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4월 15일 오후 9시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2학년 학생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2학년 학생 325명 △교사 14명 △인솔자 1명 △승무원 29명을 포함해 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에서 제주도를 향해 출항했다. 출항한 지 약 12시간 후 배가 침몰하고 있었지만, 선내에는 “이동하지 말라”는 방송만 울렸다. 그러나 기관부 선원 7명은 승객을 버리고 탈출했으며 조타실 선원들도 뒤따라 탈출했다.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까지 172명이 구조됐지만, 침몰한 이후에는 단 1명도 구조되지 못했다.현재까지도 5명의
105주년을 맞은 올해 3·1절 행정안전부(행안부)의 공식 카드뉴스에 “3·1운동이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시정부)의 독립선언으로 일어났다”는 잘못된 설명이 표기됐다.행안부 포스터 또한 3·1운동을 “1919년 3월 1일,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임시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입니다”라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게재했다. 논란 끝에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행안부의 잘못된 역사 서술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3·1운동은 행안부가 표기했던 것처럼 임시정
작년, 추석 연휴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새벽부터 기차역에 나와 줄 서 있는 어르신들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읽은 지 몇 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난다. 부끄럽게도 기사를 읽기 전까지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다.디지털 소외는 디지털 격차에 의해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현상으로, 본인의 의사가 아닌 사회적 강제성에 의해 디지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는 고령층, 저소득층 등이 포함된다. 이들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기 때문에 디지털 소외는 사회 문제다.2019년 11월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슬아 작가는 “투쟁 없이는 사랑도 없다”고 말했다. 사랑하기에 무언가에 저항하게 하는 것, 싸우고, 투쟁하게 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지키고 싶고,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그리고 여기,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지난달 7일 한 시민단체는 “정부가 공적 돌봄을 포기하려 한다”며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 중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48억 3,400만원을 전부 삭감한 탓이다.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은 아동, 노인, 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복지 예산이다. 예
플라스틱 빨대 등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계도 기간 종료를 보름가량 앞두고 환경부가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오는 24일부터 카페나 식당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플라스틱 빨대 등을 사용할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종이컵은 기존 규제 대상이었지만 제외됐다.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유예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8월 환경부는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치며 위생에 관한 우려가
처음 헌혈을 시작한 이유는 봉사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입시 준비로 바쁜 고등학교 3학년에게 30분을 투자해 4시간의 봉사 시간을 얻을 수 있는 헌혈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피를 뽑는 것이 두려웠지만 봉사 시간을 얻기로 마음먹고 헌혈의집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친절이 나를 반겼다. “헌혈에 참여해줘서 고마워요” “어지럽거나 불편하지는 않아요?” “조금 더 앉아서 쉬다가 갈래요?”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전자 문진과 대면 문진을 진행한 뒤 헌혈을 하고 문밖으로 나설 때까지 수십 번 걱정과 감사의 말을 들었다. 헌혈을 봉사 시간의
발로 뛰는 취재는 힘들다. 이는 말 그대로 직접 돌아다녀야 하는 취재를 뜻하기도 하지만 이곳저곳에 끊임없이 연락하고 질문해야 하는 취재도 의미한다.인플레이션에 따른 대학가 주변 음식점 취재, 학내 게시판 관리 점검, 학내 대형 강연장 단상 경사로 점검 등 실태를 파악해야 하는 취재들이 그러했다. 필자는 실제로 10곳 이상의 인근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취재했고, 부동산을 돌았다. 게시판 관리 점검 기획을 취재하며 다른 기자들과 학내 단과대 건물 전체를 돌아보기도 했다. 취재하러 가는 발걸음이 때때로 무거웠던 이유는, 체력과 별개로 존재
더운 여름날. 취재를 하러 가는 길이면 용지 주변에 시민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 보인다. 살인적인 더위에 우리 대학이 나무가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민들이 냉방이 되는 건물에 들어가 더위를 피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대학에 지역민들에게도 완전히 열린 건물이 있던가?지역국립거점대인 우리 대학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함께 만든 대학이다. 무작정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외부인을 차단할 수 없다. 지역민들에게 대학이라는 공간을 개방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우리 대학이 지역민들
“민주노총 건설노조 탄압이 저 하나의 목숨으로 그만 중단하였으면 좋겠습니다.”지난달 1일 분신자살을 한 양회동 열사가 죽기 전 남긴 유서 중 일부다. 그는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도 노력한 노동자이자,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가 원하던 세상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정부에서는 더욱 심하게 노동조합(노조)의 탄압을 하고 있다.대한민국의 최초 노조는 1898년 5월 운반부 46명이 조직한 성진본정부두조합이다. 이 조합은 현재와 같은 성격이 아닌 노동자들에
우리는 ‘탈진실 시대’에 살고 있다. 탈진실이란 2015년 하아신 제이슨이 후기 정치학과 경제학 비평문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로,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을 통해 사실을 편파적으로 이해하고 이것만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옹고집은 ‘에브리타임(에타)’과 같은 익명의 공간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현재 대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은 에타가 유일하다. 작년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의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자연스레 학생들의 대면 활동도 줄어들었다. 동시에 학생들끼리 토론하고 이야기 나
대중교통 이용은 모든 시민의 권리다. 그러나 지난 23일 2개월 만에 재개된 지하철 탑승 시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세훈 서울시장 대화 촉구 서울시청 1호선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 진행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탑승을 시도했으나,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의 저지로 탑승에는 실패했다. 시위 도중 농성천막은 공사 직원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고, 활동가 두 명은 공사 직원의 폭력진압으로 병원에 후송됐다.그들이 정부의 무관용과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뭘까?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계
발목 수술로 왼발에 통깁스를 한 지 한 달이 됐다. 개강하고 목발을 짚으며 학교에 다닌 지는 어느새 3주째가 되어가고 있다. 벌써 3년째 다니고 있는 대학교이고 매번 갔던 건물과 강의실을 거닐지만,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졌다.미로 같고, 굴곡져 있어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었던 캠퍼스는 이동하기 버거운 장소로 다가왔다. 목발을 짚는 나에게는 자꾸만 불편함이 비쳤다. 몇 개 안 되는 계단도 짧은 오르막도 잠깐 한눈팔면 다치기 십상이었다. 단순한 출입문조차도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불편했다. 어깨나 등을 이용해 문을 밀
성적 맞춰 온 대학이었다. 그러므로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자긍심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수습기자 시절엔 ‘아이템’을 가져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기사로 쓸 만한 재료가 나올 리 만무했다.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은 건 졸업생 인터뷰를 할 때였다. 그는 의 옛 기사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그 내용을 읽고 “전남대학교 학생이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내가 쓴 기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뿌듯해졌다. 이제는 전남대의 일원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외출 전 우리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입고 나갈 옷을 몸에 대보며 한껏 치장한다. 최근 들어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들을 지칭하는 ‘그루밍족’도 생겨났다. 우리는 자기만족을 위해서도 있지만, 깔끔한 차림새로 남을 대하기 위해 겉모습을 가꾼다.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말투와 행동, 평판 등 남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완벽하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위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착각하는 ‘조명효과(Spotlight effect)’에 기인한다. 조명효과란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가
SPC 그룹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정규직 노동자 ㄱ 씨가 지난 10월 15일 새벽 6시경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당시 근로자는 주야 2교대로 12시간 노동하고 있었으며, 많은 작업량을 처리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사고를 예방할 배합 기계의 덮개는 반대편 탁자 위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당 기계에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농심 부산공장에서도 20대 ㄴ 씨가 지난 11월 2일 오전 5시쯤 야간작업 중 리테이너(육가공 반죽 금속 틀)에 옷소매가 끼이는 사고가 있었
42년 전 광주는 쿠데타 군부에 저항했다. 시민들은 불법 권력 탈취를 비판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공권력과 투쟁했다. 민주화를 향한 10일간의 외침은 역사가 되었다. 광주로부터 약 3,400km 떨어진 미얀마엔 42년 전 광주시민들처럼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투쟁은 오늘로 650일째다.미얀마 군부는 지난 23일 소수민족 행사장을 공습했다. 민족 무장단체는 공습으로 5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군부에 의해 민주화 운동가 4명의 사형이 집행되기도 했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리안 흐몽 사콩 연방
스물이 된 추운 겨울, 자주 눈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고자 하는가.’ 자신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졌다. 처음 삶을 마주하듯 원하는 것을 하며 지낼 뿐이었다. 모두가 말하는 올바르고 계획적인 삶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놓치고 조금 어리석게 살면서도 그러한 날들에 만족해하며 잠들었다.시간이 지나며 하루하루는 원하는 것을 가장한 일들로 채워졌다. 바쁜 삶이었으나 성취 없이 살아가는 게 더 불안함을 주었다.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일을 붙잡고 있어 불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명해진 눈
‘세대 차이가 난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나이 차가 많이 날수록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고 우리는 거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요즘 세대들은’으로 시작하는 말은 시대가 변해도 질기게 내려온다. 그 옛날, 철학자 소크라테스조차 ‘요즘 젊은 것들은 권위를 무시하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혀를 끌끌 찼다고 한다. 문제는 예전보다 그 차이의 폭이 줄어들긴커녕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세대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헝가리 사회학자 만하임(K.Mann heim)은 급속한 기술과 사회 변화는 세대 간 유대가 유지되는 것을 어렵게 만
최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운영사 메타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지나친 개인정보를 요구함으로써 화제가 됐다. 기자도 인스타그램을 들어갈 때마다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요구하는 팝업이 자주 떴지만, 긴 글을 일일이 읽어보는 것이 귀찮아서 확인하는 걸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메타에서 요구하는 필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메타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제공 △개인정보의 국가 간 이전 △위치 정보 △개인정보 처리 방침 업데이트 △서비스 약관 등 6개 항목에 필수적으로 동의하도록 요
장을 보기 위해 마트 문을 열면 비장애인들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유도블록도, 점자 손잡이도, 음성유도장치도 없다. 사람 두 명도 지나가기 버거운 통로는 휠체어의 길이 아니다. 상품들이 빽빽하게 놓인 가판대에 잘못 부딪히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고객들이 무신경하게 밀고 다니는 카트는 움직이는 장애물이다. 그야말로 장애인들은 ‘장 보러 갈 결심’이 필요하다.기업은 장애인을 ‘소비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이 배려와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겨진다면 충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일들이 자꾸만 정당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