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자신의 믿음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갓 태어난 아이는 엄마 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믿고 그 품에 안겨 엄마 젖을 먹는다.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도 넘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걷고, 혹여 넘어지더라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기에 걸음을 걷는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약속을 하는 것도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의 약속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믿음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 무엇도 말할 수 없고 행동할 수 없다. 믿음을 의미하는 신(信)이라는 한자어는 ‘사람(人)
코로나19는 이제 숫자를 더해 코로나22로 불려야 마땅하다. 상황이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견줬을 때, 어쩌면 우리도 코로나 상황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기에 조만간 일상회복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백신 접종률의 증가와 치료제 개발에 따라 방역 지침이 계속 완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대를 부풀리게 한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를 구속했던 ‘사회적 거리 두기’로부터의 거리 두기도 성큼 가까워진 것 같다.‘사회적 거리 두기’는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여겼던 일상의 중요함을
동기들과 점심시간에 밥을 맛있게 먹은 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남아 꽃 구경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 대학의 홍매화가 예쁘게 폈다고 하여 함께 보러갔다. 매화 옆으로 가니 좋은 꽃 향기가 풍겼고, 그 앞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예쁜 꽃과 아름답게 뻗은 가지를 보니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진 찍어주는 것을 좋아해 동기의 인생샷도 찍어주기도 했다. 용봉관 앞의 수선화와 목련도 예뻐서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홍매화가 핀 모습을 보니, 꽃이 핀 모습을 보고싶어 하셨던 부모님 생각이 떠올라
을 간혹 읽어오던 나에게, 이번 1638호는 5면의 코로나19 격리 수기가 가장 눈에 들어 왔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불편함을 적은 기사를 읽으며, 요즘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코로나는 일종의 감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가족 내 확진자의 격리를 도왔던 경험이 있어, 비감염자로써의 힘듦만을 토로하곤 했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확진자의 힘듦을 한층 더 알게 되고 과거의 행동까지 반성하게 됐다.이뿐만 아니라 간호학과 학생회비, AI 면접 등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아 풍부한 신문이
지구상에는 여전히 내전 중인 나라들이 있고 적지 않은 국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사실상 난민이 된다. 머물 수 없으니 떠돌 수밖에 없는 그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우리는 또 그럭저럭 살아간다.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한 달째. 거의 모든 매체가 연일 이 뉴스를 보도하고, 방송국에 따라서는 우크라이나 도심 한복판에 카메라를 달고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중계도 한다. 이쯤 되면 방송국은 방송 윤리 따위는 내팽개친 채 전쟁을 게임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규탄
I. 정확한 개념 사용은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핵 심이다. 2022년 2월 발생한 사건은 “우크라이나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많은 단어로 지칭된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명칭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동등한 무력 사용의 주체로 설정한 단어는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 사건의 핵심은 러시아의 독립 주권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이고 따라서 가장 정확한 명칭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침공의 주체인 러시아, 침공의 대상인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인 2022년이 명확히
어느덧 세월호 참사 8주기가 다가오고 있다.세월호 참사 8주기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던 인터뷰이는 현재 상황에 대해 분노와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는 모든 사람이 청소년들의 문제에 심각성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둔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4월 16일 즈음이 되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노란 리본과 함께 추모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세월호 침몰 사고 8주기가 다가온다. 서울교통공사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세월호 추모 광고를 거부했다. 이에 4·16 해외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는 사안에 대해 지난 28일 “광고 게시를 재검토하라”는 권고를 공사에 통보 했다. 이외에도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이 서울시의회로 이전되고, 진도군이 팽목항 세월호 기억관에 철거명령을 내린 일이 있었다.추모 공간이 사라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추모 공간을 일종의 혐오 시설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안녕하세요. 정성택 총장님. 저는 사회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96학번 학부생으로 캠퍼스를 오가다 이제 오십이 너머 공부를 하니 매우 행복합니다. 배움의 기쁨을 주는 우리 학교가 자랑스럽네요.그런데 총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신문을 통해 말씀을 올립니다. 절차를 거쳐 총장님께 건의를 드릴까 하다가,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도 같이 생각해 볼 문제라 싶어 공개적으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먼저, 화장실 핸드타월 비치를 부탁드립니다. 팬데믹이 터진 이후, 한국
3월 17일을 전후한 요즘 한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했다. 나무심기 좋은 시절이다. 식목일은 이보다 20일 정도 늦은 4월 5일이다. 미군정이 1946년에 4월 5일을 식목일로 삼고, 정부수립 후 1949년 대통령령으로 최종 지정하였다. 그보다 앞서 1911년 조선총독부는 4월 3일을 식목일로 정했다. 식목일은 2006년에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우리 나이 때 사람들에게 학창시절 학교를 안가는 식목일이 너무 좋았다.식목일은 대개. 24절기인 청명(淸明)과 겹친다. 올해 청명도 4월 5일이다. 또 청명과 거의 비슷한 날짜인 한식(寒食
종목을 막론하고 운동경기가 종료되면 참가했던 선수들은 상대편 선수, 감독, 그리고 심판과 인사를 나눈다. 경기에 져서 화가 잔뜩 난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인사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경우에는 “경기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는 제목의 기사가 어김없이 올라온다. 속내와는 상관없는 형식뿐인 제스처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마저도 취하지 않는 선수의 인성은 과연 어떤 수준인가 하는 따가운 시선이 따라붙게 된다.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을 접한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이날은 여느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과제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수많은 날 중 하루였다. 어김없이 지친 상태로 학교 용지를 친구와 걷던 중 찍은 사진 한 장이다. 이야기를 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붉은색으로 잠식되어 있었다. 주위의 모두가 숨죽이고 그저 붉은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진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웃음을 머금으며 이 자리를 떠나갔다. 이처럼 해가 지는 용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민이나 문제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백중지세의 초박빙 선거였으나 34,067,853명의 투표자는 ‘내 삶을 바꾸는 정치’를 선택했다. 그것이 결국 정치의 본질이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한다. 정치는 어렵고 따분한 싸움이 아니라, 우리 삶의 작은 문제점부터 드러내고 고쳐나가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하기에, 6면 ‘총학, 1년여 만에 다시 공석’ 기사는 학생사회의 아픈 곳을 찌르는 기사로 다가온다. 5면 ‘잦은 BTL 생활관 승강기 고장 “기민하게 처리할 것”’ 기사에서는 9동 기숙사 승강기 민원이 다수 제기됐고,
20대 대선 바로 다음 날, 광주NGO지원센터 시민마루에서는 “제2차 광주민주시민교육 포럼”이 열렸다. 시의원을 비롯하여 인권 활동가, 교육기관 관계자 등 20명 남짓 모인 자리에서 광주만의 민주시민교육 모델을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참여한 누군가는 이렇게 발언을 시작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바른 생각’을 가지고 투표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그 발언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라는 가치는 ‘옳음’과 직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공적 영역에서
어린 시절, 방학마다 쓰는 계획표가 싫었다. 지켜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적는 7시 기상, 세면, 아침 식사. 엄마 손에 이끌려 그린 24시간짜리 시계는 단 하루도 온전히 따라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항상 ‘계획을 세워 시간을 아낄 것’을 강요받았다. 당시에는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옳은 줄로만 알았다.시간은 흘러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공부를 하려면 계획표가 필요했고, 공부 분량과 대회 준비 기한을 플래너에 적었다. 이를 반복하며 점점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해갔다. 여전히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맡은 자리에 대한 무게가 있듯,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번 신문을 제작하며 그 어떤 시간보다 ‘책임’이라는 것을 되돌아보는 순간이 많았다.학과 학생회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목격한 각 단과대 회장, 학과 회장이 가지고 있는 책임 의식은 남달랐다. 하나의 학과 또는 한 개의 단과대를 대표하는 위치이기에 모든 것에 철저함을 더하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만들어낸 사소한 실수 하나가 자신의 학과 또는 단과대의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유의하는 것이다. 모든 학과의 회장에게 취재 요청을 드려야 했기에 복잡함이 있었
이 사십 주년이다. 1982년 황석영이 기획하고 김종률 작곡, 백기완의 시를 가사로 만들어 ‘일군의 젊은이들’이 하룻밤 만에 녹음을 해 전국에 비밀리에 유포시킨 불법 테이프가 의 탄생이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광주시민들의 억울함과 혼을 달래기 위해 김민기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1978)에 착안해 만든 노래굿으로 앨범 전체의 이름은 《넋풀이》다. 총 7곡의 노래와 무당의 사설, 문병란 시 낭독까지 아홉 개의 트랙이 있는 《넋풀이》의 마지막 곡이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3년째 교정에서 교내 학위수여식을 열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졸업식으로 4000여명의 졸업생들이 기념과 축하의 만남을 조금 더 실감 나게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직접 만나는 것만 같을까. 봄볕이 느껴질 만큼 따뜻해진 날씨에 메타버스 바깥의 실제 교정에도 모처럼 졸업생들과 축하객들로 가득 찼다.사실 교정의 졸업식 분위기는 며칠 전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미리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삼삼오오 학사모를 쓰고 교정을 거닐던 예비졸업생들이 졸업식 분위기를 일찌감치 연출했을 뿐 아니라, 수년
지난해 11월 우리 대학에서 열린 ‘국제 교류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언어교육원 한국어 언어선수인 나에게 일종의 대학교 축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하나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었다.이 행사에 참여한 것은 가장 소중한 전남대학교의 추억이 됐다. 학생들은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며 서로를 더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때 알게 된 북, 꽹과리, 장구와 같은 전통 악기는 잊지 못할 이름이 됐다.함께 했던 친구들과 기념사진까지 남기게 돼 더욱 소중한 기억이다.
1635호는 졸업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그들의 지난 대학 생활을 회고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4면 ‘나에게 쓰는 편지’기획을 통해 얼굴조차 모르는 학생들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학교에 다니며,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했다. 그들의 편지에서 자신을 다독이는 모습과 그들이 느낀 후회와 반성에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는 안심을 느꼈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은 대학 신문인 만큼 대학생 기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정치나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