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하루 전날 연기됐다. 총학생회(총학)는 “대학 본부 내 의사소통의 오류가 있어 장소 대관이 어려워진 상황이다”고 전학대회 연기 이유를 밝혔다.학생들과 약속한 날에 전학대회가 이뤄지지 못했다. 총학은 정해진 날짜도 없이 본부 핑계 대며 전학대회를 연기할 것이 아니라, 일의 진행 상황을 미리 확인했어야 했다. 민주마루로 장소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안 장소를 마련했어야 했다. 총학생회장은 “후대 학생회가 전학대회 장소 섭외하느라 고생할 필요 없게 하겠다”며 후대의 총학을 걱정할 게 아니라 지금의 일부터 문
발목 수술로 왼발에 통깁스를 한 지 한 달이 됐다. 개강하고 목발을 짚으며 학교에 다닌 지는 어느새 3주째가 되어가고 있다. 벌써 3년째 다니고 있는 대학교이고 매번 갔던 건물과 강의실을 거닐지만,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졌다.미로 같고, 굴곡져 있어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었던 캠퍼스는 이동하기 버거운 장소로 다가왔다. 목발을 짚는 나에게는 자꾸만 불편함이 비쳤다. 몇 개 안 되는 계단도 짧은 오르막도 잠깐 한눈팔면 다치기 십상이었다. 단순한 출입문조차도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불편했다. 어깨나 등을 이용해 문을 밀
다시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한다. 이른 봄 햇살과 함께 모처럼 마스크를 벗은 활기찬 캠퍼스 풍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학교 안팎의 현실은 여전히 어둡고 차갑게만 느껴진다. 고금리 고물가에 실질 소득이 줄어든 지 오래고, 지난 겨울 난방비도 치솟아 지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대학가의 식당들도 최근 음식값을 올린 곳이 적지 않아, 부쩍 늘어난 생활비에 부담을 느낄 우리 대학 학생들과 가족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경제난만이 아니다. 인류는 이제 '위드 코로나'의 환경에 적응하게 된 듯하지만, 인간의 자
현재 여성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임신, 출산, 양육, 성폭력 등에 집중되어 있다. 여성의 임신, 출산, 양육의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의 공동 책임이다. 임신, 출산, 양육 정책은 생물학적 조건에 국한되어 있는 것으로 여성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여성장애인의 문제를 장애인의 문제가 아닌 특수한 소수집단으로 대상화하는 것은 여성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부재한 것으로 이어진다.UN 장애인권리협약 제6조는 장애여성(여성장애인)이 다중적 차별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인권 및 기본적인 자유의 완전하고 동등
대통령의 말과 국회의원의 표결에는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파급력이 있다. 그래서 권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대통령실이나 국회를 떠올린다. 그곳에서 법이 제정되고 집행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강력한 권력을 갖는다.앞 문장의 표현에도 드러나듯 은연중에 권력은 소유물로 비유된다. ‘권력을 갖는다’는 표현에는 특정 개인이 권력을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권력을 휘두른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야구 방망이나 회초리에 빗댄 은유인데, 그 표현에는 권력자가 손에 권력을 쥘 수 있고, 권
지난 24일, 우리 대학에서도 졸업식이 진행됐다.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완화된 후 맞이한 졸업식인 만큼 졸업식 당일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함께 시간을 보냈던 몇몇 선배들이 졸업했고, 그러한 장면을 담은 사진들을 보았으며 나의 졸업식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졸업, 무언가를 마치고, 떠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번 1647호 또한 그러한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졸업고사와 경영대학, 인문대학 등 여러 단과대의 졸업생 인터뷰가 담겨있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 시절을 돌아보며 소
‘과몰입’,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 또는 그러한 상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이다. 이 키워드는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요소에 적용되는데, 대중이 가장 중독적으로 과몰입한다고 말할 수 있는 소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는 방송에서 노래, 연기, 춤 따위의 한 분야에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기 위해 출연자 간에 경쟁을 붙이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그렇다면 대중은 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과몰입하게 된 것일까?수많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그 중 핵심 요소는 ‘내러티브’이다. 참가자들의 내러티브적 면모
민주화의 중심지, 전남대학교! 3년간의 결실은 당신을 꿈에 그리던 전남대학교에 합격하도록 만들었다. 그토록 바라던 자취까지 하게 된 당신은 드디어 오늘, 수강신청을 하러 근처 PC방에 방문한다.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 비집고 들어가 자리한 당신은 서둘러 홈페이지를 켜 하염없이 기다린다. 56, 57, 58! 여기저기에서 들어온 조언에 따라 58초에 마우스를 클릭한 당신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페이지에 당황한다. 그러나 지금 시각은 01초, 당신은 서둘러 다시 클릭한다. 화면이 정지된 듯한 착각이 든다. 당신의 앞에는 무려 2,000여
델리아 오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습지에 혼자 남게 된 소녀의 인생을 담고 있다. 책을 읽고 영화를 시청했는데 책의 내용과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다. 책에서 묘사된 습지의 아름다움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 내용을 알고 영화를 보더라도 새롭게 느껴졌다.어느 날 체이스 앤드루라는 청년이 습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주인공 카야 클라크가 체이스 앤드루의 여자친구이며, 습지에서 살기 때문에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무죄를 주장하는 카야의 법정에서의 모습과 어린 시절부터 현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소설의 첫 문장이다. 분명 책을 읽을 당시에는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 매번 겨울이 되곤 했다. 한강은 에서 5월 광주를 썼고, 이번 작품에서는 4월 제주를 썼다. 책의 주인공 소설가 ‘경하’는 화해할 수 없는 삶을 힘겹게 살아가는 도중에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목수인 ‘인선’의 전화를 받는다. ‘지금 와줄 수 있어?’ 찾아간 곳은 병원, 손가락이 절단되었다고 말한다. ‘인선’은 의외의 부탁을 하는데, 손가락이 절단되어 앵무새에게 물을 줄 수가 없으니 당장 제주 집으로 가달라는
학생식당이 왜 학생 복지야? 학생식당 기획을 진행하며 수없이 고민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학생식당이 학생에게 필요하다는 당위성에만 의지하지 않고, 학생식당이 학생 복지인 논리를 찾아야 했다. ‘학생식당 맛있을 수는 없나요?’ 기획은 제2학생마루 학생식당의 부재 및 적자 문제 구조를 파악하고, 학생식당의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시작했다. 취재 중 학생식당 이용률이 낮아지고 있어 학생식당 필요성에 의심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령 이용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그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건
성적 맞춰 온 대학이었다. 그러므로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자긍심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수습기자 시절엔 ‘아이템’을 가져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기사로 쓸 만한 재료가 나올 리 만무했다.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은 건 졸업생 인터뷰를 할 때였다. 그는 의 옛 기사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그 내용을 읽고 “전남대학교 학생이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내가 쓴 기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뿌듯해졌다. 이제는 전남대의 일원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은 순간을 담아 추억을 만든다. 순간은 사라지지만 기록한 것은 우리 곁에 남는다. 이 졸업생들로부터 새내기 시절의 설렘과 졸업의 아쉬움을 담은 사진과 글을 받았다. /엮은이“연극 통해 책임감 배워”졸업생의 위치에 서서 지난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면 의미가 남지 않은 경험은 없었지만, 신입생 시절 인상 깊었던 경험을 고르라고 한다면 중앙동아리에 들어가 연극무대에 서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새로운 사람들 앞에서 저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신입생 때 과 연극 소모임인 EDS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협업과
오늘 졸업장을 건네받았을 때 나는 하나의 시구를 생각했다. 이제니 시인의 시 과 그 시에 적힌 시구를. 옮겨 적자면 이렇다.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지. 말없이. 손나팔을 불듯 두 손을 흔들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춤을 추면서. 머나먼 반도의 끝자락을 떠도는 이름 없는 유랑 악단처럼. 멈추면 사무칠까 봐 더 더 걸었지. 뒤처진 쪽을 슬쩍슬쩍 바라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면서. 언제나. 언제나 그렇게 걸었지. 언제나 그렇게 걸어왔지. 춥고 어두운 길에선 더더욱 더.”‘졸업’
대학생 시절 한 가지 기억을 꼽자면 2019년 신방과 OT가 생각난다. OT 하루 전날, 나는 쌀쌀한 추위를 견디다 못해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19학번 신입생들이 지도교수님과 첫인사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는 수 없이 목이 쉰 상태로 첫 모임에 나갔다. 저널리즘을 가르치신다던 교수님은 지도 제자들에게 진로를 물었다. 내 차례가 오자 쉰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기자가.. 되고.. 싶어요오...” 동그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빵 터졌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찰나, 교수님이 긴장이 풀린 분위기를 틈타 입학선물을
독일어에 ‘지지 마라’(Lass dich nicht unterkriegen)라는 관용구가 있다. 한 독일인 선생에게 이 관용구를 독일인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자주 쓰는지 물었다. 등교하는 아이를, 대학생 또는 직장인이 된 자녀를 응원할 때, 부모들이 늘 던지는 말이라고 한다.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선배나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와 강요된 복종에 직면해야 할 때, 지지 말고 그에 맞서 싸우라는 전투적인 마음도 담겨 있다고 한다. 독일어 단어 ‘운터크리겐’(unterkriegen)이 ‘억압하다’ 또는 ‘정복하다’이니, 저 관용구는 축
“딸, 나와봐. 네 이야기 뉴스에 나온다.” 잠을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 잠이 덜 깬 채 “무슨 말이야, 내가 뉴스에 왜 나와”라고 말하며 방에서 거실로 나갔다. 해당 영상은 광주 MBC 뉴스. 우리 대학 4학년 수강신청 날 발생한 오류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다는 보도였다.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강신청 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2월 14일 9시 4학년 수강신청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수강신청 페이지에 접속조차 되지 않아 당황스럽고, 졸업을 위해 들어야 하는 수업을 신청하지 못해 불안했다. 40
외출 전 우리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입고 나갈 옷을 몸에 대보며 한껏 치장한다. 최근 들어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들을 지칭하는 ‘그루밍족’도 생겨났다. 우리는 자기만족을 위해서도 있지만, 깔끔한 차림새로 남을 대하기 위해 겉모습을 가꾼다.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말투와 행동, 평판 등 남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완벽하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위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착각하는 ‘조명효과(Spotlight effect)’에 기인한다. 조명효과란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가
1645호 전대신문에는 이번에 치른 학생회 선거 결과를 중점으로 우리 학교 시설의 문제점, 인터뷰 등 다양한 이슈가 실렸습니다. 이번 호도 학생들의 관심사를 잘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기간 동안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서 학생회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저 또한 학교에 일원으로서 학생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사를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학생을 위한 학생회가 돼달라”는 기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의 직접적인 의견을 실은 점이 좋았습니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많이
인간관계 속에서 갈등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만약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거짓말로 누명을 씌워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자신의 결백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면 심정이 어떨까? 진위여부는 안중에 없이 그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마녀사냥 삼더라도, 억울한 피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면? 또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가식적으로 꾸민 가짜 삶의 이력들은 어떻게 걸러내야 할까? 타인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기 위해서는 평소의 언행이 ‘신중하고 정직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괴테의 말처럼 “행실은 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