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관객들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 이도 잠시, 신나는 밴드의 공연에  관객들은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며 ‘마봉춘 쌩쑈’를 즐겼다.

밴드, MBC 노조와 함께한 4시간의 작은 콘서트

안철수 교수로 떠들썩했던 지난 3일, 우리 대학에 또 다른 손님이 왔다. 오후 6시 대운동장을 찾은 ‘마봉춘 사람들’이다. 광주·여수·목포 MBC 노동조합원들은 공정방송을 위한 범시민문화제 ‘마봉춘 쌩쑈’(이하 마봉춘 쌩쑈)를 위해 우리 대학을 찾았다.

콘서트가 열린 3일은 MBC 파업이 65일, 광주 MBC 파업이 23일을 맞던 날이다. ‘방송을 순식간에 정권의 도구로 전락시킨 사장’을 둔 공통점을 가진 KBS, YTN,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도 파업 중인 때였다. 마봉춘 쌩쑈 시작 전 김귀빈 광주 MBC 아나운서는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진 상황이기에 TV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며 “여기까지 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많은 시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마봉춘 쌩쑈를 기다리던 관객석에는 희망보다 추위가 가득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탓에 관객들은 “추워서 오래 있지 못하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밴드강산에의 무대가 시작되자 추위는 점차 뜨거움으로 번졌다. “응원하러 온” 넘버원코리안과 상식이밴드, 박광수, 로맥틱펀치, 안녕바다 밴드들이 몰려와 ‘쑈’를 펼칠수록 열기는 더 올라갔다.

추위를 잊은 관객들은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고 소리를 질렀다. 신이 난 보컬은 무대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기차놀이를 하며 무대 주위를 휘젓기도 했다. 활기찬 광경에 대운동장으로 운동하러 나온 시민이나 파업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모여들었다. 살레시오여고 2학년 안진 씨는 “전남대에 무슨 콘서트가 열린다고 해 와봤다”며 “파업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음악을 즐기며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밴드 공연 중간 중간에 광주 MBC 신얼씨구학당 진행자인 백금렬, 지정남 씨가 올라왔다. 이들이 내뱉는 구수한 사투리 섞인 풍자에 관객들은 웃느라 어쩔 줄을 몰랐다.

“영감 왜불러 경제살리라 뽑아놨던 우리 대통령 못봤소 봤지 어딨소 미국경제 살린다고 미친소 타면서 설치제 미쳤군 미쳤어 미쳤군 미쳤군 미쳤어 어쩐지 비호감 이라더니.”

언론 장악을 낳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김재철 MBC 사장도 신랄하게 풍자했다. 기금마련을 위해 지역미술가의 그림을 경매하는 시간에 응원 차 방문한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을 무대 위로 불렀다. 고흐 자화상 뒤에 영도 조선소 크레인을 그린 그림을 “아내에게 물어보고 구입하겠다”는 장 교육감에게 “호텔 이용을 법인카드로 한 사람(김재철 사장)도 있는디 그보다 훨씬 저렴한 요것은 법은카드로 긁어도 된당께”라며 농도 짙은 풍자를 던졌다.

한편 강풍으로 인한 비행기 결항 때문에 이날 오후에 예정된 강연이 취소된 최승호 PD가 뒤늦게 차를 타고 내려왔다. “전남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강연이 취소돼 아쉽다”고 말문을 연 최 PD는 “이번 파업은 이명박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와 자유 언론, 검찰 개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해줬기 때문”이라며 “진실과 정의에 대해 다함께 염원하자”고 호소했다.

많은 유명 인사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이는 당연 최일구 앵커였다. 직설적이고 독특한 멘트로 유명한 그는 기대하고 있던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유행어 ‘뿌잉뿌잉’을 외치며 무대로 올라온 최 앵커는 “이 땅의 민주화에 앞장선 전남대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와서 정말 좋다”고 했다. 또한 백금렬 씨가 근황에 대해 묻자 “껄쩍지근허제”라며 “솔직하게 살아왔는데 파업을 위해 보도국 부국장을 사퇴하니 정직 3개월 상을 받았다. 더 정직하게 살아야하나 보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마봉춘 쌩쑈’에 참여한 기병수 씨(영어영문학·06)는 “얼른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언론이 위기라고 하지만 기자들이 위기를 깨닫고 행동에 옮기고 있기 때문에 위기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희망찬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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