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적응에 정신없는 사이 봄이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다. 따뜻한 봄햇살 때문인지 우리의 마음도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 사면이 콘크리트로 이뤄진 강의실을 벗어나고픈 우리를 위한 재미난 미술관이 하나 있다. 반듯한 액자 안에 흐트럼없이 그림이 걸려 있는 미술관이 아닌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보는 ‘시화문화마을’의 골목 미술관이다.

문화동에 위치한 골목 미술관은 광주지역 대학생들과 문화동 주민들이 함께 꾸민 벽화마을 이다. 시화문화마을에 들어서면 골목 구석구석 담벼락에 그려놓은 개성 있고 독특한 벽화가 가득하다. 옛 그림책에서나 볼법한 빨래하는 아낙네와 소를 끄는 소년 그림부터 앤디워홀의 작품을 본뜬 듯한 현대적인 느낌의 팝아트까지 다양한 벽화가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커다란 진돗개가 그려진 담벼락이었다. 귀여운 진돗개 벽화에 가까이 다가가니 담벼락 너머에서 개가 짓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단순히 유명한 작품이나 캐릭터를 카피한 벽화라기보다는 이 곳 주민들의 생활모습이 그림 하나하나에 녹아 들어있다.

시화문화마을의 가장 큰 매력을 뽑자면 벽화만이 예술이 아닌 공간 자체가 또 다른 예술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곳을 걷고 있으면 햇볕, 바람, 그 위를 떠다니는 구름, 그리고 벽화 너머 살고 있는 시화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까지도 예술처럼 느껴진다. 또 시화마을은 도시 외곽에 있기 때문인지 유명한 관광지가 된 여타 벽화 마을과는 달리 한적하고 작은 시골 미술관을 홀로 산책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예쁜 벽화 앞에서 사진만 몇십장 찍고 떠나는 곳이라기보다는 일상에 찌든 마음을 내려놓고 오롯이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햇빛 한 줄기 들어올 틈 없는 실내 미술관이 답답하다면 바람을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골목 미술관’으로 떠나 보자.

위치는 각화초교 버스정류장에서 고가도로 쪽으로 5분정도만 걸어가면 된다.

영화나 연극과 같은 매번 똑같은 문화생활을 벗어나 ‘숨은 樂 찾기’에서 소개한 새로운 예술공간을 찾길 바라며 ‘숨은 樂 찾기’를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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