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우시장에 위치한 할머니장터골목에서 채소를 다듬다 환하게 웃으시는 할머니.

2,4,7,9 이 네 가지 숫자에는 재미난 일을 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말바우시장에 장이 서는 날이기 때문이다. 말바우시장 장날에 모인 사람들은 상인들의 말소리와 호객행위에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말바우시장에는 말바우시장만의 3가지 명물이 있다. 그 첫 번째가 말바우시장하면 떠오르는 팥죽이다. 새알 동동 띄운 동지팥죽은 동짓날에 먹는 음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말바우시장에 들어서면 시장 곳곳의 팥죽집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 중 기자가 선택한 팥죽집은 왕 수제비집이다. 왕 팥죽이라고도 불리는 이집은 10년이라는 세월을 말바우시장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배를 두둑이 채울 수 있다. 왕 팥죽집은 조그마한 규모로 모르는 손님들과 합석하는 게 다반사다. 기자 또한 할머니 한분과 팥죽을 먹게 됐다. 처음 보는 할머니와 둘이서 마치 외할머니와 손녀처럼 병원 다녀 온 일, 시장에서 무엇을 샀다느니 하며 식사를 했다. 또 왕 팥죽의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엄마 여기 앉아”라며 살갑게 그들을 맞이한다. 맛이 일품인 팥죽에 주인아주머니의 살가운 정과 합석하신 할머니와의 담소가 팥죽의 맛을 더 맛깔나게 했다.

다음은 단돈 1,000원으로도 저녁 찬거리 재료를 거뜬히 살 수 있는 명장소가 있다. 바로 할머니장터골목이다. 이곳에서는 장이 서는 날 할머니들이 자신이 직접 기르신 채소들을 판다. 창평, 화순 등 다양한 지방에서 모인 할머니들은 해도 들지 않는 차가운 시멘트벽을 등판삼아 채소손질에 여념이 없다. 1,000원 어치 냉이를 샀을 뿐인데도 할머니는 그 투박한 손으로 봉지 한가득 꾹꾹 담아주신다.

마지막 명물은 시장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동신제과다. 특히 브랜드 제과점에서 파는 빵들이 여기서는 싼 가격에 팔리고 바나나 빵은 3개에 1,000원이다. 이 빵집은 착한가격 뿐만 아니라 맛 또한 여느 제과점과 비교해도 뛰어나다.

말바우시장의 명물 3곳은 가격, 맛, 시장의 인심을 가득 느낄 수 있다. 말바우시장은 맛난 음식과 할머니의 푸근한 인심을 느끼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곳이다. 한 가지 더, 이곳은 단돈 만원으로 장도보고 밥도 먹고 후식도 먹을 수 있는 알찬 곳이다. <끝>

이 기획을 처음 시작할 때 ‘시장에 가면 ○○도 있고’라는 노랫말을 떠올렸었다. 노랫말처럼 시장에는 수많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했다. 약속장소로 손색없는 ‘시장’에서 이번에는 독자들이 ‘시장에 가면 ○○도 있고’를 채워보길 바라며 3번의 ‘시장에 가면’기획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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