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맞이하며, 최근 ‘2020 성공에 관하여’라는 광고를 통해 성공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 차쯤은 몰아야 한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 뇌리에 각인해 성공한(혹은 비판을 받는) 모 자동차 회사의 광고를 떠올렸다. 1993년 기찻길을 배경으로 한 고등학생이 "우리 성공하면 뭐할까" 묻자 다른 친구는 "그랜저 사야지"라는 과거 기억을 소환한다.1993년 당시 고등학생이라면 2020년을 사는 지금은 40대 중년에 해당한다. 비판적 소비자의 독해능력을 간과한 우려일지 모르나, 이 광고 하나로 졸지에 불안한 미래를 헤집고 오늘에 이
새해가 되면 사람들의 시선을 이끄는 것이 있다. 바로 색채연구소 팬톤이 선정하는 ‘올해의 색(The color of the year)’이다. 2020년 ‘올해의 색’으로 선정된 것은 ‘클래식 블루’다. 팬톤의 부사장 로리 프레스만은 “오늘날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며 살아간다”며 “황혼의 어스름이 선사하는 파란색이 안도감과 자신감, 연대의 감정을 줄 수 있다”며 클래식 블루를 올해의 색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지난 2019년 우리 대학은 총학생회가 없는 한 해를 보냈다. 단과대학 학생회도 여러 곳에서 구성되지 않은 채였
데뷔 이후 음악성과 사회적 메시지로 오랫 동안 주목 받고 있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록 밴드 U2의 첫 내한공연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다녀오게 되었다. 열광적인 무대 뒷자락에 ‘울트라 바이올렛’이라는 곡과 함께 대형 화면 위에 다채롭고 화려한 색깔의 누구인지 모르는 몇몇 여성들 그리고 해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서지현 검사, 가수 설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얼굴이 등장했던 무대 연출이 기억에 남는다.다음으로 1973년 당시 여성 테니스 챔피언 빌리 진 킹과 55세의 남성 챔피언 출신 바비 릭스의 ‘타임’지의 표지.
한 사회의 문화는 그 사회의 역사적, 자연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문화의 우열을 부정하는 문화상대주의는 일찍이 문화인류학자들로부터 제기된 이론이지만, 우리나라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90년대 이후가 아닐까 한다.식민 권력이 강제하는 식민 담론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분석해 낸 『오리엔탈리즘』은 탈식민주의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함으로써 이 시대의 학문과 문학, 예술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문화제국주의의 입장에서, 서구적 시각으로 조명되어 온 ‘동양’
전남대 정문에서 법대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박관현열사 혁명정신계승비”가 보인다. 박관현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으며, 민주화운동에 앞장 선 자랑스러운 우리들의 선배다.1953년 영광에서 출생한 박관현은 군 제대 이후 1978년 전남대 법과대학 행정학과에 입학한다. 당시 법대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던 나이든 대학생이었던 그도 법대진학이 곧 고시준비라는 일반적인 법대생의 등식에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신독재와 열악한 민중 생존권 현장이 그를 도서관이나 고시원에 붙들어 놓지 않
“But you must go on and do the next right thing.”(계속 나아가야 해, 그리고 네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해.)지난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에서 본 ‘겨울왕국2’에서 주인공 안나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다. 주인공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나에겐 마치 “이 해야 할 일은 뭐야?”라고 묻는 것처럼 들렸다.2019년을 마무리하며 내 모습을 돌아봤다. 겉으로는 밝은 척했지만, 항상 긴장을 놓지 않은 탓에 마음은 매우 지쳐있었다. 취재하랴, 수업 들으랴, 공
최근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으로 동네 작은 서점들이 움직이고 있다. 필자는 이 지원사업 평가단에 참여하면서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작은 서점을 찾았다. 오래된 주택가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서점들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서점은 금방 지성을 공유하는 장이 된다. 적게는 열 명, 많게는 열대여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 좁은 공간이지만 책을 찾아 온 그들의 마음은 알찼다. 낭독회에 온 사람들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뒤, 자기의 목소리로 시나 소설 한 대목을 읽고 감상을 나눈다.이 사업은 각종 매체의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소위 브렉시트를 결정하였다. 투표결과는 찬성 51.9%, 반대 48.1%의 박빙이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찬성이 우세한데 비해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반대는 더욱 노골적이어서 영국의 오랜 지역적 분열상이 더욱 표면화되었다.유럽 대륙의 국가들과는 항상 적정한 거리를 두고 독자적 역사를 구가해온 영국의 전통적 ‘고립주의’가 21세기에 다시 재현되는 듯 했지만 결국 하원은 부결을 결정하였고 EU는 브렉시트 시한을 2020년 1월 31일로 연기하였다. 지
‘새치기 하지마세요’, ‘다리 좀 오므려주세요’, ‘좀 조용히 하세요’ 하루에 수 십 번도 하는 말이다. 물론 ‘속’으로. 학교로 향하는 버스 안 옆 자리 아저씨가 과도하게 다리를 벌려 불편했다. ‘다리 좀 오므리라고 아저씨 혼자 타고 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그때마다 나는 참거나, 자리를 옮기곤 했다.한번은 버스에 타기 위해 한 줄로 서있던 적이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버스에 타려 하니 어린 학생이 바로 내 앞에서 새치기를 했다. 그때도 ‘새치기 그만하라고 새치기해서 먼저 타면 기분 좋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이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맑고 향기롭게’ 시민 운동에 평생을 헌신하신 법정스님. 스님이 한때 전남대 학생으로 공부했던 우리 대학 동문임을 아는 이는 많치 않다. 학적부에는 박재철이란 속명으로 상과대학 경제학부(1953∼1955) 재학중 1955년 12월 22일 제적 처리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법정스님(1932년생, 본명 박재철)은 해남 우수영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47년 목포에 있는 불교종립학교인 정광중학교에 입학했다. 정광중에서 1948년 목포상업학교로 전학을 하고 1950년 학제 개편에 따라 1951년 2년 과정의 ‘목
2017 총학생회 재선거 무산, 2019 총학생회 선거 무산을 겪으며 우리 대학의 학생 자치 기구가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위기는 이쯤이면 기회가 될 법도 한데, ‘또’ 다시 무산이다. 이번엔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보궐선거에서도 입후보자가 없다면, 결국 총학생회 부재가 2020년에도 반복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단과대 학생회도 위기에 처했다. 올해 13곳의 단과대학 중 학생회가 구성된 곳은 6곳뿐이다. 이번 단과대학 학생회 선거는 단 5곳에서만 이뤄질 전망이다.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너만 없었어도 내가...” 몇 년 전까지 여름철 극장가를 서늘하게 만들었던 공포영화의 단골 대사입니다. 2등이 1등을 시기질투해 옥상에서 밀어버리는 뻔한 레퍼토리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이 장면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세상. 과연 우리들만 이렇게 처절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갈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수많은 2등들의 생존경쟁 이야기입니다.1858년, 다윈은 영국 린네 학회에서 진화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하여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개체간 변이
전 세계적으로 ICT 및 융합 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이러한 기술 간의 대융합이 이루어지면서 경제 및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신융합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등 핵심기술의 발전과 이러한 핵심기술 간 융합, 기술과 산업 간 융합 등을 통해 혁신이 촉진하는 것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여 지능정보사회로의 경제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신융합시대에 글로벌 사회를 선도
요즘 신문방송학 전공 ‘저널리즘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며 좋은 기사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부쩍 늘었다. 그런 와중에 전대 신문 기사의 비평을 맡게 되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대 신문 2019.9.23일자 서창현 기자의 이라는 기사에 대한 비평을 조심스럽게 시작하고자 한다.좋은 기사에 대해 묻기 전, 먼저 ‘기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사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정보 전달’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전달이라니, 굉장히 무미건조하고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냥 기사
대학교수, 소설가, 사회운동가로서 삶을 살아온 송기숙 교수를 한 단어 표현하기에 이보다 적당한 말이 있을까? 지식인의 사전적 정의는 “지식계급에 속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며 사회에 참여하여 잘못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송기숙 교수는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수식어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송기숙 교수의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사건은 1978년 6월 일어난 ?우리의 교육지표선언?이다. 해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유신의 종말인 1979년을 향해 달려
며칠 전 한 독자는 내게 도서관 게이트 문제에 대해 물어왔다. “도서관 게이트 고장으로 인한 외부인 출입 문제는 에서 다뤄왔던 문제가 아니냐”며 “이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학생 기자로 일한 지난 1년 반 동안, 다양한 사안을 취재해 왔고 또 봐왔지만, 그중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돼 문제가 개선된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쩍쩍 갈라진 채로 버려진 농구코트처럼 사소한 것부터 10년째 ‘고장 中’인 백도 게이트, 최근 AI융합대학 학생의 사범대 3호관 입주 연기까지.흔히 대학의 주인은
1년이라는 시간적 범주에서 어느 한 때를 매듭해서 반복적으로 기억하고 재생시키려는 인위적인 장치가 시절(時節)에 담겨져 있다. 기억은 시간의 산물이다.중양절은 음력 9월 9일이다. 중양절은 축제이자 공동체를 다지는 행사로 이어졌다. 올해 음력 9월 9일은 양력으로 10월 6일이다. 양수(陽數) 중에서 가장 큰 양수인 9의 결합이 중양(重陽)을 뜻하므로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양(陽)을 상징하는 홀수는 음(陰)의 짝수보다 훨씬 중시했다. 일종의 홀수숭배사상이다. 특히 달력으로 홀수가 겹친 중수일(重數日)은
연휴나 방학이면 스마트폰의 앱을 켜고 구글링을 하면서 가볍게 해외 여행길에 오르는 최근의 학생들이 1989년 이전에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의 자유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면 아연실색할 것이다. 전 국민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1989년 1월 1일 시행된 지 이제 30년, 즉 한 세대가 지나고 있다. 그 이전 식민지시대와 해방, 전쟁과 분단, 그리고 냉전과 경제개발로 인해 경직되고 폐쇄적이었던 20세기의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먼 얘기였고 그만큼 우리의 정서와 문화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큰 격차가 있었다.그러
사랑을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 설렘, 질투, 행복, 슬픔, 괴로움 등이 그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랑을 할 때 인간이 느끼게 되는 감정은 비슷한가보다. 제인 에어가 1847년에 출간됐음에도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에게 느끼는 감정들은 요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사랑에 빠졌음을 감지했음에도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는 모습, 그와의 대화가 즐겁지만 일각에서는 잘해주면 떠나버릴까 걱정하는 모습까지.소설은 제인 에어의 성장과정을 차근차근히 보여준다. 고아로서 박해 당하던 어린 시절, 자선학교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는 모습, 더
1978년 6월 27일 국민교육헌장을 비판하는 를 공동 발표한다. 이 사건은 1975년 긴급조치 9호로 학원에 대한 감시와 탄압이 더욱 강화되는 시기에 참담하기만 한 교육현장에서 지각 있는 교수들이 떨쳐 일어나 학원의 민주화, 인간화, 그리고 조국의 자주·평화·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실천 투쟁할 것을 밝힌 것이다.에 서명한 11명의 교수들은 우리 시대 실천하는 지식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그중에서도 영어영문과 명노근 교수는 부인 안성례 여사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위해 헌신한 광주의 대표적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