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Sociality)’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의 사회성이란 동물 집단의 개인이 사회 집단을 이루어 협력하는 경향, 또는 사회를 형성하는 정도를 뜻합니다.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 중 협력, 분업, 군집형성 등 사회성을 나타내는 생물들을 ‘사회성 생물’이라 칭하며, 대표적으로 인간, 침팬지, 고래 등의 고등 포유류와 개미, 벌 등 군집 곤충들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수많은 장점을 공유하듯, 동물들도 사회를 이루면서 구성원들의 협력 및 분업 등으로 장점을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한때, 이 말을 누가 했느냐를 가지고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신채호 선생이 하셨다느니, 혹은 영국의 처칠이 했다고 하는 등 여러 썰[說]들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말은 누가 했는지 모른다. 물론 비슷한 얘기는 어느 누가 했을 수도 있다. 신채호 선생의 저서(『조선상고사』, 『독사신론』, 『조선연구초』 등)에 이런 문구는 없다. 당연히 처칠의 저서에도 이런 글귀는 없다. 다만 영국의 재향군인 장관(Ivor Caplin)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콘테가시노 전투(1944) 관련 자료에서, 처칠이
5·18 40주년을 기념하는 ‘오월 낭독회’에 참여하면서 1980년 오월 광주의 참혹한 슬픔의 현장, 505보안부대와 국군광주병원을 다녀왔다.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인 이곳에 들어선 첫 느낌은 슬픔이 아닌 절망과 공포였다. 당시 관련이 있는 증언자들이 끌려갔을 지하 계단은 얼마나 많은것들을 감춘 채 침묵하고 있을까.‘서울의 봄_POST 5·18 문학, 새로운 기억의 생산’이라는 타이틀 아래 1980년 광주를 새로운 기억의 창조로 이끌기 위해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한국의 기억들’을 PO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전 세계를 화염과 폭음 속으로 몰아넣었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습니다. 인류는 지금껏 보지 못한 참사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찾아온 또다른 적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바로 역사에 남은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 스페인 독감입니다. 그 당시 인구 16억 명 중 약 5억 명이 감염되었고, 20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은 근대 공중보건 체계가 갖추어진 이후 대유행한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인들은 또다른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어렸을 적 동네 달집을 태우는 장면은 대보름날 저녁의 절정이었다. 동네 축제였다. 그 나이 때의 지금의 아이들은 그 기분을 알까? 대보름날 깡통 돌리기 재미를 들려주고 싶다. 아련하다. 단연코, 정월 대보름날 경험을 기준으로 지금의 40대 이상과 30대 이하 세대를 나누어도 좋다. 1년 열 두 달, 열 두 번의 보름달이 뜬다. 물론 윤달의 보름달까지 얘기하자면 2~3년에 한 번씩 보름달은 한 달 더 있다. 음력 1월 15일을 특별히 정월 대보름이라고 했다. 이날을 도교적 이념을 담아 상원(上元)이라 이름 붙였다. 대보름달은 한 해의
누구나 다 알 듯이 새해 첫날은 1월 1일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365일 쯤 뒤에 다시 1월 1일이 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그 시간이 1년이고, 우리는 새로운 1월 1일을 맞이한다. 알고 보면, 1월 1일이라는 시작점은 다분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이 날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사람들이 약속하면, 새해 첫날은 ‘희망’이 되고, '관념'이 되고 또 '사실'이 된다. '시간'이 그렇다. 태양이 애초에 어디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없지만, 인류는 1월 1일을 만들어 1년의 시작을 기념한다.시간은 인
데뷔 이후 음악성과 사회적 메시지로 오랫 동안 주목 받고 있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록 밴드 U2의 첫 내한공연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다녀오게 되었다. 열광적인 무대 뒷자락에 ‘울트라 바이올렛’이라는 곡과 함께 대형 화면 위에 다채롭고 화려한 색깔의 누구인지 모르는 몇몇 여성들 그리고 해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서지현 검사, 가수 설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얼굴이 등장했던 무대 연출이 기억에 남는다.다음으로 1973년 당시 여성 테니스 챔피언 빌리 진 킹과 55세의 남성 챔피언 출신 바비 릭스의 ‘타임’지의 표지.
최근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으로 동네 작은 서점들이 움직이고 있다. 필자는 이 지원사업 평가단에 참여하면서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작은 서점을 찾았다. 오래된 주택가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서점들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서점은 금방 지성을 공유하는 장이 된다. 적게는 열 명, 많게는 열대여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 좁은 공간이지만 책을 찾아 온 그들의 마음은 알찼다. 낭독회에 온 사람들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뒤, 자기의 목소리로 시나 소설 한 대목을 읽고 감상을 나눈다.이 사업은 각종 매체의
“너만 없었어도 내가...” 몇 년 전까지 여름철 극장가를 서늘하게 만들었던 공포영화의 단골 대사입니다. 2등이 1등을 시기질투해 옥상에서 밀어버리는 뻔한 레퍼토리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이 장면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세상. 과연 우리들만 이렇게 처절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갈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수많은 2등들의 생존경쟁 이야기입니다.1858년, 다윈은 영국 린네 학회에서 진화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하여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개체간 변이
1년이라는 시간적 범주에서 어느 한 때를 매듭해서 반복적으로 기억하고 재생시키려는 인위적인 장치가 시절(時節)에 담겨져 있다. 기억은 시간의 산물이다.중양절은 음력 9월 9일이다. 중양절은 축제이자 공동체를 다지는 행사로 이어졌다. 올해 음력 9월 9일은 양력으로 10월 6일이다. 양수(陽數) 중에서 가장 큰 양수인 9의 결합이 중양(重陽)을 뜻하므로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양(陽)을 상징하는 홀수는 음(陰)의 짝수보다 훨씬 중시했다. 일종의 홀수숭배사상이다. 특히 달력으로 홀수가 겹친 중수일(重數日)은
현대 사회는 수많은 관계들, 그리고 그 관계를 관통하는 계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지갑을 스쳐지나가는 몇 개의 숫자들로 관계를 설정하고, 계약을 맺고, 사회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 그 계약들은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신뢰가 선행되지 않으면 계약은 휴지조각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인간만이 계약을 맺고 살아갈까요? 자연계에서는 이러한 모습들이 보이지 않을까요?우리가 ‘사회성 동물’하면 떠오르는 대표주자는 단연코 개미입니다. 개미는 지구상 수많은 종들과 계약을 맺고 살아갑니다. 아마
숨 가쁜 학기가 점차 그 끝을 달려가도 청년 Q에게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끝나지 않는 되돌이표이며, 시계는 언제나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를 가리키고 있다.누구는 기말 고사가 끝나면 자아실현과 워라벨을 위해 인턴이네, 해외여행이네, 방학 계획을 짜고 있는데, Q는 어떻게 하면 집에 내려가지 않고 부모님에게 손도 벌리지 않으면서 이 도시에서 홀로 더 부대낄 수 있을지 그 생각뿐이다. 방학 계획을 짤 수 있는 그들의 자유가 부럽기도 하지만 무릇 자유도 한 여름 더위 같다.오래 견뎌내기는 힘들 것이다. 자유 안에서 그들은 항상 움직여야
대세는 구독 서비스!밀 레 니 얼 세 대 ( M i l l e n n i a l Generation)인 우리는 가난하다. 하지만 괜찮다. 법정스님도 굳이 소유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그리고 우리에겐 ‘구독(subscription)’ 서비스가 있으니까.어떤 상품이나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해서 ‘소유’하는 게 당연시되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구독’이 대세다. 과거에 신문이나 잡지 구독료를 지불하면 집 앞에 배달해주는 것이 요즘은 디지털 형태로 변환되어 스마트폰으로 배달된다. 이러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구독 서비스는 밀레니얼 세대의
‘삶은 B와 D 사이의 C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로 유명한 이 말은,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끊임없는 선택(Choice)들로 이루어져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택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합니다. 배우자를 결정하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부터 직장을 구하고 학교를 선택하고, 하다못해 수강신청과 점심메뉴 고르기도 모두 선택이죠. 이러한 선택은 지금 당장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속단하기 이르지만, 큰 일일수록 선택의 결과를 당장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근에 두 번에 걸쳐 발표하고 토론을 했다. 한 번은 전라도천년사 편찬위원회가 주관한 “전라도의 역사에 대한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였고, 다른 하나는 광주시의회에서 준비한 “인문도시, 광주 만들기”였다. 필자가 발표와 토론을 준비하면서 놀라운 사실 하나는 인문학에서 ‘代’가 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광주전남과 전북을 통틀어 최근 10년 동안 한국사 중, 고려시대사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사람은 단 1명뿐이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인문학 열풍’을 얘기하고 또 인문활동가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곳에는 청년들이 없다
2012년. 그러니까 약 6년 정도 전에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라는 책을 읽었다.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은 방황하던 20대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그 때의 생각 없던 나는 이 책을 읽은 나 자신에게 목표를 하나 제시했다. '내가 어떤 길을 택하던, 스물아홉이 되는 해에 천만원을 모아 라스베이거스를 가겠어!'어떤 목표를 선정했을 때, 나는 이 목표를 주위 이곳저곳에 이야기한다. 이렇게 떠벌려 놓으면 이를 반드시 이루어야할 것 같은 왠지 모를 의무감이 생긴다. 그렇게 철없던 시절에 세운 허무맹랑한 목표
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에서 따온 이름, ‘붉은 여왕효과’에 대하여들어보셨나요? 작품 속 등장하는 앨리스는 붉은 여왕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앨리스가 묻습니다.“왜 계속 뛰는데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죠?” 그러자 붉은 여왕이 대답합니다. “여기서는 힘껏 달려야 제자리야. 여기서 벗어나려면 두 배로 빨리 달려야 해.” 그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붉은 여왕효과(Thered queen effect)’는 어떤 대상이
사학과를 졸업했다. 사학과 문화 중에 ‘답사’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억에 남은 것은 역시 ‘답사’였다. 물론 역사 전공학과뿐만 아니라 ‘답사’를 필요로 하는 다른 인문사회계열 학과들도 ‘답사’를 한다. ‘답사’(踏査)의 한자 표현은 “어떤 곳에 실지로 가서 보고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란다. 조사[査]하는 것이야 '답사'의 소임이지만, 무엇보다도 ‘답사’의 묘미는 ‘답(踏)’에 있다. 밟아야 한다. 발품이 필요하다. 직접 보고 느끼고 또 알아간다. 어떤 때는 ‘답사’를 통해 사색하기도 하고, 힐링[치유]을 한다
개강도 했겠다, 에어컨과 마주 앉아 시간을 보냈던 현실에서 돌아온 교정이 사랑만 가득하면 오죽 좋으랴. 하지만 다양한 대상들과 새롭게 맺어야할 관계가 그리 녹록지 않다. 오래된 유행가 제목 ‘보이지 않는 사랑’처럼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그게 인간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인간이 관계 맺는 대상들 도처에 있다고 여겨진다. 비록 무형이지만 현실에서 사랑만큼 인간을 울리고 웃기는 말이 있겠는가. 사랑만 있으면 좋으련만 또 여러 선택의 상황에 처한다.예비역 복학 선배가 벌써 아저씨가 됐는지 재미없는 아재 개그를 계속해
5월이다. 광주에서의 5월은 언제나처럼 하지만 언제가 아닌 것처럼 알 수 없는 묘하고 복잡한 감정들로 꿈틀댄다. 갓 학부에 입학하여 첫 오월을 맞이했을 때는 국가 폭력과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다 아스러져버린 민중이라는 서사적 비장미로 벅차올랐었다. 그리고 오월을 더해갈 때마다 5·18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왜곡, 압력 등으로 분노했었다. 이러한 감정들은 내가 5·18의 구성원으로 여기며 그 날들의 가치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자발적으로 5·18 영화에 후원하고 왜곡에 대응하고 홍보하고 하는 등의 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