국의 설움을 남몰래 삼켜야만 했던 과거의 치욕을 스포츠에서 통쾌하게 설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