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뒤집어 놓은 이른바 ‘N번방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개봉했다. 주로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준다며 개인정보를 받은 뒤 협박해, 성 착취물을 텔레그램 앱 단체방을 통해 공유하고 위협한 사건이다. 이후 더 악질인 ‘박사방’도 생겨나 비슷한 범죄는 지속됐다. 피해자는 수십 명이 넘었고, 그중 10대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유포된 영상과 사진은 셀 수 없이 많았다.다큐멘터리를 보면 실제 피해자가 겪은 일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피해자에게 ‘박사 노예’나 새끼손가락 제스처를 통해 박사를 신의 존재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그랬듯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청년(靑年)’이 이슈다.필자가 거주 중인 지자체뿐만 아닌 전국적으로 선거를 앞둔 출마자들의 열에 아홉은 청년이 미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청년의 미래가 아닌 미래의 청년에 맞춰져 있다.청년이 미래고 희망이며 소통하겠다던 후보는 매일같이 출퇴근길에 서 있다. 대학교를 다니는 청년으로서는 그를 만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던 후보는 선거가 코앞임에도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책은 들고 오지도 않으면서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호언
세월호 침몰 사고 8주기가 다가온다. 서울교통공사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세월호 추모 광고를 거부했다. 이에 4·16 해외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는 사안에 대해 지난 28일 “광고 게시를 재검토하라”는 권고를 공사에 통보 했다. 이외에도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이 서울시의회로 이전되고, 진도군이 팽목항 세월호 기억관에 철거명령을 내린 일이 있었다.추모 공간이 사라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추모 공간을 일종의 혐오 시설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어린 시절, 방학마다 쓰는 계획표가 싫었다. 지켜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적는 7시 기상, 세면, 아침 식사. 엄마 손에 이끌려 그린 24시간짜리 시계는 단 하루도 온전히 따라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항상 ‘계획을 세워 시간을 아낄 것’을 강요받았다. 당시에는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옳은 줄로만 알았다.시간은 흘러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공부를 하려면 계획표가 필요했고, 공부 분량과 대회 준비 기한을 플래너에 적었다. 이를 반복하며 점점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해갔다. 여전히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7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대선은 지금까지의 여느 대선과 달리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불명예가 극에 달하고 있다. ‘비호감 대선’이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덜 싫어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다는 상황을 풍자한 표현이다. 이러한 평가가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후보의 자질이 의심되는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후보 부인의 허위이력 기재, 군사독재의 주역을 옹호하는 망언 등이 그것이다. 대선이 네거티브 성향을 보인다는 것도 문제다. 부적절한 공약에 대한 지적을 뒤로하고 서로의 허점을 찾아 비난하기 바쁘다. 자신
인천의 한 빌라에서 지난달 15일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시민들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그들을 지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경찰이 떠난 후 공격받은 시민은 현재 ‘뇌사’ 소견을 받은 상태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중구에서 30대 여성이 살해됐다. 평소 경찰의 신변 보호 대상이었던 피해자는 당시 긴급 호출용 스마트워치로 구조를 요청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위치를 혼동해 결국 그를 구하지 못했다.이 두 사건은 대한민국 경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시민들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시민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녹색 소비’는 환경을 위한 소비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생산되는 상품은 없다. 녹색 소비는 위장환경주의다. 위장환경주의는 환경주의로 위장한 기업의 마케팅을 의미한다. 스타벅스의 재사용 가능(re-usable) 컵이 위장환경주의의 일례다. 스타벅스 재사용 가능 컵의 소재는 일회용 포장재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이라는 일반 플라스틱이다. 폴리프로필렌 컵은 제작과 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따라서 스타벅스 재사용 가능 컵과 같은 녹색 소비는 환경을 위한 소비가 될 수 없을뿐더러 친환경적인 상품이라는 이름으
문득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깜깜한 밤중 올려다본 별빛이 번지고, 질주 끝에 내려다본 운동화 끈이 풀려 있던 어느 시간의 언저리. 그 찰나 속 당신은 어디서 그 원인을 찾고자 하였는가. 어차피 아침은 돌아온다는 낙천적인 상념에 사로잡히진 않았는가.다큐멘터리를 밥 먹듯 보는 내가 역사를 사랑하는 건, 유튜브 알고리즘이 형성되는 과정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덕분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학기 중에 응시하는 용감한 행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험이 끝난 후 너덜너덜해진 몸과 달리, 한국사 선생님의 판서 한 줄은 가
구름은 무언가를 말하듯 한 줄기 남김없이 사라지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광주에 가기 전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코로나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화창한 하늘은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다.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먼저 내쳐진 것은 ‘형식적인 것’이었다. 병원 면회도 장례식도 그에 해당했다. 장례식을 찾은 대부분의 손님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간단히 애도했다. 참석 대신 계좌로 조의금을 입금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식장엔 먹지 않은 음식만 싸늘히 쌓여있었다.한편, 장손은 빈소 앞을 서성거렸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하늘로 돌
지난달 열렸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만 20세라는 나이답지 않게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안산 선수, 대한민국은 그녀에게 열광했다. 오랜 연습과 차분한 성정은 그녀에게 ‘하계 올림픽 최초 금메달 3관왕’이란 영광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하룻밤 새 평범한 대학생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된 안산 선수, 그녀를 향한 대중의 과도한 관심은 도리어 독이 되어 되돌아왔다.시작은 ‘숏컷’, 다음은 ‘여대’ 그리고 마지막은 ‘광주’였다. 현실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요소들이 인터넷 세상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독서의 중요성은 많이 인식하지만 기록의 중요성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독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록’이라고 생각한다.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새롭게 맞이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전문적인 학문들을 배우며 나도 모르는 새에 과부하에 걸렸다. 억지로 나를 틀에 가뒀고 완벽해지려고 노력했다. 뭐든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괴롭혔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임을 인정받고 싶었다.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누우면 성취감보다는 마음속에 공허함이 가득했다.그때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문장들을
“여기가 신문방송사 편집제작실 맞죠?” 나는 2019년 3월 전대신문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에 적응하기도 전에 수습기자 모집 소식을 들었고 지원해 합격했다.수습기자가 되어 교육을 받고 첫 기사로 ‘사진보도’를 배정받았다. 당시 학교 대운동장에는 축구대회가 한창 진행중이었는데 관심 있는 분야를 취재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좋았던 기분도 잠시, 국장님이 원하는 느낌의 사진이 없어 3일 내내 뜨거운 햇볕 아래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고르니 기사 제목이 문제다. 제목을 고르지 못해 3일 동안 퇴근을 제시간에 하지 못했다. 다른
“MBTI 어떤 유형이에요?”작년부터 이 말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친한 친구와 만남이든 초면에 만나는 사이든, 대화할 때 누군가는 한 번씩 물어보던 말이다. 비록 열여섯 가지의 유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분류한 것이지만, 서로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알아갈 수 있는 척도가 됐다.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람을 잘 파악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거나 표정만 봐도 심리상태를 맞출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또한, 학창 시절 심리학과를 지망할 만큼 상대방의 성향과 심리를 파악하는 것에 흥미가 있었고
욕심이 많다. 어느 분야든 잘 하고 싶고 완벽하고 싶다. 특히 원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고, 정상에 오르고 싶다. 가장 빠르게, 가장 멋있게 정상에 도달할 미래를 상상하며 대외활동을 하고 자격증을 준비하며 치열하게 살았다.하지만 대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즈음 꿈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게 없어졌다. 절망스러웠다. 꿈이 없어도 괜찮을 고등학생도 아니고, 여러 경험을 할 여유가 되는 대학교 저학년도 아니다. 주변 친구들은 다 이미 명확한 진로를 정해서 스펙을 쌓고 시험을 준비할 때 혼
필자는 편지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좋아하는 편이라,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이 다가올 때면 늘 편지지를 꺼내 들곤 한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편지의 말미를 장식하는 꼬리말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바로 ‘행복’에 대한 것이었다.“내 행복만큼 네 행복을 빌어, 어떤 형태를 갖든 네 감정의 끝이 늘 행복이었으면 좋겠어, 항상 행복만 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늘 전해주고 싶었던 말들이었다. 그만큼 행복이란 존재를 무수히 떠올렸고 또 갈망했다.행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부터였다. 1월 1일을 경
이번 2020년은 다사다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가 빼앗아간 일상은 그 누구라 할 것 없이 고단했다. 즐겨 가던 카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리게 되고, 마스크 뒤에 감춰진 얼굴은 표정조차 읽기 힘들다.필자는 올해가 시작될 무렵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세운 계획이 가득 있었다. 토익 850점 이상, 한국사 자격증취득, 대외활동 3개 이상 하기부터 일주일에 1권 이상 독서 하기, 친구들과 해외여행 가기 등 자기 계발과 힐링을 위한 목표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계획들 중 실천에 옮긴 것은 겨우 4개밖에 되지 않는다.코로나
광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포츠는 야구다. 1981년 해태 타이거즈부터 지금의 2020년 기아 타이거즈까지 광주는 야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꽤 오랜 시간 광주는 야구와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광주 하면 야구가 떠오르는 게 당연하다.필자는 스포츠 기자를 꿈꾼다.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고,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도 관심이 있었다. 때문에 대학 입학을 위해 처음 광주에 왔을 때 자연스레 광주의 축구팀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축구에 보다 야구에 관심이 훨씬 큰 듯 보였고 필자는 그 점이 아쉬웠다.광주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세상이다. 따뜻한 밥 한 끼 지어먹는 가장 평범한 일상조차 평범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가 바쁘고 소란스러운 일상을 살아가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누구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필자는 입체적인 등장인물 설정을 위해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쁜 세상에서 내 안의 소리를 듣고, 진정한 ‘
지난 달 31일 미국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을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가 걸렸다. 아동 성범죄 실태 공론화 팀 ‘케도 아웃(KEDO OUT)’이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실태를 비판하기 위해 해당 광고를 게시한 것이다. 광고의 재원은 SNS를 이용한 자발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됐다.그렇다면 이들이 ‘전광판 광고 게시’라는 방법까지 동원하며 공론화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케도 아웃의 행보, 그 근원에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 있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학교에서는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 묻는다. 학생들은 장래 희망을 적어내며 자신의 꿈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상상하곤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우리는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갈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꿈이 뭐니?”라고 묻는다고 해도 이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꿈’이라는 단어를 되뇌지만, 정작 꿈을 펼칠 여유가 없는 상황을 마주한 청년들은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억지로 좇을 뿐이다.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