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를 넘어 평화로'는 제2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공식 슬로건이다. Beyond Security Towards Peace.  2010년 제1차 워싱톤회의에 이어 2년마다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는 상호간 공멸로 귀결되는 핵전쟁의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국제평화와 협력체제의 구축을 위한 국가간 협의체이다.

그러나 58개국 정상들이 참여하여 선포한 ‘서울코뮤니케’의 내용은 평화를 염원하는 지구인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구체적인 액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예컨대 고농축우라늄(HEU) 제거나 저농축우랴늄(LEU)으로의 전환에 대한 각국의 이견이 심해 모든 국가들이 반강제적으로 취해야 될 결론을 맺지 못하고 결국은 향후 자발적으로 추구하자는 선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판단된다.

2일차 주제인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의 상호관계’회의에서도 원전산업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의 상이성 그리고 핵안전 이행을 위한 재원조달의 문제점 등이 부각되어 제한적인 내용만 코뮤니케에 포함된 느낌이다.

서울회의는 ‘핵테러 없는 안전한 세상’을 위한 범자유주의자들의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21세기 작품이다. 지난 세기의 국제안보가 양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힘의 국제정치였다면 21세기 안보는 과거의 힘의 논리를 극복하는 새로운 국제협력과 평화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자유주의자의 염원이 녹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정상회의에서 각국은 핵관련 안보이슈에 대한 각국의 이해격차를 넘지 못하고 핵없는 세상이라는 이상주의적 목표와 자국이익과의 교환관계의 등식 즉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의 2가지 시각에서 우리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서울회의는 핵테러 없는 세상만들기를 위한 국제적 제도화의 한 과정이리라. 21세기는 글로벌사회와 민주주의 시대이다. 통상의 확대로 인해 국가간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접촉이 일상화된 21세기 지구인사이에 국가관계가 전쟁을 피하고 상호이익과 협력을 강구하는 평화체제의 구축도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으로 글로벌 민주주의의 확산에 힘입어 민주주의 국가사이의 영원한 평화(Perpetual Peace)를 주창하는 칸트주의자들의 거센 주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위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확대와 신칸트주의 인식공동체의 약진은 반드시 국제협력과 평화를 위한 국제적 제도의 정립으로 이어져야 한다.

즉 현재 정상들간의 협의체에 불과한 핵안보정상회의는 향후 WTO나 UN같은 국제레짐으로 새롭게 생성되어 오랜 기간 지속되어야 비로소 우린 핵테러 없는 국제평화의 가능성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2차 서울회의의 결과를 너무 과대하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오히려 개정 핵물질방호협약(CPPNM)을 3차 회의가 열릴 시점까지 발효하기로 한 점은 위의 장기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인 시그널로 파악된다.

또한 정상회의는 국제평화관련 NGO의 주장과 프로그램을 참여시켜 정상회의-NGO간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서 위 제도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핵테러 없는 세상은 공공재로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만 관심을 갖는 영역이 아니라 전지구인의 생사가 걸린 이슈이다.

글로벌 시민들은 국가들의 국제정치의 목표를 군사력 우위로 보고 주변국을 오직 가상의 적으로 인식하는 현실주의자들의 국제관계체제론을 부정한다. 21세기는 새로운 국제정치의 규범(norm)이 요구되리라. 타국을 잠재적인 위협국으로 인식하는 정상들의 시각과는 별개로 글로벌 NGO는 국제정치는 권력의 추구가 아니라 협력과 공존의 무대로 인식하기에 국제평화를 위한 보다 신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1세기 주역인 대학생들에게는 금번 서울회의는 최소한 2가지의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남북한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정체성을 적인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바꾸는 노력을 통해 국가안보와 평화체제가 공히 확보될 수 있다. 두 번째로 향후 사회생활에서 국제평화를 위한 규범창조와 이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데 크게 앞장서야 된다는 점이다. 국제평화에 유익한 철학이나 규범을 창안하였으면 이를 다양한 경로와 활동을 통해 모든 국가와 국제레짐이 받아들이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주도할 소수의 영웅이 21세기 이후의 지구를 이끌어 갈 것이다. 이 글을 읽은 학생 중에 그 영웅이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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