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모텔에서 시작해서 모텔에서 끝난다. 모텔은 한국 영화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공간이다. 도심 한가운데부터 교외의 인적이 드문 곳까지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이면 늘 들어서 있는 모텔. 이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을 창작자들이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일 것이다. 모텔을 드나드는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사람들은 불륜 커플일수도 있고 가출 청소년이거나 아직 독립을 하지 못한 젊은 연인일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처럼 게이 커플일수도 있을 것이다. 거리의 모텔 하나하나가 모텔을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품고 있다. 주택가격은 감당하기엔 너무 높고 자취방은 연인과 함께하기엔 너무 좁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연인을 데려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외박 한번을 할 때도 온갖 거짓말을 지어내야 하는 이곳에선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영화에서처럼 게이 커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모텔은 밀폐된 공간이다. 또한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다. 모텔은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햇살이 밝게 비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손가락질하고 비난한다. 모텔은 그들의 사랑을 자유롭게 하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그들은 웃고 다투고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밝은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사랑은 사라져야 한다. 그들의 사랑은 밝은 햇볕에 허락되지 않는다. 그들은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다. 밝고 넓은 세상에서 그들이 사랑은 떳떳할 수 없다. 숨겨야 하는 사랑이며 그렇기에 결실을 맺을 수 없는 사랑이다. 그들은 사랑의 도피처로 모텔을 선택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영원히 도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조금 다른 사랑을 하기 때문에 손가락질 받는 그들이 손가락질과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별뿐이다. 동성애자가 아닌 척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다. 사랑을 비디오테이프에 간직한 채 그들은 영원히 모텔이라는 공간을 떠난다. 모텔은 밀폐성을 가짐으로써 타인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공간이 된다. 특히 ‘사랑’은 타인이 있을 때 부자연스러워지게 된다. 비단 동성애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사랑하고 싶을 때는 단 둘이 있고 싶어지는 법. 누구라도 타인에게 구애받지 않고 사랑하기 위해 모텔을 찾는다. 사랑을 자유롭게 하는 공간. 꽤 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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