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왔다. 곳곳엔 인물사진이 크게 박힌 펼침막들이 걸려있고, 길거리에선 색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얀 장갑을 끼고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 선거철이 되면 늘상 보게 되는 풍경이지만 언제 봐도 별로 달갑지 않다. 저들은 과연 누구를 위하여 승리의 종을 울리려 하는가. 그럴듯한 말과 그럴듯한 정책으로 연일 떠들어대지만 항상 의문이 든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우리를 속이고 있는 자 누구인지. 화술의 달인들로 말 바꾸기를 잘하고, 처세술에 능해 강한 생명력을 가진 그들, 그들은 바로 우리나라의 진정한 정!치!인!.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방송을 통해 보여준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코메디였다. 국회의사당에서 보여준 방망이 뺏기 싸움, 온갖 비리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고도 늘 국민들 앞에서는 당당한 그들의 뻔뻔함은 우리 젊은이들로 하여금 정치에 무관심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요즘 '나꼼수'라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현 정권의 비리 의혹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점점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지금의 경제적 상황과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서 오는 불만들이 이 방송을 통해 그 원인을 것이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우리나라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할 법은 권력을 쥔 자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치우치지 않아야 할 언론은 왜곡된 정보들로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려놓고, 민주주의 사회라면 응당 지켜져야 하는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는 통제와 감시의 체제하에 철저히 무시됐다. 한 나라에서 절대권력이 가질 수 있는 힘을 모두 보여준 것 같다.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천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실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너무 충격이었다. 권력의 힘으로 법과 언론이 통제된 사회에서 어찌 제대로 된 정의가 실현되며, 아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해 보인다. 땅에 떨어진 우리의 명예를 다시 되찾을 수 있는.

사실 그 동안 우리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또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으로 정치를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결과는 참혹했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잃어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서 물대포를 맞아야 했고, 언론의 자유를 잃어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 잡아들여 벌금을 내야 했다. 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법은 늘 있는 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다. 이제는 좀 바뀌었으면 한다. 적어도 우리 국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비상식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그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그리고 다가오는 대선을 통해 우리가 가진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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