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은 종합대학으로서 국립 전남대학교의 건학 7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한 해였다. ‘정본청원(正本淸源)’을 다짐하며 거행한 다양한 70주년 행사와 회고의 시간을 통해 교육입국의 기치 아래 거점국립대학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전남대의 지나온 과정과 위상은 우리 모두가 충분히 자축하고 자부할 만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2023년의 현실과 건학 100년을 향한 미래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대학 입학 학령인구 기준 2019년도부터 마의 60만 명 선이 무너져 59만 명이더니, 불과 2년 후인 2021년도부터 50만 명 선이 무너
역사철학 수업에서 마르크스의 생산관계에 대해 배웠다. 마르크스는 "노동자에겐 국적이 없다"고 했다. 동의한다. 자본에 국경이 없는 것처럼 자본가에게도, 노동자에게도 국적이 없다.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착취당하기 때문이다.2023년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에겐 여전히 국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 했다. 화물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 연장과 확대를 위한 파업에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전남대를 다니는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학생이라면 '에브리타임(everytime, 이하 에타)'이라는 어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간표를 구성하기 위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동아리나 대외활동에 대한 정보 등을 찾기 위해 대학생들은 에타를 활용한다. 거기서 우리는 정보를 찾고 공유하며, 새로운 인간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만큼 에타는 대학생들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어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하지만 이 에타는 어느 순간 정보 공유와 인간 관계 형성의 공간이 아닌, 상대방을 무작
‘파도타기 삶’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앤서니 기든스라는 사회학자는 현대 사회가 급변하며 사람들은 삶의 장기적 계획이 가능하지 않고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마치 파도타기 삶처럼, 나 또한 파도에 휩쓸리며 마음의 소리를 무시했던 적이 있었다.사람들은 세상에 나온 이상, 자아를 찾아가며 여러 작고 큰 파도를 마주한다. 나도 23세의 ‘교육자를 희망하는 나’가 되기까지 여러 파도를 마주했다. 나에게 있어 첫 번째 큰 파도는 고등학생 때의 진로 결정이다. 그 당시 나는 심리학 중에서도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많아
최근 우리 대학은 새로운 꽃단장에 한창이다. 동시에 각 단과대 및 총학생회 선거 운동이 진행 중이다. 개교 70주년을 맞아 학교에 다양한 행사 역시 함께 진행되면서 재학생의 입장에서는 매우 즐거운 요즘이다. 1644호에서는 다양한 학생 참여 프로그램, 학생 맞춤형 서비스를 알리고 곧 진행될 총학 선거, 단과대 선거에 관해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복합문화공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 교내 느린 와이파이 등 여전히 교내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 역시 존재했다.이번 은 새롭게 출범할 학생회, 새로운 단장
지난 1년간 총학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2023 총학생회 선거가 6일 실시된다. 한 해 동안 비대위 체제로 진행됐지만, 총학이 있었던 것보다 소통을 비롯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학생들은 직접적인 소통 창구가 없어 불편했고, 신문사의 취재 과정에서는 총학이 담당했던 사업인 경우 물을 곳이 없었다.이번 총학생회 선거를 취재하면서도 공백의 현실이 드러났다. 2023년을 이끌 수도 있는 선본이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준비과정은 험난했다. 하나의 업무를 진행할 때면 보통 인수인계하거나 과거의 사례를
5·18기념재단에서 란 제목으로 강연 중 진태원 선생(자크 랑시에르 『불화』 번역)은 1980년 5월의 사람들을 언급하는 도중 2~3분간 침묵해버렸다. 올해 첫 회인 박효선 연극상 수상작인 의 나무닭움직임 연구소 장소익 대표는 수상소감으로 “1996년에…”란 말 이후로 아무 말도 못 잇고 자리에 앉아버렸다.그들의 침묵은 어떤 말보다 지켜보는 우리에게 감정의 공진화를 일으킨다. 소리도 나지 않는 몸짓임에도 숨을 죽이게 된다. 그 공백과 침묵 속에서 생겨난 그들과 우리들의 일시적 공동
전남대학교(전남대) 교육체제를 명시적으로 대표하는 ‘교육과정’이 개편되었다. 2023학년부터 적용되는 개편 교육과정은 그동안 4년 주기로 이루어진 개편의 역사를 고려할 때 개편내용과 개편방법에서 매우 특별한 시도로 교수진과 학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학사학위과정(학부교육과정 2023-2026)과 석사/박사학위과정(대학원교육과정 2023)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의 내용이 그 전과 비교하여 체계화되었고, 개편방법에서 단과대학별 공청회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적절하게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내용구성에서는 대학·단과대학·
SPC 그룹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정규직 노동자 ㄱ 씨가 지난 10월 15일 새벽 6시경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당시 근로자는 주야 2교대로 12시간 노동하고 있었으며, 많은 작업량을 처리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사고를 예방할 배합 기계의 덮개는 반대편 탁자 위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당 기계에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농심 부산공장에서도 20대 ㄴ 씨가 지난 11월 2일 오전 5시쯤 야간작업 중 리테이너(육가공 반죽 금속 틀)에 옷소매가 끼이는 사고가 있었
7년 차 송무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에게서 가장 자주 들어온 말은 “변호사님, 이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두 번째로 자주 듣는 말은 “변호사님, 제발 이겨주세요”라는 호소다. 인생의 절벽에서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들에게 기꺼이 손 내밀고 함께 싸워주는 것이 변호사의 숙명이나, ‘인생의 절벽’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서 변호사를 찾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안타까운 의뢰인들은 인생의 절벽에서 변호사를 찾고, 자신만만한 의뢰인들은 인생의 출발선에서 변호사를 찾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정에 선 변호사’의 모습
새 학기를 맞이하는 2월과 8월에는 수강신청을 통해 한 과목이라도 더 담고자 치열한 사투가 벌어진다. 당일이 되면 사양 좋은 PC방을 찾아가는 학생도 있고, 포털사이트(ex. 네이버, 구글)에서 초침이 있는 시계를 틀어 일분일초까지 온 신경을 집중하기도 한다. 이는 흡사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전시회나 공연(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광(狂)클(Click)’(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함을 뜻함)하는 팬의 모습처럼 보인다.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동안 학생들은 매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마다, 듣고자하는 과목을 사수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이
‘自(스스로 자), 我(나 아), 省(살필 성), 察(살필 찰)’, 즉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여 살피는 것을 뜻한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한 적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여러 번 하면서 답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완벽한 결론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25세, 남성, 군필, 대학생, 1남 1녀 중 막내 등’ 여러 가지지만 단어 하나로 나를 완벽하게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무작정 답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7일째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기사를 준비하고, 계속하여 올라오는 보도를 지켜보고 있지만 과연 막을 수 없었던 참사였나 싶다. 참사 당일 새벽, 실시간으로 뉴스 특보를 보며 확인했던 사상자의 수는 27명이었다. 심정지 환자가 많아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말에서 시작했던 소식은, 막을 수 없는 불길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27명에서 54명을 넘어 세 자리 숫자에 다다를 때까지 늘어날 뿐이었다. 17일이 지난 지금은 누구에게 이 책임을 돌릴 것인지만 바라보고 있다. 분명히 상기해야 할 것은 충분히 막
“7,881,809.”이 숫자는 하나하나의 생명입니다. 더 자세히는, 우리나라에서 일 년간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는 한 마리 한 마리 새들의 수입니다.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새들은, 인간이 만든 유리창 앞에서 날개가 꺾여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투명 유리창은 미관상 아름다워서, 채광에 용이해서, 건축 구조상 안정적이어서 등 여러 이유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투명 유리창이 하루 약 2만 마리의 생명을 빼앗아 간다면, 과연 아름답게만 보일까요? 오늘의
지난 10월 29일 헬로윈 축제가 한창이던 서울 이태원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사상자는 사망 156명, 부상 187명으로 총 343명이다. 좁은 골목길에 별다른 통제 없이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숨통이 막힐 정도로 사로 밀착되다가 끝내 압사되거나 커다란 부상을 당했다.산업화된 대도시의 핵심은 흐름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매우 유동적이고 상호작용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이동에 흐름이 단절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흐름의 단절은 밀집으로 나타나고 극단적인 경우 이번 사건처럼 비극적인 ‘압사’로 이어질 수 있다.
전대신문 1643호에서는 1면의 두 기사가 특히 눈에 띄었다. 하나는 총학생회 부재에 관한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우리 학교 교수의 폭행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늘 우리 대학 이슈가 전면에 실리기는 했지만, 이 두 가지 문제가 비교적 무게감이 있어서인지 이번 호 기사들에서는 특히 전대신문이 학내 문제나 사건을 알리는 데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느껴졌다.비슷한 상황의 다른 학교들이 여럿 있기는 하나, 우리 학교는 유독 총학생회와 관련된 잡음이 많았다. 학생회의 자질문제, 입후보자의 문제, 학생들의 낮은 관심과 투표율 등이 이
42년 전 광주는 쿠데타 군부에 저항했다. 시민들은 불법 권력 탈취를 비판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공권력과 투쟁했다. 민주화를 향한 10일간의 외침은 역사가 되었다. 광주로부터 약 3,400km 떨어진 미얀마엔 42년 전 광주시민들처럼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투쟁은 오늘로 650일째다.미얀마 군부는 지난 23일 소수민족 행사장을 공습했다. 민족 무장단체는 공습으로 5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군부에 의해 민주화 운동가 4명의 사형이 집행되기도 했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리안 흐몽 사콩 연방
빈집은 지역 쇠퇴의 대표적인 지표이다. 최근 5년간 지역의 빈집은 가파르게 증가하며, 안전사고, 범죄 발생, 주거환경 저해 등의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일본,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도 빈집 쇼크를 겪고, 빈집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빈집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또한 빈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도심과 신도심 간 격차가 생기면 원도심의 인구가 신도심으로 유출되고, 원도심의 인구 감소는 빈집을 발생시킨다. 빈집은 군집성과 확산성이 강하기 때문에, 방치할 시 지역 쇠퇴를 가속화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프랑스 철학자 푸코(Michel Paul Foucault)는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말라. 나에게 똑같이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지 말라. 자기를 배려할 줄 아는 삶은 자기만의 스타일, 자기만의 미학을 갖게 된다.”인간이라면 누구나 삶 가운데 의문을 가지고, 추론하며, 이를 결론으로 끝맺거나 이 과정을 재생산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사적인 판단을 도출하는 선에 그칠 수 있지만, 이를 체계 속에 정리한다면 개인의 고유한 ‘스타일’이자 ‘미학’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논증을 통해 틀 안에 정리한 사고만이 독립적인
나는 가끔 언어가 빙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호로 표현된 문장 이면에 더 많은 내용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랑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사랑을 이해할 뿐이다. 누군가에는 섹스가 사랑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정서적 교감이 사랑일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겐 부모님과의 관계가 사랑의 이미지 아닐까? 같은 단어를 다른 의미로 쓰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얼마나 많은가? 사랑을 둘러싼 수많은 혼란은 , ,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