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얼어붙었던 캠퍼스에 싱그러운 봄이 온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벚꽃이 만개해도 도서관과 독서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다. 봄이 온다고 해서, 또는 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뭐 해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뾰족한 방법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있어 ‘뭐 해 먹고 살 것인가?’의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고민이 지닌 중요성만큼 청년들에게는 충분히 공들여 고민할 여력이 있는지, 또는 청년들 앞에 충분히 다채로운 선택지가 놓여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졸업과 동시에(또는 졸업 이
폭격에 잠들지 못하는 밤. 누군가는 편안히 잠이 드는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 한 국가에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이 있다.러시아의 군사작전 개시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은 대피했고, 안전을 위해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의 소식은 계속 보도됐다. 위기 상황인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폭격이 시작됐다는 보도는 엄연히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과 한 국가가 포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두 눈을 의심했다.과연 군사작전과 침공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7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대선은 지금까지의 여느 대선과 달리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불명예가 극에 달하고 있다. ‘비호감 대선’이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덜 싫어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다는 상황을 풍자한 표현이다. 이러한 평가가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후보의 자질이 의심되는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후보 부인의 허위이력 기재, 군사독재의 주역을 옹호하는 망언 등이 그것이다. 대선이 네거티브 성향을 보인다는 것도 문제다. 부적절한 공약에 대한 지적을 뒤로하고 서로의 허점을 찾아 비난하기 바쁘다. 자신
‘지방대학이 위기다.’학사모를 쓰던 2015년, 지역 소멸을 우려하던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대학도 낮아지는 취업률이 걱정됐던 건지 모든 재학생에게 토익을 필수 교과(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쉬)로 지정했고 이에 학내에서 대학의 본질을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갔던 기억이 납니다.그런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전남대를 자랑스러운 지역‘거점’국립대학이 아닌 수도 저 아래 있는 하찮은 ‘지역’대학으로 느끼곤 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쓸모없는 가정도 자주 했습니다. 왜 수도권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걸까, 광주를 벗어났다면
후배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어려운 전공수업을 이수해낸 것, 용돈벌이를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한 것 등… 이런 활동이 아니라도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것까지, 많은 일을 견뎌낸 스스로를 칭찬합시다.제가 이렇게 긴 축하를 보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 분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동안 잘 살아온 걸까?’하는 생각,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에게 이 글을 보내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하기. 정들었던 물건을 정리하기.누구에게나 살아가며 온 마음을 다하거나 정성을 쏟는 일이 있다. 스스로 투자한 시간과 감정이 깊은 만큼 무언가와 이별한다는 것은 항상 쉬운 일만은 아니다.이제 이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도 정들었던 공간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지난 대학 생활을 함께했던 동기, 선배, 후배들에겐 송별 인사를, 가르침을 전해주셨던 교수님께는 감사 인사를 전할 때이다. 학교 곳곳에는 그들이 나눈 추억과 감정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지겹다며 투덜대는 것조차 소소한 하나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에 침입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마스크 없는 생활이 어색해졌고, 처음에 어색했던 QR코드는 이제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을 하루하루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오미크론까지 새로운 용어들이 뉴스에 오르내렸고, 생전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나라에서 발생한 변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왔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경험해 왔던 일상이 코로나19와 함께 완전히 새로 바뀌었
휴전협정도 맺어지기 전인 1952년 1월 1일, ‘국립전남대학교’는 발족하였다. 당시 우리가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담 그 자체였다. 오랜 식민시대와 역사상 최대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 국토와 산업기반은 파괴되었고, 조국은 분단되었으며, 국민은 국제기구의 식량원조에 의지해야 하는 세계최빈국의 상황이었다. 그 폐허 속에서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이 지역 최고 고등교육기관은 화강석과 나무로 덧댄 소박한 학사에서 5개의 단과대학으로 출발하였다. 그렇게 전남대학교 건학 70년은 시작되었다.그 70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해가 밝았다. 올해는 육십갑자 중 39번째에 해당하는 해로, ‘흑호랑이의 해’다. 맹수 중의 맹수인 호랑이는 용맹과 기개의 표상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설화나 전설 등 어느 이야기에서나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중 흑호랑이는 ‘도전과 열정’을 상징한다.지난 2년간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통제와 우울함으로 채워진 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빨리 마스크를 벗고 웃는 날을 염원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다. 방역 패스의 도입과 추가적인 백신 접종 등의 노력만을
최근 ‘가족’에 관한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오늘날 달라진 ‘가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문학과 영화, 가족을 그린 예술가들의 그림 등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만나는 가족의 모습은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면을 다 들여다보지 못할 만큼 가족의 개념은 확장되었다. 법률적으로 상징화 되어버린 가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단순한 혈연·혼인관계를 넘어 여러 형태의 가족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하는 가족의 사전적 의
2022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정치권에서 2030 청년세대를 각자의 이유로 호명하고 있다. 정치가 청년을 찾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청년정치’라는 모호한 개념이 부유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별반 다를 바 없는 기성세대의 말잔치에 등을 돌린 것처럼 보인다.어느 시대나 청년 시기엔 미래를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은 불안을 넘어 좌절과 번아웃 상태에 빠져 있다. 이들이 정치를 외면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치 뉴스에 관심이 없거나 공적 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자기효능감의 연장
제가 선정한 올해 마지막 날을 기념할 음식은 바로 달고나입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2021년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올해 새내기로 입학해 첫 대학 생활을 즐기다 보니 시간이 빠르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고 있는데요. 달고나는 그런 저의 다채로운 대학 생활과 참 닮아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입 베어 물기 전, 곧 찾아올 달콤한 맛을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는 건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던 때의 저를. 언뜻 보기엔 단단해 보이지만 조그만 힘에도 쉽게 부서지는 모습은 새로 만난 친구
2021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특별한 음식은 짜장면입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동안 저는 수많은 졸업을 경험해왔는데요. 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하는 졸업은 도통 익숙해지기가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다가오는 12월 31일, 저는 대학에서 보낸 4년간의 시간에 종지부를 찍으며 ‘학생’이라는 이름에서 완전히 졸업하게 됩니다. 졸업식마다 저, 그리고 우리는 짜장면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학교라는 장소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에서 올해의 마지막 날은 저에게 졸업식
인천의 한 빌라에서 지난달 15일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시민들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그들을 지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경찰이 떠난 후 공격받은 시민은 현재 ‘뇌사’ 소견을 받은 상태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중구에서 30대 여성이 살해됐다. 평소 경찰의 신변 보호 대상이었던 피해자는 당시 긴급 호출용 스마트워치로 구조를 요청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위치를 혼동해 결국 그를 구하지 못했다.이 두 사건은 대한민국 경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시민들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시민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2021년 8월 23일자 오피니언에 실린 오찬호 작가의 ‘아프간 난민, 한국 오지 마라’를 오마주했습니다.청년들이여, 사는 게 힘들고 뭐 하나 풀리지 않는다 해도 좌절하지 마세요.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일제강점기도, 한국전쟁도, 학생운동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 멘탈도 약하고 불평불만도 많네” 같은 말이 돌아올 뿐입니다. 이 사회에서 청년의 존재는 대통령선거 같은 정치적 이슈가 있어야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차라리 유튜브나 보세요. 여
시끄럽고 지겨운 선거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짜증이 날만도 한다. 평소에는 오지도 않던 시장에 와서 천연덕스럽게 떡볶이와 어묵 ‘먹방’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있자면 역겹기도 할 것이다.수많은 직업군 중에서 신뢰도가 가장 낮은 직업군은 바로 ‘정치인’이다. 앞에서는 싸우고, 뒤에서는 몰래 주고받아 야합(野合)하는 모습이 비친다. 실제로는 언론이 비추는 모습 이면에 담긴 정책개발과 토론의 과정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법을 개정하기 위해 많은 사례를 검토하고, 정책연구를 하는 과정은 누구도 제대로 본 적이 없을 것이다.물론 논의
“선거란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위이며,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라는 교과서의 내용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의 나는 안다.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2018년 제19대 대통령선거. 그 당시의 나는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기대한 바와 달리 여전히 사회는 우리가 살아가기에 힘듦의 연속이다. 국민의 열렬한 지지 속에 선출된 정치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였다. 나의 믿음은 배신감으로 변했고, 더 나아가서 정치에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선거의 승부처는 2030세대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자신들의 생각과 이익이 대변되지 않고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다.각종 여론조사의 높은 부동층 비율을 방증하듯 청년세대는 유례없는 집값 폭등과 취업난 등 현실 문제를 해결해줄 이를 찾고 있다. 하지만 ‘고발사주’와 ‘대장동사건’으로 알려진 후보들의 과거 행적은 부동층인 2030 청년들에게 비호감 이미지로 차악의 선택을 하게 한다.이재명 후보는 전체 청년 기본소득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윤석열 후보는 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하겠다고
농업은 국민의 먹을거리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핵심이자 근간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농촌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농촌에서 농업을 하려는 사람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농촌인구 감소는 선진 농업을 이끌 젊은 청년이 부족한 것이 이유다. 더욱이 현재 농촌은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2020년 12월 기준 231만 4천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농업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42.3%로, 10년 전 21.7%와 비교해 두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되기까지, 남은 시간 93일.청년 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년 유권자가 바라보는 2022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정리하며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후보 지지 이유를 묻는 문항을 살펴보니, 일부 청년들이 대선 후보를 고를 때 ‘차선책’을 택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악보다는 차악을 고른 것’ ‘그나마 괜찮아서’ ‘딱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뽑을 사람이 너무 없어서’ 등의 응답이 나왔다. 현재 후보들의 공약이 청년 유권자들에게 진정성과 설득력을 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청년들에게 ‘대선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