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에서 26년간 공무원직 수행…“자기가 하고 싶은 일 찾아야”

26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호남의 역사적 인물을 찾아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다니는 자칭 ‘역사인물 기행작가’가 한국폴레텍대학 강릉캠퍼스 학장으로 있다. 실습위주의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인문학 개론 강좌를 개설해 직접 강의하는 이는 인문학과 역사, 철학 등을 사랑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역사 선생님의 꿈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다른 방식으로 실현시키고자 전라남도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는 바로 우리 대학 김세곤 동문(법학·71)이다.

▲노동분야 전문 공무원
김 동문은 고등학교 3년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대학 법학과에 입학을 했다. 법대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김 동문은 학생운동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김 동문은 학과공부와 동시에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함께 했다. 착실하고 ‘공부 잘하던’ 그는 대학에 졸업하자마자 7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1977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0년 5·18민주항쟁(이하 5·18)을 전남도청에서 맞는다. 당시 그는 전남도청 사회과에 근무 중이었다. 취약계층과 불우이웃을 챙기는 부서였는데, 5·18 당시 그는 그곳에서 5·18 관련 사망자 처리 업무를 맡았다. 1980년 5월 23일, 김 동문은 5·18로 인해 사망한 시민들을 전대병원에 안치시키기 위해 시신을 옮기는데 “병원에는 이미 시신들이 너무 많아 당시 전대병원 앞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했다.” 그는 당시 시신의 연고를 찾아주기 위해 애썼다. 그 일로라도 5·18의 슬픔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는 당시 “잘못 돌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동문은 공무원 생활 중간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1986년 노동부 사무관으로 부임한다. 사무관 시절 광주지방노동청, 고용관리과, 근로기준과 등에서 일하면서 그는 노동과 관련한 업무에 전문성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김 동문이 고용관리과장으로 있을 때 그는 실업자들에게 취업을 알선해주던 지금의 ‘고용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시켰다. 이후 계속해서 고용노동부에서 활동해오던 김 동문은 노동관련 책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의 노동관련 책으로는 <알기 쉬운 근로자파견제도>, <유럽의 노사관계와 고용>, <객관식 노동법> 등이 있다.
 
▲‘호남정신의 뿌리를 찾아서’
어려서부터 역사에 흥미가 높았다. 역사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었다. 글 쓰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던 터라 그는 자연스레 역사와 우리 문화에 관련한 글을 하나씩 쓰기 시작했다. 목포지방노동사무소장으로 일할 때 김 동문은 전남의 문화예술 및 기행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 <국화처럼 향기롭게>를 발간한다. 이 수필집에 실린 글은 당시 목포지역신문 <목포 투데이>에 연재된 글이기도 하다.

사람을 좋아해 사람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것에 재능이 있었던 김 동문은 사람들이 역사인물을 딱딱한 사료로만 바라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때문에 그는 사람들이 역사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재미난 이야기로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매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는 “사람들에게 역사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김 동문은 “기록”을 택한 것이다. 

김 동문은 노동부 법무행정팀장으로 있을 때 전라남도 역사 기행집을 하나 냈다. <남도문화의 향기에 취하여>란 이 책은 예향의 흔적과 문화의 자취를 찾아다니며 세심하게 기록하고 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써낸 기행집이다. 이후 2006년 11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담양군청홈페이지에 연재했던 ‘송강 문학기행-송강은 아직 흐르는데’를 엮어 만든 <송강문학기행>도 발간했다. 이 책은 송강정철 문학의 고향인 담양을 여행한 후 그 수기를 담은 것이다. 또 2008년에는 <고봉 퇴계를 그리워하다>라는 기행집도 발간했다. 김 동문은 이 책에 고봉의 인간관계와 인간적인 면모를 다룬 조선의 큰 선비 고봉 기대승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의 내용은 광산구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된 것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문화탐방에 대한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2010년 <호남정신의 뿌리를 찾아서(의의 길을 가다)>라는 책을 발간해 호남 선비들의 이야기를 쉽게 소개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길을 의연하게 걸었던 조선시대의 호남선비 30여명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내용 또한 2009년 4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무등일보에 연재된 글이다(무등일보 연재는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도 내 놓았던 호남의병들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면서 그는 “호남정신은 ‘의’”라고 정의했다. 이어 김 동문은 2011년 <호남정신의 뿌리를 찾아서 2. 임진왜란과 호남 사람들>, <청백리 송흠> 등의 책을 발간하는 열정을 보였다.

공무원 직을 수행하면서 김 동문은 호남정신이 깃든 역사 인물들을 찾아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고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몇 백 권의 사료집도 마다않고 본다.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공무원 정년퇴임 후 김 동문은 2011년 9월부터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학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요즘 우리시대의 화두인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일조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특성화된 교육으로 맞춤형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특수대학으로 전국 34개 폴리텍 대학 중 하나다. 현재 강릉캠퍼스는 8개 학과에 420명의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김 동문은 기술에 인문학을 융합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1학년 학생들에게 인문학 개론 강의를 직접 맡아 하고 있다. 강의 내용은 문학, 역사, 철학, 예술, 지역문화답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인문학은 노동을 해방시킨다”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그에 따른 노동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
“호남사람들의 의식은 그 뿌리부터 대단하다. 동학농민운동, 5·18이라는 역사를 보면 그 뿌리의 위대함을 잘 알 수 있다. 불의에 항거했던 뼈대 있는 호남의 자긍심을 느껴라.”

김 동문은 우리 대학 후배들에게 호남사람이라는 자긍심으로 당당히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김 동문이 여기서 강조하는 점은 바로 “하고 싶은 일”이다. 그는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좌절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했다.

김 동문은 앞으로 “내가 잘 알고 있는 노동관련 경험을 살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이어 호남지역으로 가서 “현장답사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 하는 강의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역사적 사실 정리를 재밌는 이야기 전개로 풀어내는 작업도 계속 할 계획”이다.

김세곤 동문은 ▲1975 여수시청 근무 ▲1979 전남도청 근무 ▲1985 노동부 근무 ▲1986 광주지방노동청 근로감독과장 ▲1998~2000 노동부고용관리과장 ▲2000~2003 주미한국대사관 노무관 ▲2003~2004 노동부훈련정책과장 ▲2004~2006 목포지방노동사무소장 ▲2006~2007 노동부법무행정팀장 ▲2007~2008 통일부 통일교육원 ▲2008~2011 전남지방 노동위원회 위원장 ▲2011~현재 한국폴리텍대학(강릉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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