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동북아시아는 여진족의 통합과 팽창으로 세계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었다. 여진족은 나라 이름을 金(금)으로 바꾸고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더니 급기야 거란을 무너뜨리고, 곧바로 송나라 수도 변경을 점령해 버린다.이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실력자는 금나라로 바뀌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두만강 일대에 흩어져 살았던 이 여진족을 고려는 오랑캐로 여겼다. 고려와 금나라와의 대립은 확연해 보였다. 그러나 금나라 건국과 멸망에 이르는 130여 년간의 시기에 고려는 금나라와 평화롭게 서로 교류했다.이는 10세기 거란이 동북
동계올림픽에서 한 쇼트트랙 선수의 헬멧에 부착된 노란 리본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극우사이트 회원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정치·인종·종교 차별에 관한 시위나 선전을 금지하는 올림픽 위원회의 방침에 위배된다며 문제 삼아 제소했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조롱과 멸시가 흥미로운 놀잇감인 극우사이트 회원의 행동을 차치하더라도 올림픽의 역사에서 선수들의 제스처와 퍼포먼스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화제를 일으키며 TV 프로그램의 흥미로운 소재로 소개되고 있다. 한 장면을 소개하자면 세계가 68혁명이라 불리는 변혁
무더운 더위가 꺾여가던 지난 9월 초 교내 캠퍼스 곳곳에 흰 색의 포스터가 붙여졌다. 하얀 바탕에 검정과 빨간색이 뒤섞여 마치 ‘선언’을 하는 대자보의 모습과 흡사했다. 하지만 그 포스터는 단지 강연회를 알리는 포스터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단지 ‘기본소득’에 대한 강연이었을 뿐이었다. 기본소득이라니···.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아무런 조건과 심사 없이 일정의 현금을 주는 것이다. 자칭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이 포스터가 다소 위험해보였던 건 기분 탓이었을까. 혹은 아직까지도 기본소득을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낙인 찍는 사회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에이 참 잘 되었지. 그냥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이 한 사람이나 어디 남아 있겠나.”1893년 11월에 봉기를 모의하며 썼던 사발통문 서문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이 통문은 동학 농민군의 봉기를 알리는 첫 번째 통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통문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75년 후 1968년 12월 전라북도 정읍시 고부면 송준섭의 집 마루 밑에 묻혀 있던 족보 속에서 발견되었다.당시 고부 서부면 죽산리 송두호 집에 발의된 그 내용은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 간부 20명이 서명한 것으로써, “고부성을 격파하고 군수 조
2014년 7월, 약 3년전 ‘비트코인(BitCoin)’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암호화폐는 안정적인 화폐가 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세상에 등장했으며, 2010년 5월 18일 피자 2판에 1만 비트코인을 사용한 것이 알려진 최초 실물 거래다. 당시 비트코인은 내게 굉장히 이상적인 화폐로 다가왔고, 나의 구매욕구를 자극시켰다. 당시 1비트코인의 가격은 50만원대였다.최근 암호화폐가 재테크 상품으로 급물살을 타
아재 인증 해보자.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큰 축으로, 그때까지 반신반의했던 전 국민에게 처음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대중문화로 알려 큰 성공을 거두었던 작품이다. 당시 귀가 시계로 불릴 정도로 워낙 화제였지만, 광주에서는 유선 방송이 나오는 친구 집에 모여 깡패들의 액션 장면을 기대하며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이 드라마로 적자에 허덕이던 신생 민영방송이 자리를 잡았다는 둥, 왜 같은 전라도 출신인데 주연 배우는 서울말을 쓰고 깡패만 전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마라.” 서울대 최종훈 교수(실제 성명은 최종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명언은 SNS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명언짤(짤은 사진을 일컫음)로 봤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을 것이다. 나 또한 곧잘 이 명언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이 명언을 활용하는 때는 할까 말까로 고민할 때이다.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에 놓인다. 하지만 어느
모두들 올 여름 무더위 잘 버티셨습니다. 함께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엊그제 8월 11일이 말복이었습니다. 말~~~복 많이 받으세요. 당연히 末伏(복날)에서 伏(복)이 福(복)은 아니 것은 아시죠? 왜 복날에 伏자를 썼을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사람(人) + 개(犬)의 조합입니다. 伏(복)은 엎드릴 복자입니다. 굴복 혹은 순종의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사람에게 가장 순종적인 가축은 개여서 그럴까요? 이 무더위에 힘쓰지 말고 개처럼 엎드려 쉬라는 메시지일까요? 복날에 개를 찾는 것은 아마도 伏자에 개(犬)가 들어가 있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나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각종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 발생한다. 흔히들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 열 가지를 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은 단순 쾌락이 목적인 경우가 많고, 하기 싫은 일은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 혹은 의무인 것이 보통이다.나는 해야할 일을 하고 있지 않는 모든 순간의 머릿속 한켠에 불안함이 공존한다. 학생이 해야할 일은 공부다. 대학원생의 신분인 나에게 해야할 일을 먼저 끝내고 놀면 된다는
1987년 10월 29일, 헌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었다. 긴 한 문장으로 된 헌법 전문은 숨 쉬지 않고 읽었다간 숨이 멈춰버릴 수 있다. 그러나 절마다 쉼표를 두어 숨이 넘어가는 일은 없다.‘왜 헌법 전문이 한 문장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곰곰이 새겨해 볼 일이다. 이 길고 한 문장으로 된 헌법 전문의 글자 수는 328자이며, 節의 수는 11개로 되어 있다. 한 번에 읽고, ‘주어+서술어’를 따지려하다가는 그 내용 파악을 쉽게 놓칠 수도 있다.
금남로! 5.18 민주화운동의 그 현장. 듣기만 해도 가슴 시리고 생동감 넘친다. 도청이 계엄군에 의해 점령당하던 때에도 금남로는 묵묵히 시대의 아픔을 함께 했다. 이후 그곳은 80년대 내내 광주 민주화 투쟁의 장소가 되었다. 흔히 운동권에서 부르는 노래 중에 ‘금남로’는 ‘무등산’과 함께 빠지지 않은 가사가 되었다. 금남로는 매년 5.18을 기념하는 행사장으로 상징화되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도 금남로는 우리를 불렀다. 바로 그곳에서 작년과 올 3월 11일까지 광주시민들은 매주 토요일 빠지지 않고 박근혜 탁핵을 외쳤고, 지
신학기다. 길거리엔 총천연색 학생들이 하늘거린다. 모양도 다양하다. 털 뭉치, 헝겊, 비닐, 가죽, 나일론 등등. 스무살 병아리 신입생부터 복학한 학생들 모두, 자신의 털가죽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빌려온 재료로 저마다의 개성을 뽐낸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옷으로 표현된다. 털과 헝겊. 이 두 단어를 통해 보면 인간은 참 볼품없는 존재이다. 화려한 깃도, 멋진 뿔도, 날렵한 발톱도 없이 맨몸뚱아리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게 부끄러웠을까.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맨 처음 한 일은 나뭇잎을
고산자는 김정호의 호이다. 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는 이름으로 차승원 주연의 최근 영화도 상영되었다. 중·고등학교 모든 교과서는 김정호와 대동여지도를 실고 있다. 북한의 교과서도 마찬가지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김정호를 많이 아는 줄 알았다. 그러나 김정호를 좀 더 알고 싶어 한 발짝 들어가 보면 의외의 상황에 난처해져 버린다. 김정호가 언제 태어났고 또 언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생애는 19세기 초반에서 중반 이후 흥선대원군이 집권할 시기 정도로 헤아려질 뿐이
“우리가 모르는 어느곳엔 가에서는 시간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가 있었다. 가깝게는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도 숨겼던 시간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썼던 전대신문 줄탁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울부짖고 몸부림 치고 있었을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드디어 그 때의 감춰진 시간 하나 하나가 드러나고 있다. 소중한 황금 시간대를 놓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울분을 토했고, 지금도 분노한다. 그 시간 속에서 ‘딴짓’했던 자들은 자신들의 엉큼한 시간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흔히들 컴퓨터는 0과 1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실제로 컴퓨터 내부에서 전달되는 데이터는 0과 1로만 구성된 디지털 신호이다. 우리가 컴퓨터를 활용해 이루어내는 무한한 일들은 모두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산출물이다. 한 자리의 2진수는 2가지(0과 1)의 표현이 가능하다. 네 자리의 2진수는 16가지(0000 ~ 1111)의 표현이 가능하고, 이는 다시 한 자리의 16진수(0x0 ~ 0xF)로 표현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여덟자리의 2진수를 두 자리 16진수(0x00 ~ 0xFF)로 표현해서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두 자리 16진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사자성어. 모두들 한번쯤은 들어보았던 익숙한 사자성어입니다.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뜻이죠. 사실 우리는 지금껏 호가호위하는 사람을 수도 없이 지켜봤고 또 심판해왔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면 무언가 달라 보입니다.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권세를 휘두르는 것이 아닌, 호랑이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했기 때문이죠. 과학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깨다』에서는 ‘좀비 개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창형흡충이라는 뇌기생충은 초식동물인 소, 양의 배에 들어가 번식합니다
참 피곤하고 복잡한 세상이다. 미국은 정치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고, 필리핀에서는 ‘정의 구현’ 위해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두테르테가 신문의 국제란을 장식하고 있다. 그들의 몇 마디는 현재와 머지않은 미래에 나의 삶에도 영향을 줄 것 같아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이제는 혼자 앉아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잊은듯하다. 스마트폰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내 손을 떠나지 않고 연신 sns의 알림을 통보한다. 항상 누군가에 노출해야 하고 노출되게끔 하는 이 스마트한 시대는 이미지의 정보
“전쟁은 전부 40대 이상만 가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으니까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다. 이 외침은 전쟁의 위협을 통해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자들에게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가장 가공할만한 새로운 무기의 실험장은 전쟁터이다. 누군가 오판에 의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젊은이들은 전쟁터로 징집될 것이다. 대게 4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정작 전쟁을 결정했던 자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전쟁의 승리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전쟁에 대해
입시의 고통에서 벗어나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면 생기는 로망 중 하나, 해외여행. 대학생들의 긴 방학은 이러한 로망을 이루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나 또한 해외여행을 위해 열심히 저축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방학 때 용기를 내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내가 경험했던 ‘무작정 떠난 자유여행’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자 한다. 여행 중 가장 설레는 순간항공권 티켓을 구매하는 순간, 여행 계획의 절반이 세워진 셈이다. 그만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티켓 구매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내가 항
나는 간세포다. 허구한 날 술만 거른다. 하루는 내 친구 눈이 본 아름다운 풍경을 얘기해주었다. 정소에 있는 내 친구도 후손을 만들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화가 났다. ‘나는 왜 그런 일도 못하고 술만 걸러야 하지?’ 그래서 나도 자손을 만들었다. 뿌듯했다. 내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 행복했다. 그런데 주인이 쓰러졌다. 간암이랜다. 나는 당황했다. 그리고 나는 내 주인과 이별할 수 밖에 없었다. 최재천 교수님이 쓴, 암세포에 대한 이야기를 각색했습니다. 매일 술만 거르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기자손을 만들어 냈는데, 주인은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