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상초이현철(신문방송·16)그녀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 7일이 지났다. 하루 이틀 정도야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일주일이나 연락이 끊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마음속이 불안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연기처럼 기어올랐다. 내일도 연락이 닿지 않으면 어떡해야 하나. 나는 깊은 걱정에 몸을 뒤척였다. 아무래도 내일은 무언가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인가. 전화는 그녀가 받지 않는다. 그녀는 이메일도 페이스북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편지. 하지
숨 가쁜 학기가 점차 그 끝을 달려가도 청년 Q에게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끝나지 않는 되돌이표이며, 시계는 언제나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를 가리키고 있다.누구는 기말 고사가 끝나면 자아실현과 워라벨을 위해 인턴이네, 해외여행이네, 방학 계획을 짜고 있는데, Q는 어떻게 하면 집에 내려가지 않고 부모님에게 손도 벌리지 않으면서 이 도시에서 홀로 더 부대낄 수 있을지 그 생각뿐이다. 방학 계획을 짤 수 있는 그들의 자유가 부럽기도 하지만 무릇 자유도 한 여름 더위 같다.오래 견뎌내기는 힘들 것이다. 자유 안에서 그들은 항상 움직여야
오늘날 독일은 유럽연합 중에서도 국가적 위상이 가장 높은 나라일 것이다. 독일이 누리고 있는 정치적, 도덕적 권위의 바탕에는 아우슈비츠 청산을 근간으로 삼았던 법과 교육 제도가 있는 것 같다.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이루어진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정이나 왜곡, 나치에 대한 찬양을 범죄로 규정하는 ‘홀로코스트 부정 방지법’을 가장 강력하게 시행하는 나라가 독일이고,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저항권 교육’이나 정치가들의 거짓 선동을 분별하는 ‘선동가 판별 교육’을 실시하는 나라가 독일이다.이미 사회적, 법적으로 정리된 5·18 민주
지난 호 전대신문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여러 기사가 보도됐었다. 전대신문을 통해 5·18에 대한 여러 관련 기사들을 자세히 접하며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렇다고 5·18만 다룬 건 아니었다. 이어폰 없이 살기 체험기, 20대의 꿈과 관련된 기획 기사 등 하나의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가 들어있어 볼거리가 많았다.전대신문 기사를 많은 학생들이 자주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대신문 차원에서도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주고, 학생들도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
윤한봉은 1970년대 학생운동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물로 5·18 주모자로 수배중 망명하여 미국 내 한인운동의 기틀을 마련한 사회활동가이다. 1980년 백두산에서 판문점까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평화대행진’을 주도하고, 임수경의 방북과 판문점을 통한 귀환을 기획하고 추진한 사람도 윤한봉이다.미국에서 민족학교 소사(小使)에 만족했던 것처럼 귀국 후에도 돈이나 권위가 주어지는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 스스로 붙인 별명대로 ‘합수(合水)’의 삶을 실천했다. ‘합수’는 전라도 말로 “똥과 오줌을 섞어 만든 거름”
“나의 영웅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조원옥 탐험가가 지난달 22일 여수캠퍼스에서 열린 ‘나의 영웅이 되자’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은 16번째 강연으로 탐험을 통한 경험을 깊이 있게 전달했다.조 씨는 “범선대회에 참가하다가 큰 바다를 항해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3번의 요트대회를 경험하고 나니 큰 바다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마침내 만 65세의 나이에 배를 구하고 첫 항해를 떠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65세의 나이에 무언가 도전하기는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
새의 깃털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해당 연구의 성공에는 조유장 씨(고분자융합소재·16)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총장명예학생 논문 주제를 찾던 중 우연히 보게 된 ‘비둘기’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비둘기가 날기 전 몸을 부풀려 양력을 만든다는 것에서 흥미를 느꼈고 이는 연구로 이어지게 됐다. 새 깃털의 마찰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었다. 조 씨는 “새의 깃털은 원활한 비행을 위해 바람의 속도에 따라 구조가 변한다”며 “때문에 마찰전기를 생산할 때 효율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연구에 이용했다
우리 대학 공과대 학우들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앞장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대 ‘불만제로’팀의 박지윤 씨(화학공학·15)와 윤성원 씨(화학공학·14)가 그 주인공이다.‘불만제로’팀의 활동은 다름 아닌 수업 팀플레이(팀플)에서부터 시작됐다. 보통 팀플은 ‘팀원들과의 마찰 우려 때문에 피하고 싶은 활동’으로 여겨지지만 9명의 ‘불만제로’팀원들은 어떠한 팀보다 끈끈한 팀워크를 가졌다.좋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불만제로’팀은 학우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들은 제보 받은 불편사항을 메신저 채널에 게시한 후
살면서 한 번쯤 해봤을 ‘덕질’! 덕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덕질에 누구보다 열성적인 그들을 만나봤다. 행복한 덕질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김형민 씨(교직원·산학협력단), 박동재 씨(사회·14), 서명희 씨(교직원·기초교육원), 이준서 씨(신문방송·18)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회자: 자신이 덕질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소개한다면? 김형민 씨(이하 김): 고등학생 때부터 거의 20년간 모자수집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300개 정도의 모자를 모았는
많은 문학장르 중 왜 ‘시’인지 물으신다면 저는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시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어를 고르고 나열할 때, 문장을 다듬을 때 저는 마치 한 해 내내 정성들여 키운 작물을 수확하는 농부처럼 풍족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생활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그런 기분이 저를 시에 더 빠져들게 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한 때 작가가 되어 제가 쓴 글을 사람들에게 읽어주는 상상도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다른 것들을 접하게 되며 꿈도 달라져 지금은 문학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것들에 대해 배우
예년에 비해 발전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 적지 않았으나 서정시에 대한 이해가 미흡한 시들이 아직도 많았다. 서정시는 자기 고백적 글쓰기로 자기 탐구가 본령이다. 그러나 진공 상태의 자기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내면의 의식과 심리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의식과 심리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일이 시 쓰기라 할 수 있다.투고한 많은 시들 역시 내면의식과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기에 집착한 시들이 적지 않았다. 자기 집착이 지나치면 시상이 딱딱하게 굳어 언어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한다. 반면에 자기 탐구가
박씨는 평소 어머니처럼 알고 지내던 70세 할머니를 강간하려다 실패하자 토막 살인을 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새해 직전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막창집 밖으로 눈이 머리를 처박고 처박고 한다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애인처럼12월 31일은 또 돌아올 것이고자정 직전까지도,무엇이든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내장들은구멍 숭숭 뚫린 연탄 위에서 몸을 베베 꼴 것이다잘 익은 애인도 없이 일자리도 없이집도 없이 보낸 질기디 질긴 지난 한 해를꼭꼭 씹어 삼키는 의식을 치르며사람들은 지금 새해맞이를 하는 것이다올해도 사는 게
생물들은 오늘도 살아가고 각자의 生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꾸물거리는 벌레뭉치들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서로가 서로를 치대고 최상단으로 올라오면 다시 치여 내려가는 수라(修羅)를요. 엉키고 척추가 뒤틀리고 복부가 압박되는 상황에서 저는 봐야 했습니다.어떤 벌레는 벽에 배를 대고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저는 포토그래퍼입니다. 단순히 살아가는 다큐멘터리를 찍어낼 뿐입니다. 세상은 늘 움직이고 있고 그 순간이 아쉬워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저는 지금껏 벽에 배를 대 왔습니다. 글은 좋아서 써왔고 먹이를 위해 생투하는 식충의 삶
응모작 13편 중 본선에 오른 작품은 「망경의 책」, 「보이지 않는 죄인」, 「일말상초」, 「악어」 등 네 편이었다. 「망경의 책」은 작가의 지적 편력이 엿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었으나, 언어와 예술,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려는 욕심이 지나쳐 소화불량 상태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보이지 않는 죄인」은 무관심 때문에 제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주인공의 반성과 성찰의 과정을 다룬 작품인데, 과다하게 노출되는 교훈적이고 감정적인 서술이 흠이라고 하겠다. 「일말상초」는 제목으로 독자에게 미끼를 던져놓고 반전의 재미를 주려고 한 작품인데, 탄탄
악어강백선(디자인·15)한 번 잘린 손가락은 자라지 않는다. 레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숙지하고 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프레셔, 우리들은 이놈을 조심해야 한다. 반복되는 손놀림, 밀고 당기는 일. 유치원 때 배웠던 손장난들, 도리도리 잼잼. 이걸 써먹을 데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배운 건 다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이놈 앞에서 알았다. 정글 숲을 기어서 가듯 낮은 자세로, 빠르게 넣고 빼는 일. 방심하다가는 손모가지가 날아간다. 혹여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기계를 끄게 하면 잔업 때문에 집에 가기는 글러 먹은 것이다.출근버스는 경
기사거리를 보고하는 기획회의가 있는 날이다. 두 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이번 호에 작성할 기사 두 개를 배정받았다. ‘저번 호 기사보다 발전한 기사를 작성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어떻게 취재할지 고민했다. 며칠 뒤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준비한 질문을 반복해 읽어봤지만 첫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 생활관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준비한 질문들은 빠짐없이 물어봤고 답변도 얻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려는 순간, 아차! 녹음하는 걸 잊었다. ‘분명히 수습
대학 언론의 전성기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였다.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대학생들은 거리로 나섰고, 대학 언론은 그 곁에 함께했다. 또 당시는 핸드폰, 인터넷의 힘이 없던 시절이라 대학 언론 뿐 아니라 종이 신문과 언론의 위상이 높았던 시기였다.하지만 오늘날 종이 신문과 언론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에 따르면 2015년 종이신문 구독률은 14.3%, 열독률은 25.4%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이동형 인터넷 이용은 꾸준히 증가했다.대학 언론도 변화의 바람을 비켜갈 수
이 창간 65주년을 기념해 20대의 꿈을 주제로 ① 넌 꿈이 뭐니? ② 전공 살리기 어려운 사회 ③ 그래도 꿈을 꾼다 순으로 기획기사를 연속 보도한다. 이번 호에서는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들을 조망한다. 지난 호(1604호)에서는 전공과 취업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전공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1603호에서는 장래희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우리 사회가 정작 꿈 꿀 수 있는 기회와 배경을 제공해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20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본
이 창간 65주년을 기념해 20대의 꿈을 주제로 ① 넌 꿈이 뭐니? ② 전공 살리기 어려운 사회 ③ 그래도 꿈을 꾼다 순으로 기획기사를 연속 보도한다. 이번 호에서는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들을 조망한다. 지난 호(1604호)에서는 전공과 취업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전공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1603호에서는 장래희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우리 사회가 정작 꿈 꿀 수 있는 기회와 배경을 제공해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20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