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올 김용옥 교수가 '전국 도덕·윤리교육자대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의 한국학중앙연구원 대강당에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의 핵심은 명인륜(明人倫), 즉 인륜·도덕·질서를 명료하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윤리’다.”

‘자살’, ‘폭력’ 등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연일 반복되는 가운데, 타개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의 도덕·윤리교육자들이 한 데 모였다. 한국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와 한국윤리학회 등의 공동주최로 지난달 31일 열린 ‘전국 도덕·윤리교육자대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도올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는 도덕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다. 이날 강연장은 전국 사범대·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및 학생, 현직 윤리교사, 각 시도교육청 도덕윤리교육담당 장학사 등으로 가득 메워졌다.

학업성취도 세계 2위, 그러나 자살률도 세계 1위
‘OECD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세계1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세계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꼬리표. 경제규모 또한 세계 1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상반된 기록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날 김 교수는 ‘도덕교육’이 그 근본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도덕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잊는 것과 같다. 따라서 도덕이 없으면 이 민족의 미래 또한 없다.”

현재 도덕교과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전면 시행됨에 따라 ‘집중이수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중학교 3년, 총 6개 학기 중 특정 학년이나 학기에만 도덕교육을 주당 5시간씩 ‘집중적’으로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도덕 수업을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도덕적 ‘행위’를 이끌어 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교육적 연계가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실천’이 중요한 도덕교육에 이 같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몰상식”이라고 지적했다.

“현실 개선할 어진 정치 필요”

▲ 강연을 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교수.

“지금은 ‘군주가 백성과 더불어 즐기는 것(與民同樂)’을 모르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넓고 큰 기개(浩然之氣)’를 기르기 어렵고 ‘인의(仁義)’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총체적 난국이다.”

김 교수는 강의 내내 최근 역주 작업을 마친 <맹자>를 인용하여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풀어 말하자면 ‘정치’에 문제가 있어 ‘교육’에 차질이 생기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바른 ‘인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어진 정치’를 구현할 ‘기회’가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강연이 끝날 무렵 “지금 비록 난세가 깊어 땅이 갈라지고 풀들이 말라 비틀어졌지만 한번 장대비가 패연하게 오면 순식간에 되살아날 수 있다”는 그의 말도 위와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가 비유한 ‘한 번의 장대비’는 무엇일까. 교육철학 없는 교육현실을 시정하기 위한, 나아가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한 그것. 답은 ‘오늘’ 당신의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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