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방영된 김연아 선수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김연아 선수가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해외 유명 선수들의 입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인정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 스포츠 스타의 다큐멘터리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엄청난 강도의 훈련과 부모님의 희생으로 어려운 가정환경, 신체적 약점, 열악한 훈련 환경을 딛고 정상에 오르는 각본을 따른다.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도 마찬가지다. 도 전형적인 각본에 따라 영국의 스포츠 스타
“이제 고마 치아라 마.” 최근 어떤 뉴스 앵커가 뉴스에 참석해 있는 부산 출신 패널에게 “이거 일본어인가?”라고 질문을 하여 비판을 받았고 결국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 말을 한 정치인은 소셜미디어에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말과 함께 “지역 사투리를 소중히 생각하며 잘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보존은 잘 보호하고 간수해 남기는 것을 말한다. 보존의 의미는 보전과의 차이로 알 수 있는데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답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영토’는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문화재’는 ‘보존’해야 한다고 말
2014년의 아픈 기억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 이후로, 국민들은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으며, 대한민국의 재난 관리 체계도 새롭게 재정비되어 가는 과정에 들어섰다.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이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요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의 기억은 서서히 희미해지고, 다시 일상의 위험에 무감각해지는 패턴을 반복한다. 이런 무지와 분노가 반복되는 사회적 패턴을 벗어나려면, 국민 개개인이 재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그 기
지난 2014년 4월 15일 오후 9시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2학년 학생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2학년 학생 325명 △교사 14명 △인솔자 1명 △승무원 29명을 포함해 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에서 제주도를 향해 출항했다. 출항한 지 약 12시간 후 배가 침몰하고 있었지만, 선내에는 “이동하지 말라”는 방송만 울렸다. 그러나 기관부 선원 7명은 승객을 버리고 탈출했으며 조타실 선원들도 뒤따라 탈출했다.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까지 172명이 구조됐지만, 침몰한 이후에는 단 1명도 구조되지 못했다.현재까지도 5명의
쭉 기숙사에 살다가 자취를 하게 됐다. 학교 근처 반경 100m를 넘지 않는 일상이었는데 이제 집에 가려면 후문을 통과한 뒤 제법 걸어야 해서 낯설다.낯선 곳에 정착할 때면 나만의 맛집, 카페 목록을 만들곤 한다. 하나둘씩 채워갈 때면 그곳에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새 동네에 정을 붙이기 위해 작은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사진은 일주일 전에 발굴한 작고 한적한 카페로,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커피도 제법 맛이 좋다. 초등학교 인근에 있어 학부모님들과 하교한 초등학생들이 단골손님이다. 창가
“비판적 4·3 연구” 시리즈는 ‘과거청산’이나 ‘완전한 해결’로 비유되는 현실과의 불화(不和)를 꾀하고, 비판적 시각과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서 기획됐다. 2000년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된 ‘어둠에서 빛으로’의 시대가 닦아 놓은 토대 위에 서 있기는 하나, 동시에 그것의 경계와 한계를 의식하며, 구조와 체계를 문제시하고 사각(死角)을 찾아냄으로써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마냥 휩쓸리지 않도록 반작용을 꾀하려는 실천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속삭이는 내러티브’라는 부제를 달고, 문학과 영상, 증언과 기록
인생은 스릴러다. 녀석은 나도 모르는 새에 잔잔한 파동으로 나의 몸과 그 안에 든 정신을 서로 분리했다.어느 날 세영 언니가 소개해 준 의사를 찾아갔다.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병명은 말해주지 않고, 작은 노트 한 권을 내밀었다. “일기를 써보세요. 내용과 분량은 상관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것을 왜 노트에 남겼는가. 그것만 생각하세요. 그게 이 일기장에 얽힌 유일한 법칙입니다.”글을 쓰지 못하겠다고 찾아온 환자에게 일기를 쓰라니. 잔인하지만, 세상은 원래 그렇지 않은가. 매일 출근하듯 들락거
나에게 신문이란 택배 포장용지에 불과했다. 한때는 세상에 대해 알아보겠다며 신문 읽기를 시도해 보았지만 얼마 못 읽고 포기하곤 했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에브리타임에 검색하는 것 이상으로는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아 궁금증이 점점 무뎌졌다. 학교의 최근 소식, 지역의 소식을 알려면 다른 매체를 이용해야 했다. 여러 다양한 매체 중에서도 나는 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1661호에는 평소 궁금했던 것들이 많이 실려 있었고,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1면에는 내가 이용하고 있는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기사가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 의식은 여러 질문을 낳고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이는 감상 개수로도 연결되는데 많은 작품을 접할수록 나의 시야도 더 확장된다. 나는 대개 하루의 끝을 영화로 마무리한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재생 버튼을 눌러 새벽 중에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길티플레져 중 하나다. 방 벽면보다 거대한 스크린에 소리의 파동이 몸을 타고 전해질 만큼 큰 음향으로 가득한 영화관도 좋아하지만, 나의 수많은 무비나잇은 2, 3평 남짓한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10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꼭 짚어야 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다.지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지난 2015년에는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지난 2017년에는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마지막으로 지난 2018년 12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바로 그것이다. 사참위는 이전까지 결론내리지 못한 침몰 원인을 다시 조사했지만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책임자 처벌 문제도 같다. 참사 책임에 따른 실제 형사 처벌은 단 2명만 받았으며 당시 해
세계인권선언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하며, 이 권리는 주로 자기 의견과 사상과 정보를 전달할 권리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권리는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춤과 그림 등 다양한 형태의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그렇다면 감정 표현도 이에 포함될까? 확실한 답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회가 자유롭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SF 시리즈 의 ‘벌컨’에서는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벌컨은 사실상 군사독재이고, 벌컨인들이 자기
포퓰리즘은 대중 영합주의 정도로 해석된다. 정치가 대중, 민의를 따라야 함은 분명함에도 포퓰리즘은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단기적으로 소수 집단에 이익이 되어 표를 얻는 데 도움 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또 사회 전체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현안이 되고 있는 감세정책을 생각해 보자.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상속세 등 감세가 실행 또는 시도되고 있다. 당장 감세의 시혜를 받을 사람들은 환호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관심한 듯싶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를 불
지난 6일 ‘2024년 세계여성의날(3.8) 기념 광주전남여성대회’가 개최됐다. 세계여성의날은 1908년 3월 미국 1만5,000여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 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누군가는 말한다. 지금은 여성상위시대라고... 오히려 역차별을 이야기하며 여성이 겪는 차별은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실제 현실을 보면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체계적으로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데, 채용부터 시작된 성차별로 인해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부터 제한된다.
105주년을 맞은 올해 3·1절 행정안전부(행안부)의 공식 카드뉴스에 “3·1운동이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시정부)의 독립선언으로 일어났다”는 잘못된 설명이 표기됐다.행안부 포스터 또한 3·1운동을 “1919년 3월 1일,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임시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입니다”라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게재했다. 논란 끝에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행안부의 잘못된 역사 서술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3·1운동은 행안부가 표기했던 것처럼 임시정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고양이 부대가 있다. 도자기를 파는 가게에 네 마리, 자동차 정비소에 두 마리가 있다. 그들은 우리 동네를 지키는 고양이 부대다.날씨가 좋으면 거리로 나와 사람들에게 애교를 피우며 고된 출근길에 웃을 수 있게 해준다. 밤늦게 집에 가는 길이면 유리문 사이로 야옹거리며 무서운 밤길을 걷는 나를 지켜준다. 따뜻한 햇살에 잠들기도 하고, 길가의 풀을 뜯어 먹기도 한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고양이 부대 덕분에 나는 오늘도 집에 가는 길이 기다려진다.
2010년 ‘애들의 용돈벌이’ 정도로 치부됐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노동법에 잠자고 있던 주휴수당을 깨웠고,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대표들에게 외쳤다. ‘사장 나와!’ 그렇게 노동조합(노조)이 없던 사람들이 사회적 교섭에 성공하며 주휴수당을 받아냈다. 그리고 2010년 청년세대 노조를 만들어보자며 우리는 ‘청년유니온’ 깃발을 올렸다. 청년유니온의 활동은 독보적이었다. 동시에 우리는 ‘노동운동계의 이단아’이기도 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도 아닌 청년들, 사업장 중심이 아닌 세대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 우리는 세대별 노
내 연인의 마지막 말은 “도영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하고 바보같이 죽어버린 내 불쌍한 남자는 서울 근교 선산에 얌전히 누워있다. 나를 싫어한다던 연인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자 나에게 달려와 물었다.“찬경이는 땅에 묻히고 싶다고 했니?”고개를 끄덕이고, 장례가 치러지고, 그가 옮겨지고, 흙이 그 아이 위로 툭툭 떨어졌다. 시간은 묵묵히 그의 공간을 채웠다. 그날 분 바람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거리를 걷다가 그 바람이 다가오면 못내 울음 지었다.요즘 연기를 극단 가서 배우는 사람은 없다. 걸레질로 보낸 세월이 타오르는
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남대학교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학교에 다니는 기간 동안 을 읽어본 적이 없다. 정확하게는 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이에 을 읽어보는 기회가 생겨 읽고 글을 쓴다.이번 호는 2024년 3월 4일에 발행된 제1660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기사는 학점 비율 조정 관련 기사다. 지난달 16일에 진행된 ‘학점 비율 조정 정책공청회’에서 개정된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학본부의 강력한 입장에 학생들의
이상적인 청춘들의 사랑과 현실적인 인간의 이기심 사이를 아름답고, 때론 아프고 또 시리게 표현한 영화 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소설 를 원작으로 하는 중국 로맨스 영화이다.같은 고향 출신인 20대 초반의 ‘린젠칭’과 ‘팡샤오샤오’는 성공하기 위해 시골에서 벗어나 수도인 베이징에서의 험난한 생활을 시작한다. 현실의 벽 앞에서 마음을 터놓지 못했던 둘은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베이징에서 함께 지내며 청춘을 보낸다. 가진 것이 없고 초라해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풍부해지는 둘의 모습은 풋풋한 첫
올해 정부가 대학생을 위한 ‘천원의 아침밥’(아침밥) 지원금을 기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늘렸다. 이에 광주시도 지원 예산과 기간을 확대했다. 지원금이 올라가자 타 대학들은 식단의 질을 향상하고, 지원을 확대했다.충북대는 이용 시간을 늘리고, 방학 중에도 아침밥을 제공한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아침밥을 제공하는 식당을 한 곳씩 더 늘렸다. 군산대와 동국대는 학생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며 식단의 질을 높였다.반면 우리 대학은 기존에 지원하던 학교 자체 지원금 1,000원마저 없앴다. 정부가 1,000원 늘려 2,000원을 지원