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탈진실 시대’에 살고 있다. 탈진실이란 2015년 하아신 제이슨이 후기 정치학과 경제학 비평문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로,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을 통해 사실을 편파적으로 이해하고 이것만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옹고집은 ‘에브리타임(에타)’과 같은 익명의 공간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현재 대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은 에타가 유일하다. 작년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의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자연스레 학생들의 대면 활동도 줄어들었다. 동시에 학생들끼리 토론하고 이야기 나
5·18민중항쟁(5·18)이 올해 43주년으로 ‘사과의 해’가 됐다. 전우원씨와 특전사동지회가 광주를 찾아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전우원씨와 특전사동지회의 사죄에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예년보다 오른 5·18에 관한 관심이 ‘반짝 관심’으로 되지 않길 바랐다.다시금 43주년이라는 연도를 되새겨 본다. 작년 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5월 18일에 수업을 듣던 그날, 교수님은 5·18재단에서 제공하는 퀴즈를 풀어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데 조용한 우리의 반응이 적잖이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교수님은
대학 내 공론장의 가치와 그 효과를 실증해주는 ‘역량교양워크숍’의 운영방식이 민주적이고 실질적이다. 2월 22일(수) 2시간 동안 실시된 역량교양워크숍에는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진 전부와 학생평가단 그리고 담당 실무직원이 참여하여 역량으로 분류된 교과목의 운영을 총체적으로 검증했다. 대학의 핵심 구성원이 모두 참여했다는 점에서 대학 내 공론장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공론장은 대학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관심사와 당면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공간을 의미하는데, 교양교과목 운영과 평가에 학습의 주체인 학생을 초대할 수 있다는 발상 그 자체
요즘 사회보장법과 사회복지법을 연구하고 있다. 흔한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로 ‘상병수당’이 있다. 영어로 Sickpay, ‘아픔+돈’이라고 한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아파서 근무를 하지 못할 때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물론 독자들도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현재까지 그런 제도가 없다. 있었으면 ‘열나게’ 열심히, ‘열날 때’ 더욱 열심히 출퇴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인만이 OECD 나라들 중 유일하게 아파도 쉬지 못한다. 소중한 휴가(vacation)를 병가(sick leave)로 쓸 뿐이다. 근로자는 여가 시간에 아파야 한다는
젠더연구소(소장 신지원 사회학과 교수)는 전남대학교 부설의 작은 연구소다. 2000년 10월 여성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래, 젠더연구소는 시기별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놀랍게도(놀랍다고 표현하기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해온 여타의 연구소들과 마찬가지로) 젠더연구소는 연구사업 수행을 위한 계약직 연구원을 제외하면 유급 전임연구원 한번 없이 20여년을 유지해왔다. 독립된 연구 공간과 서가(2009년 작고하신 故 장미경 교수님의 기증 도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장미경 선생님 기증 도서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역대 소장
대중교통 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자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거리 두기 문자가 수시로 왔던 때는 지나갔고, 오히려 거리 두기와 책상 가림막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필자는 22학번으로 1학년 1학기 때는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2학기가 되면서 체육대회나 축제 등의 활동이 이뤄지며 코로나로 대학 생활이 불편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1면의 ‘코시국’이라는 단어를 보며 ’또 코로나 이야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사 내용을 읽어보고 난 후 코시국에 대학
흔히 말하는 학교의 ‘공정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학교에서 의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한 번쯤은 학교의 공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학교 현장의 교사는 교육에서의 공정성에 대해 인식하고 어떻게 적절히 실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이자, 예비 교원의 입장으로 공정성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미시공정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입시 제도 중 정시 제도는 무엇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제도이다. 그러나 사회는 다양한 계층이 모여 구성되며 현대로 올수록
“멘토링, 과외, 대외활동….” 소녀와 헤어진 당신은 조언을 곱씹는다. 그러다 운영 중인 한 부스를 발견한다. ‘2023 신문방송사 수습 모집’, 부스의 사방팔방에 포스터가 붙어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Chonnam Tribune이고 이쪽은 전대방송이에요. 체험하고 가세요!” 편집국원의 소리에 당신이 다가간다. 잡지와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행사 참여를 마친 당신의 손에는 사탕 3개가 들려있다. 당신은 자취방으로 돌아간다.‘전대신문 수습기자(국원) 지원서’ ‘메일이 전송되었습니다.’면접 공지일, 당신의 휴대전화가 메시지가 왔다며 알
‘사회가 변동한다’는 이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들린다. 하물며 인간도 나이가 들며 성격이 변하는데,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사회가 바뀌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현재 발 딛고 서 있는 사회를 언제까지나 과거에 ‘우리가 알던 세계’로, 즉 한 자리에 고정되어 상존하는 실체로 여긴다. 일례로 현대 독일이라 상정하는 독일의 국경은 프로이센 시기에 통일되고 팽창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축소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에 고정된 영토를 현대 독일의 실체로 삼는다면, 그 사회를 제
새 학기 캠퍼스는 학기를 시작하는 이들로 분주하다. 학기의 끄트머리에는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고민하며 그해의 여름 혹은 겨울을 보내곤 한다. 영화 ‘애프터썬’은 딸이 아버지와 떠난 튀르키예 여행을 캠코더로 다시 꺼내 보는 내용이다. 영화의 중반까지 멀리 떨어져 지내는 아빠와 딸이 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나며 수영하고 파티를 즐기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후에는 차마 알지 못했던 아빠와 딸 서로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평소 엄마와 지내며 아빠와는 서먹한 딸이 심적으로 멀면서도 가장 가까워지고픈 존재가 ‘아빠’가 아니었을까? 이
‘제3자 변제안’으로 불리는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판결 해법은 일본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사죄와 배상하는 것이 아닌, 한국 기업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일제 강제동원 판결 해법에 일본은 빠져있다.이는 2018년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본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것이 아닌 한국 기업이 대신 배상하는 해법은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강제동원 생존자들은 일본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과 좋은 학교에 보내준다는
대중교통 이용은 모든 시민의 권리다. 그러나 지난 23일 2개월 만에 재개된 지하철 탑승 시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세훈 서울시장 대화 촉구 서울시청 1호선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 진행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탑승을 시도했으나,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의 저지로 탑승에는 실패했다. 시위 도중 농성천막은 공사 직원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고, 활동가 두 명은 공사 직원의 폭력진압으로 병원에 후송됐다.그들이 정부의 무관용과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뭘까?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계
※본 글은 드라마 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괴로움으로 가득 찬 순간이 있다. 최근 파트2가 공개된 의 문동은(송혜교)에게는 그 순간은 고등학생 시절의 집단 괴롭힘이었다. 그것은 교통사고와 같았다. 그저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박연진(임지연)과 그 친구들을 만났을 뿐이다. 그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동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동은은 연진과 그 친구들을 향해 그리움과 닮은 깊고 진한 증오의 감정을 품게 되었고, 일상에서 들려오는 삼겹살 굽는 소리와 사진 찍는 소리는
최근 들어 토론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교수들이 많아졌다.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참여자들 사이의 간극이 부각되기만 할 뿐, 대화를 통한 합의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에 정치적 입장, 성(性)인지 감수성, 기후 문제에 대한 달라진 인식들이 봇물 터지듯 등장하여 자칫 방심하다간 자신의 무지를 폭로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달라진 기준에 적응해야 하나,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가치관을 흔드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젠더 문제를 다룬 영화 한 편이 있었다. 여성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광주 시청이 1999년 광주국제교류센터를 민간단체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저는 영문과 교수라는 죄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원 활동으로 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교육과 연구, 단체 운영까지 책임지면서 어려운 일이 많지만, 광주 시민들의 공감 능력에 깊은 감동 받을 때가 많습니다. 이번 지진 피해 지역 돕기 모금도 그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직후인 2월 8일부터 국제구호 사각지대에 놓인 시리아를 지원하기로 하고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시리아는 지난 2011년 이래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과
‘안녕하세요! 2023학년도 학생회를 모집합니다!’, ‘4월 4~5일 단과대 MT를 진행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사람 많은 건 싫어.” 카톡에 떠오른 알림을 지우며 중얼거리던 당신은 문득 소녀를 떠올린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던 당신은 연락처를 살펴본다. 수능이 끝나고 만든 휴대전화에 등록된 사람은 50명 남짓. 그중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소녀의 연락처. 이름도 몰라 ‘소녀’라고 간략히 저장해 둔 상태다. 우우웅. 갑작스레 울리는 진동음. 당신은 단박에 전화를 받는다. “뭐 해.” 그때와 같은 음과 어조, 소녀다.
나에게 는 미지수 같은 책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이 책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어린이들만이 자신이 진정으로 찾는 게 뭔지 안다’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오히려 가장 어른다웠을 때 이 메시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이 될수록 삶에 대한 확신보다는 고민이 더 늘어간다고 했다. 실제로 대학생이 된 나는 가장 어려운 고민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 해야 타인과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삶을 적당히 잘 살아가는 어른다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 고민의 명쾌한 해
최근에 개봉한 영화를 아시나요? 저는 사실 큰 기대 없이 본 영화였는데 마스크가 축축해질 정도로 울어버려서 지금까지도 매우 인상 깊게 남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짧게 소개하자면 무뚝뚝한 남편과 무심한 아들, 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주인공은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고, 마지막 생일선물로 문득 떠오른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고, 하지만 결국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주인공에게 찾아오고 맙니다.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 제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쥘 르나르의 ‘인생은
대학을 입학하기 전 가장 기대했던 것은 저렴하고 다양한 '학식'이었다. 이번 1648호에서도 학생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었다. 전남대학교 재학생들의 학생식당에 대한 만족도, 식단 분석 등 학생들의 입장이 담겨있었다. 또한 학생식당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의 입장까지 제시함으로써 학생식당에 대한 한쪽의 상황이 아닌 업체와 학생 모두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는 기사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추가로 제2학생마루의 학생식당 부재 등과 같은 다양한 기사도 함께 게재되어 있다.학생식당 기획 '학생식당이 왜 학생 복지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이 말은 수십 년 전,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어느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각색한 영화(1989)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람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던진 어느 중학생의 호소는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이후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영화가 나온 지 30년이 훌쩍 지났고, 그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 지위를 획득했고, 국가적 위상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교육에서만큼은 ‘선진국이 맞나’하는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